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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9일(금) 대법원이 주주 배정 방식의 에버랜드 사건에서는 무죄를, 제3자 배정 방식의 SDS 사건에서는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삼성 본관 검색대.
 지난 5월 29일(금) 대법원이 주주 배정 방식의 에버랜드 사건에서는 무죄를, 제3자 배정 방식의 SDS 사건에서는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삼성 본관 검색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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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무그따 아이가. 고마해라."

영화의 조직폭력배들도 할 만큼 했으면, 더 이상 상대에게 모질게 하지 않는다. 삼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삼성! 이제 정말 그만해라."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대한 삼성그룹의 광고 중단이 7월 들어 벌써 20개월째를 넘어서고 있다. 이 정도면 광고를 통한 언론탄압이다. 세계 언론사상 유래 없는 재벌의 언론에 대한 광고탄압이자 민주언론 죽이기다.

삼성은 지난 2007년 10월 말 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와 관련한 두 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한 불만으로 지금까지 광고를 중단하고 있다. 유신시대인 지난 1974년 동아일보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광고탄압은 결국 언론사주의 굴복으로 4개월 만에 끝났지만, 삼성의 광고 탄압은 조금 지나면 꼬박 두해 째를 넘길 참이다.

삼성은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고리를 스스로 끊어야 한다. 언론보도와 광고를 연계하려는 언론 탄압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은 국민기업이자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삼성부터 먼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삼성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 가장 우려하던 경영권 승계문제도 해결하지 않았는가. 재벌의 편법 승계에 대해 법원이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은 판결이었지만, 국민들은 그래도 삼성에게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길 바랐다. 삼성이 뭔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삼성의 사회공헌 경영이념은 어디로

최근 발표된 기업실적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최대 2조 6천억 원이라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달성했다. 세계적 경제위기에서 놀라운 실적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제 삼성은 기업경영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서도 국민들에게 이런 감동을 주어야 한다.

영업실적만 좋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기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삼성그룹 홈페이지에 있는 "국가와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경영이념과 "법과 원칙을 준수한다"는 경영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삼성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과 기업의 관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언론은 기업에 유리한 기사만을 내보내는 홍보 수단이 아니다. 기업의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갖고 있다. 언론과 기업은 은밀한 유착의 관계가 아니라, 개방적인 상호협조와 견제의 관계로 가야 한다.

언론의 본질적 기능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기 때문에, 언론은 권력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가끔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언론은 자기 회사에게 유리한 기사만 싣는 사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의 광고 중단은 슈퍼자본주의의 전형

문제는 언론과 기업이 갈등을 빚을 때,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와 후진적 권위주의 국가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언론이 정보전달의 수단을 소유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기업을 매도해서도 안 되지만, 기업의 광고 결정권을 비판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광고를 중단하는 광고탄압 수단으로 악용해서도 안 된다. 이는 언론과 기업 모두 공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다.

언론과 기업이 자신에게 유리한 수단을 악용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와 건전한 자본주의는 설 땅이 없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국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지적처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보완하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가 되어야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잡아먹는 '슈퍼자본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자율성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사회와 동떨어진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이 부도가 날 때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환율이 떨어질 때 대기업의 수출신장을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은 사회 공동체에서 국민과 함께 있는 존재다.

언론이 공기로서의 공적 책임이 있듯이, 대기업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 대기업은 민간 기업이라 해도 광고에 있어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광고를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데 악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의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에 대한 광고 중단은 슈퍼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은 왜 법적 구제절차가 아니라 광고 탄압을 선택했을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는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의 구제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의 청구, 민형사상 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회복을 위한 법적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삼성이 만약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이런 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에 입각한 언론과 기업의 갈등해소 절차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바로 재벌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광고를 중단시키는 '슈퍼자본주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것은 결코 민간기업의 광고 집행 자율권 행사가 아니라 재벌의 광고 중단을 통한 신종 언론탄압이며 재벌 자본주의가 건전한 민주주의를 잡아먹는 황소개구리의 민주주의 생태계 파괴행위다.

삼성은 지난 20개월 동안 별다른 말없이 슬그머니 광고를 끊었지만, 그 말 못할 사정은 삼성의 하청업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당시 삼성 비리에 대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 여론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 회장 승계 관련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 차원이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뿐만 아니라 삼성은 역대 정권에서 정경유착의 상징이었다. 지난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도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중심고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 비리의혹에 대한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보도는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내용이다.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책무다. 삼성의 광고 중단을 신종 언론탄압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언론의 공익적 보도에 대한 보복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는 삼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삼성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나 부패한 기업경영 행태에 대한 비판 아닌가. 삼성을 부정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듯이, 삼성의 잘못된 경영 행태를 옹호하는 국민 역시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잉사나 소니가 광고 탄압했다는 얘기는 없는데

세계적인 기업들은 삼성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 국제적 기업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고, 그 언론에 광고를 중단한 사례가 있는가. 미국 보잉사가 군수산업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에 광고 중단했다거나, 일본의 소니가 자신의 경영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고 <아사히신문>에 광고를 중단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삼성이 지난 20개월 동안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광고를 중단한 것은 아마 재벌급 대기업이 특정 언론에 광고를 중단한 세계 언론 사상 최장수 언론탄압의 신기록일 것이다. 삼성은 세계적 기업답게 행동하라.

삼성은 그동안 두 신문에 일반제품 광고뿐 아니라, 의견 광고나 이미지 광고도 일체 주지 않았다. 때문에 2008년 1월 모든 중앙일간지에 게재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 사과 광고도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그런데 유일하게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광고는 한겨레와 경향에도 실렸다. 삼성도 새로운 대통령은 무서웠나 보다. 삼성답다고 해야 하나, 삼성은 지독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삼성은 치졸하다고 해야 하나.

삼성 특검은 흐지부지되었고, 삼성 경영권 승계는 대법원이 면죄부를 줌으로써 합법적으로 이뤄지게 되었다. '삼성X 파일' 사건도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삼성은 거꾸로 피해자가 되는 놀라운 변신술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삼성의 뜻대로 되었다. 이제 광고 중단의 목적도 달성됐으니, 삼성은 정상적인 국민기업으로 돌아와야 한다.

삼성 더 이상 뭘 바라나

우리는 삼성의 언론 광고탄압을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뿐 아니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얼마나 언론의 자유에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삼성의 이번 광고탄압은 자본을 통해 재벌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며, 언론 자유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권력도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 직접적인 언론통제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자본을 통한 간접적인 언론통제를 시도할 것이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언론을 아예 재벌에 넘겨주려는 보수세력의 미디어법 개정이다.

기업의 비리를 비판했다고 광고 탄압으로 특정언론을 죽이려는 재벌의 행태를 보면서, 방송이 재벌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나라당이 밀어붙이려는 미디어법의 세상이 무섭다.

지금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지 않은가. 이 마당에 삼성은 뭘 더 그리 바라는가. 광고 탄압으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죽여야 속이 시원한가. 삼성에 비판적인 대상은 모두 없애고, 대한민국에 '삼성어천가'가 울려 퍼져야 황소개구리의 식성은 멈출 것인가.

"삼성, 이제 그만 해라. 충분히 탄압했다"

대한민국에 '삼성그룹사보' 같은 언론만 존재하고, 비판언론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삼성이 꿈꾸는 사회가 아니라면.

권력의 언론탄압도 문제지만, 재벌의 언론탄압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면, 민주주의 근간이 무너진다. 삼성의 이번 광고 탄압을 전형적인 재벌의 언론탄압으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신종 언론탄압인 재벌의 광고탄압에 대한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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