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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사랑이와 다롱이를 안고 있다. 아이들에게 개는 친구이자 한식구였다.
▲ 아이와 개. 시골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사랑이와 다롱이를 안고 있다. 아이들에게 개는 친구이자 한식구였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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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초, 지루하게 이어지던 장마가 이제야 끝난 듯싶다. 긴 장마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우리는 절망과 한숨을 지으며 눅눅한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오늘의 하늘은 태초 하늘이 열리던 순간처럼 파랗고 청초하다.

복달임의 계절이 싫은 반려동물들

잉크빛으로 열린 하늘과 풍경을 쉼없이 흔드는 싱그러운 바람, 그 바람을 맞으며 몸을 뒤채는 짙푸른 초목은 이러저러한 사건들로 까맣게 타들어간 우리의 폐부까지 순백으로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눅눅한 몸을 말리기에 더없이 좋은 날. 본격적인 휴가철인 팔월의 첫 월요일인 오늘, 어제에 이어 오늘도 도로는 여행지로 떠나고 돌아오는 차들로 붐빈다. 어제만 해도 기상캐스터는 활짝 열린 하늘을 배경으로 휴가 차량의 귀향 소식과 떠나는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복달임의 계절인 초복과 중복을 빗속에서 보낸 사람들. 아직 말복(8.13)이 남아 있으니 누가 뭐래도 지금이 한해 중에서 가장 덥다는 복중인 것이다. 하여 휴가와 함께 지친 육신을 추스려 보자는 몸보신의 유혹 또한 물리치기 어려운 게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것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

이 무렵이 되면 한적했던 시골길도 도시에서 몰려든 차량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이들은 햇살 쨍쨍한 해변가는 물론이고 돗자리를 펼 자리만 있으면 좁은 계곡이라도 마다 하지 않는다.

시골길을 달리는 도시 차량들 사이에는 확성기를 단 트럭도 있다. 적재함엔 철망을 3층 높이로 쌓았고, 그 철망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가득하다.

"개~~~사요~~~개~~~팔아요~~~~"

확성기에선 트럭이 시골길을 왜 달리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려준다. 철망 안에 갇힌 개들은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섞인 울음을 운다. 한때는 집을 지켜주는 집지킴이로 혹은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애완견으로 살았을 개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주인에 의해 먹잇감으로 팔렸다.

개들은 이제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한 뒤 개소주나 보신탕 혹은 사철탕 또는 영양탕이란 이름으로 식탐 좋은 사람들에 의해 어느 계곡에서 끓고 있거나 혹은 보신탕 집으로 갈 것이다.

철망에 갇힌 모녀. 죽음을 기다리는가. 슬픈 눈빛이다.
▲ 모견사진. 철망에 갇힌 모녀. 죽음을 기다리는가. 슬픈 눈빛이다.
ⓒ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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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가지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라 반려동물

오랜 세월 인간과 가장 친근한 관계를 유지한 개는 그동안 나눈 친밀도와 달리 보양음식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한 일로 대한민국의 보신문화는 세계적 논란과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때 프랑스도 개고기를 식용으로 썼다고 하지만 현재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 정도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 대한민국의 개고기 식용을 문제 삼을 때 우리(개고기 식용 옹호론자나 일부 저명인사들)는 국가마다 고유한 음식문화가 있다며 문화에 대한 침탈을 멈추라고 항변했다.

어떤 이는 당신들은 우리보다 더 혐오스런 짓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서로가 도진 개진인 처지에 우리가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 먹든 말든 개소리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개고기를 식용으로 먹는 것을 비난하는 것을 두고 '개소리'라고만 치부해야 할 것인가.

개고기 식용의 역사는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수렵과 천렵으로 살아가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우리의 생존 방법이 많이 달라졌다. 그 방법의 변화로 식용으로 주로 쓰이는 소나 말, 닭, 양, 돼지, 개 중에서 다른 동물들은 여직 가축의 형태로 남아 있지만, 개의 경우 가축의 정의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 된 것이다. 그러하니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삶의 형태가 변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개와 인간과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그동안 개와 고양이는 애완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개나 고양이가 반려동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개를 가지고 놀다 또는 희롱하다(애완견(愛玩犬)'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지금 개를 장난감(완구: 玩具)으로 생각하다 키우기 싫거나 병에 걸리면 팔거나 길거리에 버리는 몰상식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을 가지고 노는 것도 문제이지만, 사랑하다 아무 데나 버리거나 혹은 팔아 버리는 관계가 진정한 '사랑'의 관계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사랑이라는 말을 꺼낼 땐 그 대상이 누구든 상대에 대한 책임까지를 포함하는 것이 되지만 유독 동물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형태를 취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이다.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카라의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이 개고기 식용을 금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 거리 캠페인.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카라의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이 개고기 식용을 금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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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면 감옥가는 법 언제 생길까?

그런 이유에서이다. 동물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못한 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2년 생명존중과 동물실험 반대, 개 식용 반대, 오락동물 반대, 채식문화 운동 등의 기치를 내걸고 <아름품>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2006년에는 보다 발전된 모습의 동물보호활동을 하기 위해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 KARA>(대표 임순례 영화감독)를 설립했다. 카라는 동물보호법 개정 법률안을 시작으로 반려동물의 도축 및 식용금지 등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는 등 반려동물(개, 고양이)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들은 2007년 대한민국 최초 동물보호 잡지인 <숨>을 창간했는데, 두 번째 이야기가 얼마 전에 나왔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명예이사로 동물보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성악가 조수미씨의 인터뷰로 책 내용을 시작하련다.

"언제쯤 우리나라에도 동물을 학대하거나 버리면 벌금은 물론 감옥에까지 가는 제도가 생길런지요? 그래도 정 많고 착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을 생각해볼 때, 인간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고 싶어요. 사람들은 내 자식들, 내 가족, 내 친구들과 동그랗게 원형을 그리면서 살잖아요. 동그라미요. 그런 동그라미를 좀 더 크게 그려서 '내'가 아니라 '우리', 그리고 좀 더 크게 '동물'들, 한 공간에서 함께 숨쉬는 동물들까지도 사랑해 주시라는 말씀을 저는 꼭 드리고 싶어요"  
- 성악가 조수미씨의 인터뷰 내용 <우리 동그라미를 좀 더 크게 그리며 살아요> 중에서

조수미씨는 앙증맞게 생긴 개 '신디'를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신디는 그녀의 연주여행에 언제나 동행한다. 친구이자 한식구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반려자와 같은 동격체이다. 가지고 놀다 버리는 애완이 아니라 평생 같은 길을 걸어가는 파트너이자 '반려'인 것이다.

왜 반려동물인가?
▲ 책 본문. 왜 반려동물인가?
ⓒ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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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개가 보신탕으로 식탁에 오르지 않기를...

그래서 동물보호 잡지인 <숨>은 이번 주제를 반려동물로 잡았다. 잡지는 이제 우리가 동물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 버리는 애완동물으로 바라보지 말고 반려동물의 시각에서 바라 보자고 말한다. 그래서 주제도 '반려동물, 그 아름답고도 오랜 우정'으로 뽑았다.

책에는 반려동물에 관한 보석 같은 혹은 눈물 겨운 이야기들이 많다. 정치권이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할 말도 숨기지 않았다. 키우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버릴 것이라면 애초부터 키우지 말라는 충고의 글도 있다. 개나 고양이의 입장과 심정에서 바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고기를 드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몸보신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매우 많습니다. 형평성의 논리를 근거로 개고기를 옹호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그 논리는 우리 스스로를 부인하는 논리입니다. 나에게 아무 상관없는 죽음이라도 유가족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겸험이듯이, 생명을 살리는 문제에 있어서 감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감정에 빠져서도 안 되겠지만 분명히 감정은 고려되어야 합니다.

맥락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서로 상반되는 맥락이 공존할 때, 가능하다면 고통이 적은 방향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고통을 견뎌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언제라도 고기로 둔갑될 수 있다는 불안감 없이 살게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본문 '개고기를 드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중에서

책에는 이런 글도 있다. 이 글을 읽으며 어떤 이는 동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어떤 이는 '미친 소리하지 말라'며 화를 버럭 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무턱 대고 화를 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국은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수가 2007년 기준으로 59.5%나 된다고 한다. 반면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35%라고 하니 미국인들은 어린아이보다 반려동물을 더 좋아한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듯 싶다.

일본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수가 1천만 가구를 넘어선 지 오래이고 대한민국도 500만 가구 정도는 반려동물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으니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국민 중 개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무척 궁금했지만 그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을 살펴볼 때 열 명 중 개고기를 상용하는 이는 두어 명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책 <숨>에서는 개고기 식용에 대해서 국민적인 합의를 해보자고 세상에 주문한다. 우리의 전통 음식임을 주장하며 개고기 식용 합법화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하여 사랑하던 개가 하루 아침 우리의 식탁에 올라 보신용이 되는 것만큼은 피해보자는 것이 책이 전하는 내용이다.

16세기 이암이 그린 조선의 모견도를 표지에 넣었다.
▲ <숨> 표지. 16세기 이암이 그린 조선의 모견도를 표지에 넣었다.
ⓒ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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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키우던 개 누군가 보신용으로 잡아 먹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6년간 키우던 개를 올 2월경 누군가 잡아서 자신들의 식탁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집이 불타 주인인 내가 이곳저곳을 떠돌던 시절의 이야기라 눈물이 더 났다.

이젠 누군가의 보신용이 되었을 그 개와 함께 살면서 사람들로부터 핍박과 비난도 많이 받았다. 도시가 아닌 시골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개를 '내 자식'이라고 말하면 코웃음을 쳤다.

"개는 개답게 키워야지 뭔 소리여~"

이 정도 말은 공자님 말씀과도 같다. 이보다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 개를 대하는 내 생각이 존중 받지 못한 것에 대해 화가 치밀었지만 개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게 죄인처럼 느껴지던 동네라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개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오지 마을을 전전했다. 내가 인적조차 드문 곳인 지금의 마을에 정착했을 땐 개는 누군가에 의해 죽어 보신용이 된 후였다. 집을 구하기 일주일 전쯤이라 더 울었다.

며칠 전 서울로 가기 위해 진부 버스 터미널에 갔다. 터미널 안에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개를 세 마리나 키우고 있었다. 예닐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녀 아이들이 한 마리씩 안고 돌았다. 그 아이들에게 개는 친구이자 형제처럼 보였다. 그 개들이 보신탕으로 둔갑해 아이들의 식탁에 오른다면 그 아이들이 흘릴 눈물과 아이들이 겪어야 할 이별을 어찌 설명할까 싶었다.

우리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적인 행동이나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인간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도구를 사용하고 머리가 좋다는 이유로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들을 너무 학대했다.

인간 이하의 이기심으로 배반과 배신을 서슴지 않았고, 사랑한다는 개를 식탁에 올림으로서 사랑이라는 말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그 슬픈 인간의 역사를 개나 고양이가 알고 있고 하늘이 알고 있으니 어찌할까.

그동안 우리는 동물이었다. 이젠 우리도 동물이 아니라 인간으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는지 자문해본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광고 캠페인
▲ 개식용은 사라져야 합니다. 동물보호 시민단체 <카라>의 광고 캠페인
ⓒ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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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www. withanimal.net , 잡지 <숨> 12000원



태그:#보신탕, #반려동물, #영양탕, #애완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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