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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으로 비와 바람이 부는 날, 우리가족은 해남에 있는 두륜산 대흥사에 갔다. 출발할 때는 날씨가 좋았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꼭 생크림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차 안에서 최신 인기가요를 들으며 즐겁게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툭! 툭! 뭐지? 차창으로 빗줄기가 하나 둘씩 떨어지더니 곧이어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잦은 비로 이번 휴가는 비를 피해서 날짜를 잡기는 힘들 것 같더니 결국은 비의 습격을 당했다. 비는 곧 그치더니 햇빛을 비춰주었다. 더위를 식혀주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가족이 하룻밤 잘 곳은 황토 한옥이었다. 황토로 벽을 발라 놓은 한옥집은 비가 와서 더 운치가 있었다. 벌레들만 없다면 좀 더 편하게 잘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곳에서 벌레가 없다면 좀 심심하겠지?

 

저녁밥을 지어먹고 방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아빠께서 밖에 나가자고 하셨다. 날씨가 안 좋아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께서 나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그러기로 했다. 아빠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셨다. 자정이 넘은 한밤중에 드라이브를...

 

어디로 가는가 했더니 두륜산 대흥사였다. 밤이 늦어서 그런지 동생은 옆에서 졸았다. 밖에는 자동차의 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한밤중의 대흥사는 음.... 꼭 뱀파이어가 튀어나올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밖이 캄캄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운치는 있었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우리는 다시 대흥사에 갔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가게 돼 있어서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돌이 슬리퍼 안으로 들어와 불편했지만 주변의 경치는 내 마음을 뺏어가 버렸다.

 

비가 계속 내리는데도 계곡물이 맑았다. 다른 계곡과 달리 흙탕물이 없었다. 큰 나무들 사이로 빗물이 톡! 톡! 하고 우산으로 떨어졌다. 나무들이 쭉 늘어선 길을 걷다보니 어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 같기도 했다. 엄마께서는 오버이다 싶을 정도로 감탄사를 연달아 내뱉으셨다.

 

정말 아름답긴 했다. 비가 내리는 산사라, 정말 운치 있었다. 나무들도 물을 머금고 있어 더 생기 있게 보였다. 잎들도 이슬로 파릇파릇해 보였다. 대흥사 안 연못에 피어난 연꽃과 연잎에도 빗방울이 떨어져 동그랗게 구슬들이 피어났다. 정말 운치 있었다.

 

예전에 대흥사에 갔을 때는 그렇게 멋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비 내리는 날 보니 정말 웅장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멋있게 느껴졌다. 정말 잊을 수가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산사 참 예뻐~ 산사를 보는 나는 미쳐~ replay replay replay~! 비가 내려서 종아리에 흙이 튀는 것만 뺀다면 정말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 계곡에서 발을 씻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폭포수를 맞은 것처럼 기분이 시원했다. 앞으로도 비 내리는 날 산사를 자주 찾고 싶다!

 


태그:#대흥사, #두륜산,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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