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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 토요일. 마을에 있는 한신대 신대원 운동장에서 마을잔치가 열렸습니다. 서울 북부지역에 있는 20여개의 지역단체들과 10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장터>란 이름으로 6.15공동선언 9돌을 기념하는 화해와 평화의 잔치였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학용품들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팔고있다.
▲ 이서원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학용품들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팔고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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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풍경

잔칫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지요. 개인과 단체가 준비한 음식들이 한신대 운동장 한 켠에 자리를 잡았고 그 날 준비한 식재료와 간식은 불이 나게 다 팔려버렸습니다. 여느 장터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금세 먹을 게 동이 나 버린 것이지요.

유기농 샌드위치를 아이와 함께 팔고 있는 참가자
▲ 장터사진 유기농 샌드위치를 아이와 함께 팔고 있는 참가자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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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 밑에는 어린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옷, 책, 장난감, 딱지, 악세사리 등 여러 물건들을 가져와 돗자리를 펴고 벼룩장터를 열었지요. 이번 행사에 함께한 <녹색마을사람들 부속 마을속작은학교> 장명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물건을 팔아보는 경험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며 "아이들은 벌써 가족장터가 또 언제 하는지 묻는다"고 전했습니다. <아름다운 마을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도 자리를 펴고 물건을 팔았습니다.

어른이 아이의 물건을 보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어른이 아이의 물건을 보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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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쭈뼛거리며 소심하게 물건을 팔다가 나중엔 소리도 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학교에서 배운 택견 시범도 보였답니다. 덕분에 물건도 많이 팔 수 있었다고 해요. 장터에 참가한 사람들은 신청하기에 앞서 수익금의 일부를 <북한 어린이를 돕는 콩우유보내기 사업>에 자발적으로 후원하기로 약정을 하였지요. 행사가 끝날 무렵 장터를 마무리한 사람들은 후원함에 하나둘 돈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많은 돈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통일을 소망하며 함께 이루어낸 작은 성과였어요.

무료진료와 법률상담

운동장에 들어서며 처음 보이는 천막에는 <아름다운 생명사랑> 회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진료와 상담을 진행해주었고 <강북 도봉 민주노동당>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가족장터 안에서 주민들의 민생에 관한 어려움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화해와 평화를 원해요

운동장 중앙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책상이 여러 개 연결되고 그 위에 검은 김이 길게 연결됩니다. 김 위에 사람들이 밥을 얹고 김밥에 들어갈 재료들을 올립니다. 이제 다 함께 김밥 옆구리가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김밥을 말기 시작합니다. 6.15m의 초대형 김밥을 말고 있는 중입니다.

김밥을 만드는 많은 손들 사이로 얼굴을 내민 어린이
▲ 6.15m 초대형 김밥 만들기 김밥을 만드는 많은 손들 사이로 얼굴을 내민 어린이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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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 완성되자 사람들이 환호합니다. 통일을 염원하며 만들어진 김밥을 칼로 자르자 순식간에 김밥들이 사라집니다. "너무 재미있는데 내년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김밥 만들기를 여러 번 했으면 좋겠어요." 김밥 만들기에 참여한 한 주민이 눈깜짝할 새 사라진 김밥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말을 꺼냅니다.

참가자들이 백두산 천지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백두산 사진을 배경으로 찰칵 참가자들이 백두산 천지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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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천막에는 커다란 백두산 천지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천지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영락없이 백두산에 다녀온 사진으로 보이네요. 주민들에게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무료로 찍어 직접 현상해 주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자유롭게 백두산에 올라 맘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문익환 통일할아버지 부조상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문익환 통일할아버지 스케치 대회 문익환 통일할아버지 부조상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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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운동장에는 통일할아버지 문익환 목사님의 청동시비가 있습니다. 문익환 할아버지는 남북의 긴장을 통해 정권유지에 이용하던 서슬퍼렀던 군사독재정부 시절, 누구도 남과 북이 만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시기에 평양 공항에 나타나 북한 최고 지도자를 가슴으로 끌어안으며 사랑만이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들 수 있음을 온 몸으로 이야기해주신 로맨티스트세요. 지금도 생가가 인수동 동사무소 옆에 자리잡고 있고 아내인 박용길 장로님이 그 집을 지키고 계시죠. 아들 문성근씨는 배우로도 유명합니다. 이 날 초등학교 어린이 40여명은 청동시비 앞에서 문익환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렸어요. 문목사님의 주름 하나하나를 묘사해가는 솜씨가 무척 뛰어났습니다. 

퀴즈를 풀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 통일 OX퀴즈 대회 퀴즈를 풀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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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명이 참여한 통일 OX대회도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초등학생이었어요. 통일 OX대회에 마지막 생존자가 초등학생이란 사실이 무척 밝은 징조로 다가왔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축하공연

마지막 시간에는 참가한 주민들과 단체참가자들이 다같이 모여 축하마당을 가졌습니다. <생명평화연대> 기타소모임에서 준비한 멋진 공연, 인수동 놀이패 <신명나게 놀자>의 흥겨운 춤공연 등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멋진 공연이 이어졌지요. 인수동의 한 아이엄마는 남북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신 노무현대통령을 생각하며 함께 <상록수>를 합창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열열한 호응 속에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다
▲ 생명평화연대 기타소모임 사람들의 열열한 호응 속에 연주와 노래를 하고 있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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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생각하며 주민들과 함께 합창을 하고 있다.
▲ 상록수를 열창한 아기엄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생각하며 주민들과 함께 합창을 하고 있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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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공연만으로도 이 날의 축하의 자리는 무척 뜨거웠다.
▲ 주민들을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참가자들 주민들의 공연만으로도 이 날의 축하의 자리는 무척 뜨거웠다.
ⓒ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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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000년 6.15공동선언 전문을 참가한 주민들과 함께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가한 주민들 모두 행복한 웃음이 넘쳐나는 행사였습니다.

남과 북의 문제든, 가정 안에서의 문제든, 친구 사이의 문제든 분열과 분쟁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즉 분열과 분쟁은 무능력의 소산이지요.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화해하게 만들고 평화를 이루게 만드는 것은 능력 중에도 아주 큰 능력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종일관 무능력함을 드러내며 남북관계를 분열과 분쟁으로 내버려두지 않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가 능력을 가진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

2010년 6월에도 615공동선언 10돌 맞이 마을잔치가 열려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기쁜 자리가 되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인수동 마을신문(welife.org)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가족장터, #615공동선언, #마을잔치, #평화,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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