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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녹지과의 방제작업 현장. 꽃매미가 죽어 바닥에 떨어졌다.
 여의도 녹지과의 방제작업 현장. 꽃매미가 죽어 바닥에 떨어졌다.
ⓒ 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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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확 밟아 죽이세요."
"라이터에 스프레이를 뿌려서 불태우세요."

주황날개꽃매미(이하 꽃매미) 퇴치법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 같은 답변이 쏟아진다. 꽃매미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꽃매미를 싫어할까?

포도 농가의 피해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꽃매미가 징그럽고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꽃매미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러 굴러들어온 위험분자로 생각하기도 한다.

'황사를 타고 왔다', '중국 컨테이너에 알이 묻어왔다'는 소문에 사람들은 '중국 꽃매미'라는 이름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꽃매미는 1932년에 이미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확인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까지만 해도 개체 밀도가 너무 낮아 집계조차 되지 않았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꽃매미는 오래전 한국에 들어와 이미 정착한 외래종이다.

게다가 꽃매미는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도 않고,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살충제로도 충분히 퇴치가 가능하다. 요즘엔 천적도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꽃매미를 혐오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시선"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꽃매미의 여의도 습격사건?

영등포구청에서 여의도 증권가 가로수에 설치한 끈끈이에 꽃매미가 붙어있다.
 영등포구청에서 여의도 증권가 가로수에 설치한 끈끈이에 꽃매미가 붙어있다.
ⓒ 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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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매미의 이상 증식은 지난 2004년부터 감지되었다. 주로 서울·경기지역에서 나무 밑에 들끓는 낯선 벌레들을 목격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혐오스런 이 곤충이 무엇이냐'며 구청에 방제를 청했다. 2006년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확인에 나서면서 꽃매미 이상증식이 정부에 보고됐다.

농촌진흥청 해충연구 및 방제과의 이상계 박사는 "어떤 곤충도 이유없이 증가하는 것은 없다"며 지구온난화와 한국인들의 생활 방식변화를 꽃매미의 이상 증식의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했다.

"한반도의 수종이 침엽수에서 활엽수로 대부분 바뀌었다. 꽃매미는 활엽수를 좋아한다. 또한 80년대 이후 산간지방에서 낙엽이나 잔가지들을 연료로 쓰지 않은 것도 꽃매미에게는 호재였다. 20년 동안 쌓인 낙엽과 잔가지가 비엽토를 만들었고, 따뜻한 곳에서 월동하는 꽃매미가 서식하기 알맞은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꽃매미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늘어선 가죽나무에 꽃매미 수천 마리가 목격되자 영등포구청에서 부랴부랴 살충제를 뿌리고 끈끈이 테이프를 설치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꽃매미의 여의도 습격사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영등포구청 공원녹지과 자연생태팀 송현철씨는 "시민들에겐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꽃매미가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곳은 농촌, 특히 포도 농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꽃매미가 포도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배설물로 그을음병을 생기게 해 포도나무가 말라죽거나 월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꽃매미가 늘어나자, 포도 농가들이 크게 긴장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꽃매미 발생면적은 1헥타르(ha). 큰 포도밭 하나의 면적 정도였던 것이 2007년엔 7헥타르로 늘어나더니 2008년에는 92헥타르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방제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 5월 2500여 헥타르에 꽃매미가 들끓을 정도로 발생면적이 크게 늘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오는 10월까지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꽃매미가 확산될 것이라 예측했고, 정부는 올해 산림과 과수원 쪽에 돌발해충방제비로 4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인 방제에 나섰다.

이후 꽃매미는 일반 농가에서도 밀도가 확연히 줄었다. 농촌진흥청이 최대 피해지역으로 꼽은 경기도 안산·안성과 충청남도 천안의 농업센터 쪽은 "방제 효과 덕에 지금은 꽃매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의 오하포도농원 관계자는 "사실 살충제만 제때 잘 뿌리면 다른 곤충처럼 꽃매미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올해는 방제작업으로 꽃매미가 많이 줄었다, 포도는 건강하다"고 밝혔다.

인체에 해 끼치지 않아... "인간의 이기적인 시선"

"살충제를 뿌리면 바로 죽지 않아도 나무에 기어오르다 끈끈이에 붙어 죽어요."
▲ 여의도 꽃매미 살충작업 "살충제를 뿌리면 바로 죽지 않아도 나무에 기어오르다 끈끈이에 붙어 죽어요."
ⓒ 연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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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언론보도 속 자극적인 이미지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는 올해 처음 꽃매미가 확산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강원도 지역이나 친환경 농법 때문에 살충제를 많이 뿌리지 못하는 농가에서 나온 것이다. 이상계 박사는 친환경 농법에도 어느 정도의 살충제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법에 무조건 살충제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마크를 달려고 농가에서 안정성도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친환경 약품을 쓰게 된다. 어느 정도의 살충제를 써서 꽃매미를 제때 잡는다면 피해는 그다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해충이라는 것은 "인간의 이기적인 시선"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의 최광식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수액을 빨아먹고 그을음병 피해를 끼치는 것은 꽃매미뿐 아니라 매미과 곤충들을 비롯한 많은 곤충들의 습성이다. 꽃매미가 정상 밀도일 때는 나무를 고사시킬 정도까지 해롭지 않다. 또 나비처럼 가루를 날리지도 않아 인체에 해를 끼칠 것도 없다."

원산지인 중국·인도에서는 선호하는 곤충

꽃매미는 원산지로 알려진 중국 남부·인도·베트남 등지에서는 해충이 아니다. 오히려 화려한 색상으로 곤충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곤충이다. 또한 <중국본초강목><신농본초경> 등의 의학서에서는 꽃매미가 약용 곤충으로 분류된다. 꽃매미가 혈액순환에 좋고 해독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생리불순이나 종기를 치료하는 데 애용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잠자리와 파리매 같은 곤충들이 꽃매미를 먹는 것이 포착되었고 농촌 진흥청에서도 꽃매미의 천적이 될 '참 노린재'를 사육하고 있다. 또한, 꽃매미에 기생하는 미생물을 연구하여 생물학적 방제법을 병행할 계획도 있다.

노린재가 꽃매미를 잡아먹는 모습.
 노린재가 꽃매미를 잡아먹는 모습.
ⓒ 임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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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매가 꽃매미를 잡아먹는 모습
 파리매가 꽃매미를 잡아먹는 모습
ⓒ 임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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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가 꽃매미를 잡아먹는 모습
 박새가 꽃매미를 잡아먹는 모습
ⓒ 임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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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연유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0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꽃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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