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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두뇌집단인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가 '신형' 엔진을 달았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지적하자 '사교육과의 전쟁' 토론회를 열었고, 검찰의 <PD수첩> 수사결과 발표 뒤엔 'PD저널리즘'의 문제를 공론화했다. '싱크탱크'라기보다는 '액션탱크'의 면모다.

 

그 중심엔 진수희(54·서울 성동갑·재선) 한나라당 의원이 있다. 지난달 1일 진 의원이 소장에 취임하면서 여연에 힘이 붙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반면, "여연이 청와대의 지원사격 부대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있다. 진 의원이 '친이 핵심'인 탓에 그런 목소리엔 더 힘이 실린다.

 

"정부 지원사격, 여연이 해야 할 일"

 

진 의원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것(지원사격)이 바로 여연이 해야 할 일"이라며 되레 인정했다. 9일 오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다.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발사'되면, 무슨 뜻인지를 파악해 당에서 뒷받침"하는 것도 여연의 '역할'이란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다른 몸'일 수 없다는 얘기다.

 

큰 맥락에서 보면, 여연이 제안한 '한나라 장학재단'도 대통령의 '서민중심·중도강화'론과 보조를 맞추는 일이다. 진 소장은 이와 함께 ▲모든 당협이 참여하는 '당원자원봉사단' 가동 ▲민생경제비대위 구성도 당 최고위원회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모두 '부자정당'에서 '서민정당'으로 옷을 갈아입으려는 시도다. 이와 함께 진 의원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배경도 공개했다. 지난달 말 여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중 하나다.

 

'한나라당과 관련한 두 가지 중 어느 주장에 공감하느냐'는 문항에 대한 답변이 그에게 충격을 줬다. 진 의원은 "이 질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답한 비율은 23.8%인 반면, '부자와 상류층을 대변한다'는 응답은 63.5%였다"며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에 투표한 층 중 58.5%만이 정치현안과 정책 면에서 자신의 입장과 가까운 정당을 한나라당이라고 응답했다"며 "지지층의 이탈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 대변 정당' 64%-'서민 대변 정당' 24%... 위기감 들어"

 

그러면서 진 의원은 "야당 시절의 여연은 '정책개발'에 집중했다면, 여당의 여연은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민심에 부응하는지 사후 검증까지 함께 해야 한다"며 정책개발 전후에서 여연이 기민하게 움직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연에서 다듬고 있는 정책도 귀띔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밝힌 공약이 토대다. 진 의원은 "이 중 서민과 관련된 내용은 집행 가능한 정책으로 되살려 제안하려고 한다"며 주택·교육 정책을 예로 들었다.

 

진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선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이와 함께 "여연에서도 제도 개선(당헌·당규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진 의원은 "현재의 대선 후보 경선 방식으로는 후보 입장에서는 '의원 줄세우기'란 유혹을 떨치기 어렵고 의원 역시 유력주자에 줄을 서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전 당원 투표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이 방식대로 하면 의원 한두 사람의 지지 여부가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으니 폐해를 줄일 수 있고, 모든 당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선후보 방식 개선해야... '전 당원 투표제' 도입 검토 중"

 

'대통령의 '서민중심·중도강화론'을 국정기조 변화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 의원은 "지난 1년 반 이명박 정부가 견지해온 기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 이른바 '부자감세'와 관련해 "경제위기 극복과 징벌적 세제를 바꾸겠다는 대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며 "이제 큰 고비를 넘겼으니 상대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은 서민이나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진 의원은 여연 최초의 여성 소장이기도 하다. 의원이 되기 전에는 1995년부터 9년간 연구위원으로서 일했다. '친정'에 복귀한 셈이다.

 

진 의원은 "내게는 여연이 정규직으로서는 첫 직장이었다"며 "오랜 기간 근무한 곳의 소장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 막중한 책임감 느껴"

 

- 여의도연구소 최초의 여성 소장인데.

"내게는 여연이 정규직으로서는 첫 직장이었다. 내가 오래 근무한 곳의 소장으로 간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었고 감회도 컸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 야당시절의 여연과 여당의 여연은 역할이나 위상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내가 연구위원으로 일할 때와 지금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야당 시절 연구소일 때는 우리가 직접 정책 개발을 해야 했다. 정부부처나 국책 연구기관의 자료도 공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외부 전문가나 교수들과 공동작업을 하거나 용역을 주는 일이 많았다. 이제 여당이 됐으니 정부부처나 국책 연구기관에서 1차로 생산된 결과물을 놓고 우리 당의 입장에 비추어 어떤지를 조사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또 정부보다 민심에 가깝게 있으니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판단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사전 스크리닝과 사후의 정무적인 판단·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 소장 취임 이후 '학원 심야교습 금지'와 관련해 사교육 대책을, MBC < PD수첩 > 수사와 관련해서는 PD저널리즘을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인데.

"그간 여연에 대해서 당내에서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다'는 불만이 제기됐었다. 당의 부설 연구기관이니 당장 당에 필요한 일들을 발빠르게 해야하는데 다른 외부 학술연구소나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의견들을 잘 알고 있었던 터여서 그때그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장을 만들었다."

 

- 이에 대해서는 진 소장이 '친이 핵심'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지원사격'한다는 시각도 있다.

"나는 그게(지원사격이) 연구소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대선경선 때부터 2년여 동안 대통령과 일해왔고 청와대 참모들과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시고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하시는지를 비교적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차원에서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발사'되면, '아, 저게 무슨 뜻이구나, 어떻게 하려는 것이구나'를 파악해 당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다."

 

"장학재단, 여연 연구위원 아이디어... 보는 순간 눈이 번쩍"

 

- 특히 '한나라 장학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재단법인 청계'에 발맞춘 행보란 의혹도 있다.

"청계재단 발표 계획에 대해선 사전에 전혀 몰랐다. 한나라 장학재단은 여연의 연구위원이 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소장으로 취임했을 때가 마침 쇄신론이 불거졌을 때라 연구위원들에게 '당 대표가 된 입장에서 당이 어떤 방향으로 쇄신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어느 한 연구위원이 낸 보고서에 한나라 장학재단 아이디어가 있었다. 당의 강점과 약점, 위기요인·기회요인을 분석한 뒤에 '부자정당' 이미지가 있으니 서민을 위한 액션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면서 장학재단 설립 의견을 적어놨더라. 그걸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뒤 여연 여론조사팀에서 우리 당의 이미지와 관련된 조사도 해봤더니 예상대로였다. 이런 데이터와 당 이미지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지난 2일) 최고위 비공개 회의 때 보고한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

"세 가지다. ▲당원 자원봉사단 가동 ▲민생경제비대위 구성 ▲한나라 장학재단 설립이다. 자원봉사단은 중앙당부터 각 당원운영협의회까지 당원들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단을 가동해 독거노인, 서민·빈곤층을 돕자는 계획이다. 민생경제비대위는 '서민행복 한나라추진본부'(본부장 정병국)와 합하기로 했다. 세 안에 대해서 최고위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당 이미지 조사 결과는 어땠나?

"짐작은 하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인 수치로 된 결과를 보니 긴장도 되고 위기감도 들었다. '한나라당과 관련한 다음의 두 가지 중 어느 주장에 공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답한 비율이 23.8%, '부자와 상류층을 대변한다'는 응답은 63.5%였다. 또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에 투표한 층 중 58.5%만이 정치현안과 정책 면에서 자신의 입장과 가까운 정당을 한나라당이라고 응답했다. 지지층의 이탈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답변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중심·중도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국정기조 변화로 해석해도 되나?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 반 견지해온 기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됐으니 바꾸겠다는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 반 동안은 예기치 못했던 뜻밖의 위기 상황이 많았다."

 

"청와대에 쓴소리도 할 것... '서민신용보증기금' 등 서민 정책 준비 중"

 

- 종부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등 이른바 '부자감세'도 위기 극복의 차원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는 것인가?

"그렇다. 징벌적인 세제를 정상적인 세제로 바꾸겠다는 (대선 과정에서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했다. 소득세·법인세 인하도 고소득층의 소비 진작,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큰 고비는 넘겼다고 본다. (대통령의 말은) 앞으로는 그간 상대적으로 고통을 많이 받았던 서민이나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민층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다. 서민들이 보낸 지지나 기대에 이제 부응해야 한다."

 

- 대통령이 언급한 '근원적 처방'은 무슨 뜻으로 보나.

"정치개혁의 화두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흔히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싫어해 외면한다고들 하는데, 대통령은 누구보다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아마 임기 첫 해에 정치개혁 화두를 던졌을 것이다. 대통령이 문제제기해온 지역갈등·정쟁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정치개혁의 틀을 얘기(제시)하시리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경험에 비춰 대통령 후보 선출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방식은 후보 입장에서는 '의원 줄세우기'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구조다. 의원 한 사람을 포섭하면 1000명에 가까운 대의원이 따라온다. 의원도 유력 주자한테 줄을 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을 느낀다. 의원 한두 사람의 지지 여부가 대세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선거인단 규모를 크게 하는 '전 당원 투표제'를 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당원 입장에서도 자기가 속한 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건 큰 이벤트다. 모두가 참여해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연에서도 대선후보 선출방식 개선을 검토 중이다."

 

- 앞으로 여연이 청와대나 정부에 쓴소리나 역제안도 할 것인가?

"당연히 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밝힌 메시지나 약속, 정책을 점검하고 있다. 그중 서민과 관련된 내용은 집행 가능한 정책으로 되살려 제안하려고 한다. 신혼부부나 평생 자기 집을 가져보지 못한 이들이 주택 마련 과정에서 가지는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 돈 없어서 공부를 못하거나 대학에 못가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구체적인 (주택·교육)정책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용불량자들이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신불자'란 딱지를 뗀 뒤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적으나마 종잣돈을 확보하도록 돕는 '서민신용보증기금' 설치를 준비중이다."

 

- 여연 소장으로서 포부를 밝혀달라.

"여연이 당 어딘가에 액세서리로 존재하는 수준을 넘어서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의 '싱크탱크'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으면 한다. 항상 민심을 헤아리면서 민심에 다가가는 정당이 되도록 하는 데 일조하겠다.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당과 당밖을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다. 그래서 길게는 정권재창출의 산실이 되도록 하겠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진수희, #여의도연구소,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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