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21일) 새벽길을 나섰다. 고 김대중 대통령 분향소로 향했다. 새벽길을 나선 건 분향도 분향이지만 어떤 사람이 고생(?)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했다.

 

'1분향소'가 마련된 여수시청에 당도했다. 기대와는 달리 텅 비어 있었다. 덩그러니 두 사람만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공무원이었다. 밤부터 아침까지 번을 서야 하는 불침번이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선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마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의 분향소라고 하기에는 너무 썰렁했다. 그래도 국장이라 부르기에는 몰염치였다.

 

민주당 공천만 따면, 그래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던 호남. 이게 민주당의 실체인 듯해 씁쓸했다.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분향소'가 있는 여수시의회로 이동했다. 2분향소는 이런 모습 아니겠지, 간절했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무원만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민이 있었다. "새벽에 누가 고생 하는가를 보러 왔다"고 했다. 황량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생전 한 자리 얻으려고 문턱이 닳도록 따라 다니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정승이 죽으면 한 명도 안 온다!'는 우리네 속담을 떠올렸다. 민주당 간판을 내걸었던 그 많던 정치가와 정치 지망생들은 어디에 있을까?

 

밝은 날 얼굴 내미는 건 좋아하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후배 여러분, 뒷일을 잘 부탁합니다!", 맡길 수 있을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하여, 민주당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일 게다. 물론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수가 있긴 하지만. 오연호 대표기자와의 인터뷰에서 DJ가 남겼다는 부탁.

 

"후배 여러분, 뒷일을 잘 부탁합니다!"

 

텅빈 분향소를 떠나며 생각한다. DJ 적자라는 민주당 후배들이 과연 그의 유지를 받들 수 있을까? 이런 모습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민주주의, 통일, 인권의 임무를 완성할 수 있을까? 고개가 저어진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김대중 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