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적지이면서 민속마을인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에 지난 19일부터 읍성내에 CCTV (폐쇄회로 텔레비전: 감시용카메라) 설치를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두고 행정에서는 '문화재 훼손, 도난, 화재예방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와 주민감시'라고 맞서고 있다.

 

숭례문 화재 이후 CCTV 설치 불가피

 

읍성관리소는 "지난해 2월 10일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전체 가구 수의 약 80%가 초가집이며 나머지 건물들 또한 목재로 이뤄진 낙안읍성이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어 화재, 훼손, 도난 등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돼 CCTV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낙안읍성은 숭례문과 달리 개방된 공간으로 야간에는 성곽 내를 누구나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돼 CCTV 설치는 필수적"이라 강조했으며 또한 "이런 열악한 구조와 환경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당위성도 설명했다.

 

주민들 "사생활 침해는 물론 주민 감시다" 주장

 

이에 반해, 주민들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전통을 보여주는 낙안읍성에서 현대식 첨단 카메라 장비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면 정서상으로도 맞지 않고 풍경 또한 꼴불견"임을 강조하면서 "CCTV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고 주민들을 감시하는데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만약 설치한다고 해도 객사, 동헌 등 주요 건물 쪽에만 설치하면 충분한데 15대씩이나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맘만 먹으면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기록, 감시할 수 있는 폐단이 있기 때문에 공사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CCTV 아니면 대안이 없는가?

 

행정당국은 "CCTV가 가장 효율적인 예방책이며 낙안읍성이 사적지이기에 전체적으로 일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낙안읍성내에 있는 약 40%의 사유재산과 주민들에게는 불편이 없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으며 CCTV 설치만이 최선의 방법인지를 따져 묻고 있다

 

사실, 도난이나 훼손 등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에는 좀 어폐가 있다. 낙안읍성 조성 이후 그런 사례가 거의 없었고, 낙안읍성 내부는 물론 인근 지역민들도 서로 얼굴을 모두 알아볼 정도로 숫자가 적고, 청원경찰이 3명이나 근무하고 있으며, 인근 낙안파출소에서도 매일 정기적인 순찰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재 예방차원이라면 좀 더 거리감이 생긴다. 화재는 순간적으로 일어나 급격히 번지기 때문에 CCTV가 예방할 수 있다거나 진화하는데 크게 공헌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돈으로 집집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소화전을 좀 더 늘리는데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장기적일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CCTV는 문화재청의 권고나 지시사항이며 이미 결정돼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 하는 것이기에 중단은 쉽지 않다"고 하는 반면 주민들은 시각을 달리해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읍성 주요부분을 확인할 수 있고 기능인이나 주민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고집하는 것이라 꼬집고 있다.

 

낙안읍성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 속의 빅브라더?

 

종합해보면, 옛 향수를 느껴볼 수 있는 정감어린 민속마을에서 엉뚱하게도 불신의 대명사며 현대적이기까지 한 감시용 카메라의 설치는 왠지 어색하고 정서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또한, 목적에 정확히 부합한 것이라면 CCTV가 스프링클러나 소화전을 밀치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행정은 CCTV 설치는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주민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없을 것이라 강조하지만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내에 설치돼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사생활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현실을 읍성내 한 주민은 "특정 목적을 위해 개개인의 일상을 감시하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를 떠올리게 한다"며 비통해했다.

 

빅브라더(Big Brother)는 '긍정적 의미에선 사회를 돌보고 보호하는 선의 목적인 감시지만, 부정적 의미로는 음모론에 입각한 권력자들의 사회통제 수단'으로 해석되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때문에 지금 낙안읍성에 한창 설치중인 CCTV가 긍정적 의미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화재, 도난, 훼손 예방 관리라는 목적에 CCTV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행정은 좀 더 증빙해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예고: [09-026] 전망 좋은 산은 백이산? 제석산?
남도TV


태그:#낙안군, #남도TV, #스쿠터, #낙안읍성, #낙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