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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 차황면은 우리나라에서 '메뚜기 벼농사'로 이름난 곳입니다. 해마다 10월이면 메뚜기 잡기 행사를 합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황은 20여년 전부터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 그 어느 곳보다 무농약 벼농사로 이름난 곳이 되었습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기 혼자 농약을 치지 않는 것으로 무농약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집에서 농약을 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온 동네가 한 마음이 안 되면 무농약 농사는 불가능합니다.

병이 들었으면 농약을 치면 금방 잡을 수 있는데 친환경으로 짓는 다는 것은 당장 수확을 해야 할 농사 짓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어제(21일) 차황면에 있는 영농법인 <참농부>에서 운영하는 무공해로 지은 우리 찹쌀과 우리 밀을 재료로 호떡을 만드는 체험을 했습니다.

우리찹쌀과 우리밀로 만든 호떡 재료와 설탕, 쌀겨로 만든 기름
 우리찹쌀과 우리밀로 만든 호떡 재료와 설탕, 쌀겨로 만든 기름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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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은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호떡을 만들어 먹는 일도 굉장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호떡 재료가 우리 찹쌀과 우리 밀이라 사람들이 좋아했습니다. 기름도 쌀겨로 만든 기름이라 친환경입니다.

호떡은 아빠와 아이들이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이 호떡을 부치기 위해 동그랗게 만들었습니다. 앞치마 두른 남편 모습을 보면서 아내들은 웃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앞치마를 1년에 몇 번쯤 두르는지 모르겠지만 이 날만은 앞치마 두른 모습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호떡을 만들고 있다.
 아빠가 앞치마를 두르고 호떡을 만들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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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두른 아빠와 아빠를 도와주는 딸 참 좋은 모습.
 앞치마 두른 아빠와 아빠를 도와주는 딸 참 좋은 모습.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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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진지해집니다. 집에서는 엄마를 얼마나 도와주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손으로 호떡을 부쳐 먹는 재미는 집에서는 경험할 수 일입니다. 어떤 아이는 깻잎 전까지 부쳤습니다. 자기가 부친 호떡과 깻잎전을 입에 가득 넣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집에서도 엄마와 아빠가 해주는 먹을거리도 아무거나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도 호떡 만들기에 신이 났다.
 아이들도 호떡 만들기에 신이 났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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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더 호떡을 잘 만들었다.
 아이들이 더 호떡을 잘 만들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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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농부>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마트와 시장에서 때깔좋은 과일과 채소만 찾지 말고 친환경으로 지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갈수록 때깔은 좋지만 사람 몸에는 안 좋은 것들이 만다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서도 진짜 좋은 과일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금 후 호떡이 구워지자 여기저기서 맛있다고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밀과 우리찹쌀로 만든 호떡
 우리밀과 우리찹쌀로 만든 호떡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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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모양새가 호떡이라고보다는 찹쌀 전처럼 생겼습니다. 우리 동네는 찹쌀로 전을 부쳐 먹는데 처음에는 호떡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탕이 들어갔는데 단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단맛이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정말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 호떡을 사면 안에 설탕이 녹아 진한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설탕이 들어갔는지도 모를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맛있다는 것입니다.

"맛있어?"
"꿀맛이예요!"

"별로 달지 않는데."
"달지 않아도 맛있어요. 우리 찹쌀과 우리 밀, 쌀겨로 만든 기름이 잖아요."


꿀맛이야!
 꿀맛이야!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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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을 한 입 넣은 한 아이가 맛있다고 하니 나도 나도 맛있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으로 우리밀로 만든 수제비를 먹기로 했는데 호떡과 깻잎 전으로 배를 다 채웠습니다. 호떡을 열 개는 먹은 것 같습니다. 수제비도 먹어야 하는데 배가 좀 고생을 해야겠습니다. 수제비를 도저히 먹지 못할 것 같았는데 수제비를 보자 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과식을 금물, 소식을 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지만 이 시간만은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밀로 만든 수세비
 우리밀로 만든 수세비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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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 육수에 조미료가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국물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묵은지에 수제비라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습니다. 모두들 우리밀과 찹쌀로 만든 호떡을 부쳐먹고, 깻잎 전에 수제비까지 배를 채우고 나니 마음까지 풍성해졌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탈이 잘 나는 몸이라 호떡과 수제비를 그리 좋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차황에서 먹은 호떡과 수제비는 조금 과식을 했는데도 전혀 부담이 없었고, 탈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밀과 찹쌀로 만든 호떡 꿀맛입니다. 그리고 깔끔했습니다.


태그:#우리밀, #우리찹쌀, #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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