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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교수(서울대 경제학부)가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배 밑바닥에 큰 구멍을 뚫어 놓고 차오르는 물을 사발로 퍼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비전도 철학도 없는 2009년 세제개편안'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먼저 "4대강 정비사업이다 뭐다 해서 재정지출을 천문학적 규모로 늘리면서 조자룡 헌 칼 쓰듯 세금을 깎아주었으니 나라 살림에 큰 구멍이 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고 질타했다. 부자감세를 해놓고 4대강 때문에 재정을 천문학적으로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재정위기가 닥치면 세수를 늘리든지, 지출을 줄이든지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세수는 줄이면서 재정을 늘리는 재정 정책을 펴고 있으니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교수 논리이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재정건전성에 좋다고 해명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나라들이 그것 때문에 정책 수행에 얼마나 큰 제약을 받고 있는지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며 "국가채무의 수준이 OECD 평균치를 훨씬 더 밑돈다는 사실이 방만한 재정 운영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해 건전성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방만한 재정운영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부가 재정운영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여 '2009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이로 인한 세수 증가분이 앞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에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을 연상케 한다"고 기회재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재정건정성을 키우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보수 언론이 세제개편안을 두고 "부자 증세로 세수 증대를 꾀한다고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마지못해 몇 푼의 세금 더 내게 하면서 부자 증세라고 말하는 것은 낯 간지러운 일"이라고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부자증세가 낯 간지러운 이유는 정부가 부자들에게도 세금 부담을 높였다면서 선전하고 있는 1억원 이상 사람의 소득세가 48만원 정도 늘어나지만 "2008년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율이 2% 포인트 낮아진 것만으로도 이미 2백만원 가량의 세금이 절약된 상황이라"며 "세폭 4분의 1밖에 안 되는 세금부담 증가를 갖고 부자 증세니 뭐니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고하여 부자들도 세금이 늘어난다는 논리의 허구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가 증대하여 우리 경제에 좋은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무슨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경제이론을 모두 동원해 봐도 별다른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소득세를 깎아주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깎아준 세금으로 소비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 예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처럼 90%를 깎아주면 모를까? "35%를 33%로 낮춰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분발해 더 열심히 일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고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 감세는 아무 효과 없이 세수만 축내는 결과를 빚을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했다. 이는 고소득층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점에서 "재정 건전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볼 때도 2009년 세제개혁안 같은 땜질식 처방은 결코 만족스러운 해법이 될 수 없다" 이는 "배 밑바닥에 큰 구멍을 뚫어 놓고 차오르는 물을 사발로 퍼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재정정책인 "감세가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한 시대착오적 믿음을 버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하여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자체에 대해서 비판했다.

 

세금은 적극 거두고, 재정은 4대강 정비사업 따위때문에 돈 보따리를 푸는 것을 보면서 "세수 감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돈을 쓰겠다는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물었다.

 

만약 이렇게 가면 "머지않은 장래에 재정 건전성 문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애써 쌓아놓은 업적이라"며 "입만 열면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는 사람조차 지난 두 정부가 재정 건전성만은 다치지 않았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고 하여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가 남긴 재정 건전성 업적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도 역대 정부가 공들여 쌓아놓은 탑을 일거에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부자감세와 방만한 재정지출을 삼가할 것을 촉구했다.


태그:#이준구, #재정정책,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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