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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77일 앞둔 오늘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잠시 한국에서 쉬고 있는 친구다. 오늘 학교 끝나고 잠깐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밤 10시가 넘어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그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녀석이 뜻밖에 선물을 준비했다. 나를 포함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3명에게 수능 D-77을 기념해 힘내라며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종이가방 안에는 커피 하나와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나름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3명 모두 다른 과자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내 선물은 포장이 좀 독특했다. 종이가방 안에 포장지를 구겨 넣은 포장방법. "그게 아메리카 스타일이야. 미국에서는 포장 못하는 애들이 그렇게 포장해"라고 말했다. "근데 왜 내 선물만 이렇게 포장을?" 녀석이 웃으며 사실을 말했다. "사실 포장지가 부족했어." 덩달아 같이 웃었다.

 

선물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무엇을 주면 애들이 더 좋아할까' 혹은 '밥을 사주기엔 나도 학생이라 좀 부담되고 애들이 시간 내기도 힘들 텐데...'라며 말이다. 그러다 얼마 전 나에게 문자했던 내용을 토대로 준비했다고 한다. 당시 나는 "수험생한테는 초콜릿 같이 단 것이 좋지 않을까?"하고 말했었던 것 같다. 그것을 듣고 초콜릿을 사기로 결정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또 초콜릿 사려니 자신은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넓은 마트에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다. "마트에 서서 누나에게 문자도 했다"고 한다. 어떤 초콜릿이 좋은지 무엇을 해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던 녀석의 모습이 상상된다.

 

한편 선물을 주면서 녀석이 그 동안에 심정을 털어 놓았다. "천천히 생각해 보니깐 뭐 내가 너희들 불러서 놀기만 했지... 이번 여름에 와서 기억나게 해준 것도 없고... 수능 다가와서 초조해 하는 친구들 모습 보니까 너무 힘들어 보였어. 뭐 사실 내가 수험생의 기분을 안다고 하면 정말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너네처럼 한국에 남아서 수능을 준비한다고 했으면 나도 굉장히 심하게 스트레스 받고 초조해 했을 거야"라고 말했다. 녀석이 오늘따라 조금 달라 보였다. 평소 장난칠 줄만 알았던 친구가 이렇게 속이 깊은 놈인지 몰랐다. 

종이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과자들을 꺼내 보았을 때에는 더더욱 놀랐다. 서툰 한글로 과자봉지 위에 편지를 써 논 것이다.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편지를 쓰기에는 너무 길고, 짧고 재미있는 메시지가 너희한테 더 힘이 될 것 같아서 그랬어"라고 말했다. 정말 재미 있었다. 그리고 큰 힘이 되었고 감동을 주었다. 사실 내가 고생한만큼 녀석도 고생 많이 했을텐데 말이다. 이 자리에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정말 고맙고, 너 같은 친구가 있어서 참 좋다. 수능 최선을 다할게!"


태그:#수능,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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