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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은 놀토가 되면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지 고민되겠지만 우리 집은 금요일 숙모와 함께 할머니 집에 가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올해도 한 번 정도 집에서 놀토를 보냈을 뿐 할머니 집에 보냈다. 할머니가 놀토 주간만 되면 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전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27일)은 우리 집에서 놀토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제 공부방에서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보러 갔다가 저녁 8시쯤 돌아왔기 때문에 할머니 집에 갈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어디 가자는 말은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내와 고민 끝에 점심을 밖에서 먹고 그 다음 일정은 몸 가는대로 가자면서 집을 나섰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막둥이가 나섰다.

"아빠 어디가요?"
"아빠도 몰라!"
"아빠가 모르면 어떻게 해요? 형아는 아빠가 어디가는지 알겠어?"
"나도 모르지. 아빠가 고속도로를 가면 할머니 집에 갈 거고, 고속도로가 아니면 나도 어디가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할머니 집인지, 아니면 재미있는 곳에 갈 것인지 자기들끼리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큰 기대는 실망을 안겨줄 것인데 괜히 집을 나섰다는 생각을 했다. 점심 매뉴는 '냉면'과 '만두'였다. 막둥이는 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다음에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가다보니 진양호였다. 진양호에는 가족쉼터라는 작은 공원이 있다. 조용하고, 발지압과 여러 운동기구도 있어 가족들이 나들이 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해바라기'였다. 아직 다 자라지는 않았지만 큼직한 꽃이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해바라기는 해를 보는 꽃일까?

진양호 가족 쉼터에 핀 해바라기
 진양호 가족 쉼터에 핀 해바라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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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호 가족 쉼터에 핀 해바라기
 진양호 가족 쉼터에 핀 해바라기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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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아 해바라기가 무슨 꽃인지 알아."
"해가 가는대로 꽃이 따라간다고 해바라기라고 하잖아요.'
"그런지 어디 한 번 지켜볼래"

"싫어요. 발지압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놀아야지 해바라기 볼 시간이 어디 있어요."

막둥이는 꽃을 하나 꺾어 자기 귀에 꽂았다. 자기를 찍어 달란다. 지난 가을부터 이가 빠지더니 벌써 6개가 빠졌다. 한꺼번에 빠진다. 아랫니 두 개는 나고, 아직 네 개는 나지 않았다. 앞니 빠진 개오지이다. 이가 네 개나 빠졌으니 말 할 때마 말이 샌다.

이가  빠진 막둥이 정말 말 안 듣는다.
 이가 빠진 막둥이 정말 말 안 듣는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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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사진 <오마이뉴스>에 올릴 거예요?"
"<오마이뉴스>에 왜 올리는데?"


"올리세요. 내 멋진 모습을 올려주세요."

"누가 네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하겠어? 완전히 앞니 빠지 개오지인데."

"개오지 개오지가 무엇이에요?"
"응 개호지라는 경상도 사투리야."

"개호지는 또 뭔데요?"
"개호지는 호랑이 새끼를 말해."

"내가 그럼 호랑이 새끼란 말이에요?"

아내와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할 말, 하지 못할 말 다 해버린다. 막둥이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늘이 중요하다. 군것질을 해도 가장 빨리 먹는다. 형과 누나는 아껴 먹지만 그냥 먹어버린다. 먹고나서 형과 누나에게 좀 달라고 한다. 막둥이가 꽃을 꽂은 것을 보자 옆에 있던 딸이 엄마를 꽃 꽂은 공주로 만들어주겠다고 나섰다.

딸과 막둥이가 엄마를 꽃을 단 공주로 만들어주겠다면서 아내 귀에 꽃을 꽂아주고 있다.
 딸과 막둥이가 엄마를 꽃을 단 공주로 만들어주겠다면서 아내 귀에 꽃을 꽂아주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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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싱글벙글이다. 막둥이와 딸이 공주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얼마나 좋겠는가. 엄마를 꽃 공주로 만든 후 엄마에게 뽀뽀하면서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말한다. 그래 가장 예쁜 사람이지. 한 참을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풀을 만났다.

강아지풀
 강아지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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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 보였다. 작은 강아지풀 여럿과 함께 있었지만 왠지 외로워보였다. 강아지풀은 사람이 손바닥에 올려놓은 방향에 따라 사람에게 다가오고, 떠나간다. 막둥이가 강아지풀을 꺾으려고 했지만 말렸다. 오늘은 사람에게 자기 인생을 맞기지 않고, 강아지풀이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태그:#놀토, #해바리기, #개오지, #강아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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