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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5일은 64주년 광복절이다. 광복절과 3.1절은 국가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중요한 날로서 심지어 폭주족들까지도 대대적으로 폭주행사(?)를 벌이는 날이다. 특히 광복절은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날로 대한민국에 적을 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광복절 의미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광복이 불쾌하고 불편하다. 그 일부 사람들이란 식민지 치하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해온 사람들이다. 사실 사전적 의미로 친일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국제역학관계상 대외관계에 따른 판단에 따라 친일 할 수도 있고, 친미 나 친중국, 친러시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친일이 나쁜 것은 친일이라는 행위를 통해 개인의 이득을 취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배신해 사회에 해를 끼쳤기 때문에 범죄이다.

이 명백한 범죄가 해방 후 흐지부지 된 것이 건국절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큰 사건이 있으면 그것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해방, 87년 6월 항쟁이다.

친일파 문제를 해방 후 바로 정리 했으면 사회적 혼란이나 갈등 없이 정리 되었을 것이다. 친일파 문제 나오면 2차 대전 후 프랑스처럼 엄격한 처벌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36년 식민지 통치 받으며 전국민의 약80%가 창씨개명한 상황을 독일에 4년간 군사적 점령 당한 프랑스와 동일선상에서 처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해방 직후 사회 분위기로 봐서 친일파들이 공개적으로 국가와 민족 앞에 사과하고 친일 대가로 받은 재산이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물론 독립운동가를 박해한 군인이나 고등계 경찰 등 악질들은 처벌해야겠지만.

6월 항쟁도 마찬가지다. 혁명에 준하는 민중항쟁으로 군사독재를 마감하면서 독재의 상징적 인물 두어 명 감옥구경 시키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군사독재의 지지, 지원계층인 정치세력, 사법기관, 조중동 같은 언론, 재벌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 결과 장세동 같은 군사독재의 똘마니가 '의리의 돌쇠'로 추앙 받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똥물에 깨끗한 물 섞어 놓고 깨끗해졌다고 좋아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뉴라이트 같은 역사의 사생아(私生兒)들이 태어나 건국절이니 뭐니 하는 요설(妖說)로 국민들을 현혹시키지 않는가?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건국절은 대한민국의 기원을 1948년 8월15일로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는 1948년 8월15일이 정부수립일이라고 배웠고 여태 정부수립일로 지켜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뉴라이트가 건국절이라는 으리으리한 말로 포장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뉴라이트의 역사의식에는 일제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인식한다. 이런 역사의식을 통해서 일제의 식민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친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광복이 섭섭하고 유감이다. 그래서 1945.8.15 보다는 1948.8.15를 더 강조한다. 뉴라이트는 일제통치 연장선에서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이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 통치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면서 1910년-1930년 사이의 한국 경제가 연평균 3.6% 성장했다고 통계 수치를 제시한다. 식민지 통치가 산업화, 근대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인상을 준다. 수치를 들이대면 왠지 객관적인 것 같고 과학적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게 또한 수치가 주는 함정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뉴라이트의 건국절이 요설에 불과한 이유는,

첫째, 산업화 초기의 성장률이다. 중국이 90년대부터 산업화 되는 과정을 보면 만만디의 중국도 연평균 경제성장률 10% 이상의 성장을 했다. 우리도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연10%에 가까운 성장을 했다. 근대화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두 자리 수 경제성장률은 흔한 일이다. 산업화 근대화가 거의 완성된 오늘날에도 경제성장률을 5% 이하로 잡으면 저성장 하는 느낌이 드는데 산업화 초기단계인 1910년-1930년에 경제성장률 3.6%라면 일본이 산업화 근대화를 짓누르고 훼방 놓았다는 증거이지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 아니다.

둘째, 세계역사를 보라. 17-18세기 식민지 원조 스페인 네덜란드는 식민지를 상대로 무지막지하게 "묻지마 착취"를 자행했다. 19-20세기 영국, 프랑스는 식민지에 최소한의 근대화는 이뤄줬다. 식민지의 근대화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효율적인 식민지 관리와 착취를 위해서였다. 즉 닭에게서 달걀을 얻으려면 모이를 줘야 하는 이치와 같다. 일본 같은 신참 열강은 고참 열강인 영국, 프랑스를 본받아 식민지를 통치했다.

셋째, 1948년 8월15일이 건국절이라면 그 이전에는 대한민국이 없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독도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본은 1905년 독도를 일본 영토로 편입했다. 물론 제멋대로 한 것이지만. 그런데 영토에는 선점주의가 인정된다. 즉 주인 없는 땅은 먼저 차지해 깃발 꽂고 울타리 치고 등기 내는 게 임자이다.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국 되었다면 독도는 국제법상 당연히 일본 영토이다.

넷째, 건국절은 헌법위반이다. "법 중의 법" 이자 국가 최고의 법인 헌법에는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했는데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이 건국 되었다면 상해임시정부는 비적들과 불령선인들의 집합소에 불과하단 말인가?

광복 후 대한민국이 신생독립국가로 뒤뚱거리며 걸음마부터 배우면서 고생 많이 했다. 때로는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뒤로 넘어져 뇌진탕 걸릴 뻔한 적도 있었고 가시덤불에 쓰러져 온몸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자랑스러운 일도 많았지만 부끄럽고 다시는 거론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았다. 앞으로는 자랑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고 부끄럽고 창피한 일은 조금만 생기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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