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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산업단지로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선장면 대흥3리.(이 마을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고령의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서부산업단지로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선장면 대흥3리.(이 마을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고령의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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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앞으로 농사 안 짓고 편하게 살면 좋을 텐데 왜 이러실까. 그동안 농사짓느라 고생들 많이 했잖아요? 앞으로 보상받은 돈 쓰시면서 편하게 사세요."

8월19일 선장면사무소, 아산시 도시개발국 이광로 국장이 서부산업단지 편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한 말이다.

"수십, 수백년 터 닦고 살아온 이 지역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요? 우리가 왜 이곳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당신들이 주장하는 지역발전을 위해서 우리를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 건가요? 이건 너무 가혹하고 아프잖아요."

이 국장의 말에 산업단지 반대대책위원회 조영희 위원장이 반박했다.

아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부산업단지조성사업이 일부 주민들에게 일방적이고 억울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산시의 농업인에 대한 일방적인 정리해고이자 강제이주 통보라는 것이다.

아산시가 추진하는 서부산단 개발사업은 '지역발전'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몇 명에 의한 '지역이기주의'로 내몰려 매도되고 있다.

이제껏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으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곳 주민들이 '환경파괴'와 '식량안보'를 외치며 우량농지를 잠식하지 말라고 주장하자, 시는 '아산시의 미래와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오히려 주민들을 몰아부쳤다.

일각에서는 아산시가 지역균형발전이라며, 낙후된 선장지역의 개발논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땅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절대농지만을 골라 개발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주변환경이나 토지의 중장기 활용계획에 대해 고민한 것이 아니라 당장 땅값이 저렴해 토지수용이 쉽고, 민원의 저항이 적은 곳이 우선 고려대상이었다는 비판이다.

"이 나이에 어디서 뭐하고 살라고..."

이 나이에 어디가서 새로 터잡고 살아가야 하나?(평화롭기만 했던 이 마을에 산업단지조성계획이 발표되자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 지고 있다.)
 이 나이에 어디가서 새로 터잡고 살아가야 하나?(평화롭기만 했던 이 마을에 산업단지조성계획이 발표되자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 지고 있다.)
ⓒ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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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부산단 수용대상 지역인 대흥3리를 비롯한 인근지역 대부분이 경지정리를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절대농지 지역이다. 또 농업으로 인한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이 가장 높게 평가되는 곳이며, 공시된 땅값은 3.3㎡(1평)당 1만6000원에 불과하다.

이 마을은 마을 자체가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외곽은 작고 아담한 산으로 둘러쳐져 있어 자연경관도 매우 빼어나다. 수십, 수백년에 걸쳐 형성된 자연마을로, 젊은 농업인은 찾아보기 힘든 고령화된 지역이며, 대부분 가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개발과는 거리가 아주 먼 지역이었다.

이날 벼 이삭이 한창 여물고 있는 들판을 바라보며 몇몇 주민들의 한탄이 쏟아졌다. 80년 넘게 이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는 한 주민은 "평생 농사만 짓고 산 나더러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남은 여생 먹을 농사나 지으며, 이곳에서 살고 싶다. 배고프고 가난해도 좋으니 제발 지금 그대로 살게 해달라"며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애원하며 매달렸다.

이 마을이 수용될 경우 임차농민을 비롯한 대다수 주민들이 아산시에서 재정착을 하거나 자신의 땅을 새로 구입해서 농사지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시의 생각은 다르다. 선장면의 다른 주민들은 산업단지 유치를 원하는데, 이곳 주민들의 반대로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노골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낙후지역 개발해서 산업단지로 만들어야"

산업단지예정지 주민들이 선장면을 찾은 아산시 관계자들에게 산업단지조성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단지예정지 주민들이 선장면을 찾은 아산시 관계자들에게 산업단지조성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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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선장면이 낙후돼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실시하는 것이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공장이 들어와 줘야 인구도 늘고 지역발전도 있는 것이다. 선장면은 개발을 해야 발전한다. 절대농지로는 앞으로 농사일 밖에 하지 못한다. 선장면 발전계획에 대한 홍보전달이 부족했나보다. 갑자기 주민들이 반대해서 황당하다."

아산시 도시개발국 이광로 국장은 천안시에서 26년간 근무한 자신의 경력까지 들려주며, 아산시의 무한한 개발 잠재력이 천안시보다 훌륭하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그리고 농업으로는 낙후를 면치 못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서부산업단지는 2006년 타당성조사를 시작으로 투자설명회, 개발사업 참여업체 등록 등 절차를 거쳐 KCC건설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진행해 왔다. 당초 서부산업단지는 제1첨단산업단지 512만㎡와 제2첨단산업단지 492만㎡등 2개 단지로 나뉘어 조성될 계획으로 작년 10월 착공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동안 추진현황은 2007년 기본계획용역에 착수해 국토해양부와 농림부를 방문해 사전협의를 마치고, 2008년 4월 개발사업 참여업체 모집공고를 거쳐, 7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KCC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아산시는 본 사업이 계획대로 정상 완료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매출효과와 1만5000여 명의 직접고용효과, 연간 900억원의 세수증대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홍보해 왔다.

그러나 서부산업단지조성계획은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영향 등으로 급격히 냉각되며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다 KCC건설이 중도 하차했지만 아산시는 사업강행의지를 밝혔다.

"서부산업단지는 아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KCC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세계적인 경기불황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시는 사업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고민 끝에 국내 굴지의 개발공사인 한국토지공사와 그동안 수차례 협의를 해왔다. 토지공사에서 처음에는 미온적이었지만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협의 중이다. 서부산업단지가 당초 계획에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 중이다"(2008년 12월, 조기행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한 강희복시장의 답변내용)

"선장면, 신창면, 배미동, 득산동 일원 307만평에 대해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산단예정지구 내 일부 지역의 제척요구가 있었고, 고압전선로 및 송전철탑 주변은 산업입지가 곤란해 주민의견과 현지 여건을 감안해 산업단지 예정지의 위치를 일부 변경하고, 면적은 6455㎢(195만평)으로 축소 조정했다"(2009년 7월, 조기행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한 이광로 국장 답변내용)

아산시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산업단지조성사업에 대한 강행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아산시 행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와<교차로>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서부산업단지, #아산시, #선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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