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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바다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갔다.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바로로 향하였다. 빌린 튜브를 들고서 뛰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를 본 집사람도 참지 못하고 뒤를 따랐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이순으로 향하고는 있는 세월은 잊은 채로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연포 해수욕장.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에 위치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바나나를 매달고 신나게 달리는 모터보트의 굉음이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여름을 찬양하는 노래 소리로 들릴 뿐이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 또한 축제를 더욱 흥겹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바다는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은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사형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명사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분명하고 확실한 것을 추구하였다. 조금이라도 변화하거나 진행될 것으로 예상이 되면 머뭇거리게 되고 신중해지는 것이었다.

 

가족 피서를 결정하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아이들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 어른이 되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일정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보다 결정을 하는 데 더 큰 장애가 된 것은 바로 나의 태도였다. 신중함을 추구하다 보니, 아무런 결정도 할 수가 없었다.

 

 

동해안은 저온으로 인해 피서의 맛이 나지 않을 것이고 휴양림은 이미 예약이 끝나서 어려웠다. 남해안은 거리가 너무 멀다는 핑계가 앞섰고 제주도는 경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문제였다. 이런 나를 바라보면서 집사람은 처연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결국 집사람이 결정하였고 펜션 예약을 하고나서 알려주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서 펜션에 도착할 때까지 불평을 하였다. 토요일(8월 1일) 아침에 출발하니, 도로는 자동차로 넘치고 있었다. 피서 절정기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달리는 시간보다 정지되어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짜증이 났다. 그러나 아이들과 집사람은 신이 나 있었다. 흥얼거리면서 밀리는 것까지 즐기고 있었다.

 

동사형 인간.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자동차로 도로가 밀리고 있는 상황을 명사형으로 바라보게 되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동사형으로 인식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멈추어 있는 것은 움직이기 위한 필연적인 전제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펜션에 도착하니, 한적한 바닷가에 덜렁 한 채의 건물이 서 있을 뿐이었다. 주인이 안내해주는 대로 해수욕장이라고 하는 것에 가보니, 그것은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말은 원안 해수욕장이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었지만 갯벌뿐이었다. 조개 채취 체험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짜증이 났다. 그러나 아이들은 달랐다.

 

"아빠. 바로 옆에 연포 해수욕장이란 이정표를 보았어요."

아이들 말대로 5분을 움직이니, 연포 해수욕장이었다. 그 곳은 사람으로 넘치고 있었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과 집사람도 신이 나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백사장에 앉아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동사형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고통이 두려워 피하거나 도망치게 된다면 삶 자체는 언제나 형극의 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면 고통이 고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고통은 그것 자체만으로의 의미가 있고 그것을 이겨냈을 때에는 고통은 이미 고통이 아니다. 행복으로 변해 있다.

 

 

시련의 결과는 언제는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결과 앞에서 후회하고 불만을 표시한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결국은 그 모든 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고통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삶의 가치를 배가 시키고 행복을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고통에 감사해야 한다.

 

연포 해수욕장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을 선호하는 명사형 사고로서는 순간순간의 삶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움직일 수 있는 변화의 세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동사형 인간이 되어야 세상의 모든 경험을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동사형 사고를 해야 가능하다. 당장은 고난이 계속 되고 힘이 들어도 변화할 것이라고 믿고 노력하게 되면 희망이 보인다. 희망이 있는 삶은 아무리 어려워도 그 것을 능히 극복해낼 수 있다. 창공을 비상하고 있는 갈매기를 보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생산적 피서를 누리고 있음을 확인하였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가족, #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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