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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김치가 맛있을까? 경기도 김치가 맛있을까? 답은 호텔김치가 맛있다이다. 엉뚱하지만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우스개 농담이다. 이 농담이 맞다면 이제 더 이상 현지로 맛 기행을 떠날 이유는 없어진다. 단지, 현지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맛 하나만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이다.

휴가철이 끝나가는 요즘, 이 지역(낙안읍성, 벌교) 음식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이 드세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토속음식과 꼬막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그 유명세와 기대감만큼 불만의 골도 깊다. 관광객들은 음식 맛과 질에서 성이 차지 않은 듯 인터넷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불만을 쏟아내 놓고 있고, 불친절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좀 과격하다 싶을 정도의 불평도 서슴지 않고 있다.

"고기전골에 고기는 여섯 점 뿐이었다"

순천시(낙안읍성) 홈페이지에 한 관광객이 음식점에 대한 불만의 글을 올려놨다
 순천시(낙안읍성) 홈페이지에 한 관광객이 음식점에 대한 불만의 글을 올려놨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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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밖 'ㅅ'음식점에서 전골을 시킨 관광객은 "고기가 여섯 점 뿐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낙안읍성내 '0호점' 음식점에서 동동주를 주문했는데 외지에서 마시던 것과 차이가 나고 물을 탄 것 같다"는 사연도 눈에 띈다.

"벌교 꼬막 식당들은 호객행위가 심하고 음식의 양과 질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불만 내용이 있는가 하면, "분명히 메뉴판에는 1인분에 얼마라고 써 놓고도 1인분을 시키면 안 된다고 내쫓는다"고 분개하는 관광객을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 이러한 불만들은 늘어가고 있다. 또한, 불만족과 불미스런 일을 당한 관광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인 의사표시도 하고 있는데 그 확산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관광지를 방문하려는 예비 손님들이 인터넷을 뒤져보면서 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은 인터넷으로 현장 사진을 첨부해 자세히 설명까지 덧붙이거나 관광 불편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호 시각차가 너무 커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물론, 관광객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일부 음식점 주인들의 상혼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라도 여행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한다면 관광객들의 음식 불만은 그들의 여행 자체를 망치는 것이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역 이미지 실추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여행은 관광지로, 음식은 따로?

언제부터인지 낙안읍성밖 잔디광장 쪽에는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는 관광객이 늘어났다. 단체관광을 온 사람들 중 도시락을 주문해 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벌교에서는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시장에서 꼬막을 사 인근 물가에서 조리해 먹는 풍경도 목격된다. 한 관광버스 기사는 "이제 현지 식당은 외면하고 인근 지역 맛집으로 가자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것은 관광객들이 인터넷에서 미리 숙박시설과 음식점 정보를 확인하면서 이미 다녀간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식당들을 피하고 발길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현상으로 풀이되는데, 문제는 아직도 많은 식당들이 인터넷 시대를 외면한 채 아날로그적인 '막보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당국 또한, 음식점 주인들과 종업원들에게 끊임없이 시대가 변했음을 주지시키고 음식품질과 위생환경, 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의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결국 일부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음식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고급 관광음식점이나 호텔 등을 유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음식점에 대한 불만들이 자칫 지역 특색 음식인 '낙안의 팔진미와 벌교 꼬막'으로 불똥이 튀어 이후에 외면당하지나 않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겨냥하기도 전에 내국인의 눈밖에 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낙안의 팔진미는 이순신 장군이 낙안을 방문했을 때 인근 지역에서 나는 석이버섯 , 고사리, 도라지, 더덕, 미나리, 무, 묵, 민물고기 등 8가지 특산물로 차린 상차림이고 벌교 꼬막은 임금님께 진상됐던 음식이기에 세계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겨질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기에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음식 개발과 세미나는 서비스 교육과 병행해야

오는 20일, 순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향토 음식에 대한 세미나와 전시회가 열린다. 낙안읍성 상차림도 그중 한가지인데 팔진미를 기본으로 하는 웰빙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벌교 꼬막 또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음식맛과 모양에 신경을 쓰고 있는 사이에 정작 음식 맛에 포함되어야 할 주인과 종업원의 서비스 정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관광객들로부터 철퇴를 매일 맞다시피하고 있다. 개인사업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지역 주민 공동의 목표는 외면하고 행정당국의 계몽과 지도에도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휴가 끝 무렵이면 더욱 심각해지는 지역 관광지 음식문제. 관광객들이 인터넷에서 "관광지에서는 식사를 하지 마라"가 아니라 "역시 관광지 음식이 최고다"라는 관광후기나 댓글을 쓸 수 있도록 음식 맛과 질을 높이고 위생환경과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된다면 지역 관광음식은 큰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25] 여름휴가 끝나야 오붓한 이미대
남도TV



태그:#낙안군, #남도TV, #스쿠터,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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