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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는 하루 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하루 아침에 세워졌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해방이 되었고 미국이라는 외세와 조국을 반역하고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가 합세해 정부를 수립해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 외세 와 친일은 첫 단추부터 잘못 낀 한국 현대사의 일그러진 자화상으로 주류 기득권세력에게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이고 벗어날 수 없는 원죄요 문둥병과도 같은 천형(天刑)이다.

 

  한국 사회가 상식이 통하지 않고 억지, 부정부패, 출세지상주의 등 온갖 병폐와 전도된 가치관이 통하는 사회가 된 것도 외세와 친일이라는 두 가지 발판을 존립근거로 삼고 있는 주류사회에 원인이 있다. 신생독립국은 독립에 이바지한 사람들이 사회 주류를 이루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것이 통하지 않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구조적 모순 속에서 반대파에게 정권이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이 이양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기득권 세력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으로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도덕성과 정통성에 취약점이 있기 때문에 정권을 잃는 것은 파멸을 의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런 풍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되었다는 것은 기적이다.

 

  대통령에 당선 되었지만 그는 주류 비주류 어느 쪽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학연, 지연으로 얽혀진 한국 사회에서 고졸 출신 대통령이 외치는 지역주의 타파가 먹혀 들었다면 그게 비정상이었다. 외로운 개혁가의 개혁은 성공할 수 없었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지역주의 타파, 모두 실패했다. 수구 기득권의 세력은 철옹성처럼 단단했다. 더구나 임기 말년에는 어제의 동지들 조차 등을 돌렸다. 말년의 지지율을 보라. 그는 달걀로 바위를 때린 실패한 정치가 이고 실패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역사는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실패자의 발자취를 좇아 닮아간다.

 

하루 아침에 세워지지 않은 로마에 형제 호민관이 있었다. 이름은 그라쿠스 형제. 형제는 카이사르처럼 화려한 각광을 받은 성공한 정치가 가 못 되는 비주류 출신 실패한 정치가이만 호민관이라는 직책에 어울리게 귀족에 대항해서 평민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 정치가이다. 암살로 최후를 마친 형제의 개혁정신은 당대에는 실패 했지만 공화정, 제정 거치는 로마의 역사에 형제의 정신은 면면히 흘러 내려온다.

 

프랑스가 대혁명으로 시작된 혼란의 시기를 80년 이나 겪으며 공화정, 복고왕정, 제정, 파리 꼬뮨, 공화정의 정체(政體)를 되풀이 하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혁명 정신과 산악파의 이념이 퇴색되지 않고 프랑스 사회 구석구석 영향을 미친 것은 로베스 피에르의 엄격한 권위로 세워진 자꼬방의 전통 때문이었다. 로베스 피에르는 공포정치의 주역으로 "혁명가들의 혁명가"로 불리는 혁명의 대명사이다. '피에 굶주린 독재자' '절대 부패하지 않는 자유와 인민의 벗'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로베스 피에르는 테르미도르 쿠데타로 실각하고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테르미도르 쿠데타로 혁명은 후퇴했고 자유 와 평등을 추구했던 자꼬방의 이상은 반대파에 의해 좌절되었다. 그러나 로베스 피에르가 추구했던 '조국 방위' '혁명 수호' '민주주의 확립'이라는 자꼬방의 전통은 지금까지 프랑스 사회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프랑스 혁명은 혁명의 효시로 근대 시민국가, 자유주의, 민주주의를 탄생의 모델이 되었다.

 

로베스 피에르와 함께 혁명을 주도했던 마라(Marat)는 반혁명 분자를 색출해 처형하는 감시위원회에 있었다. 마라에 의해 피의 숙청이 계속되자 샤롯트 코르데이가 마라를 암살했다. 혁명의 주역을 암살한 코르데이는 단두대에서 사형 당했다. 조국을 위해 마라를 암살했다는 확신에 찬 코르데이는 웃으면서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다. 미소를 짓고 있는 코르데이의 머리를 군중들에게 보여준 사형집행인은 코르데이의 따귀를 때렸다.

 

군중들은 사형집행인의 행동에 분노했다. 혁명의 주역을 암살한 대가로 비록 사형을 당했지만 죽은 자의 얼굴에 따귀를 때린 것은 인격모독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형집행인은 처벌을 받았다. 혁명이라는 급진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반혁명분자의 인격은 지켜준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의 비리를 조사해 정치보복 하는 것은 정치후진국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적장의 목을 벨 때에도 명예는 지켜주는 것이다. 금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정치현실에서 권력에 알아서 기는 검찰과 언론은 전임 대통령 발가벗겨 망신 주는 치사하고 유치한 정치보복에 언제까지 심부름꾼 노릇이나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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