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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귀에 경 읽기다.
▲ 등 돌린 민심. 소 귀에 경 읽기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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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무소불위. 아무도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당당하다. 오만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섬뜩하다. 하긴 노무현 대통령 초기 검사와의 대화에서 시골 면장 출신 아들로 검사가 된 이가 현직 대통령을 보기 좋게 욕보이기도 했으니, 대통령도 두려워하지 않는 검사야말로 하늘이 내린 직업이기도 하겠다.

검찰, 백성 향해 겨눈 칼끝을 권력으로 돌려라

검찰독립이 화두였던 때가 있었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것에 대한 자체적인 반성과 권력과 결별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이 맞물려 돌아가던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현직 대통령을 욕 보이는 검사를 본 일이 없어 당혹스럽긴 했지만 검사의 기개는 살아있었다.

그럼에도 뭔가 어색했다. 살아있는 '검사의 기개'라는 것이 고졸 출신의 대통령 정도는 우습게 보거나 '당신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우리에겐 꼼짝마라야!'라고 비아냥대는 듯싶어 먹은 음식이 갑자기 걸려 체증이 생기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부장검사 자리 하나씩은 꿰어찬 당시의 평검사들. 그러나 그들은 정권이 바뀌고 나선 '살아있는 기개'를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하지 않았고 일부 검사들은 검찰독립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들의 철저한 생물학적 반응에 백성은 기가 찼다.

변심한 일부 검사들은 현직 대통령을 욕 보이는 대신 전직 대통령을 작심한 듯 끝까지 욕보였다. 갓끈 떨어진 전직 대통령이니 거리낌도 없었다. 오래전 그들의 선배들이 써먹던 방법이 총동원되었다.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보수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비열함의 극치를 견디지 못한 전직 대통령은 스스로 부끄러워 벼랑에서 몸을 던졌다.

백성들은 당시 수사를 책임진 검사와 정치보복에 나선 이명박 정권에게 '포괄적 살인'이라는 죄를 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일부 검사들은 지금껏 아무런 죄의식조차 없이 여전히 폭탄주를 돌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의 변심은 재빠르고도 기민했다. 양심이니 도덕성이니 하는 말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켰다. 정권이 바뀌자 그들이 보인 모습은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좌파 정부' 아래서 검찰 노릇한 게 부끄럽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하여 그들은 일제 강점기 때 친일을 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그랬듯 권력을 향해 칼끝을 겨누기보다 진실을 알고 있는 백성들에게 날 선 칼을 겨누었다.

한번 '찍은 사람은 반드시 요리한다'는 행동강령이라도 있었던가. 촌부로 살아가는 전직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도 부족해 무고한 백성들을 죄인 취급하며 겁박하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그렇게 당했고 촛불 든 백성들이 그렇게 당했다.

6월10일 용산을 찾은 작가들이 참사현장에 벽시를 쓰고 있다.
▲ 벽시 6월10일 용산을 찾은 작가들이 참사현장에 벽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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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사는 서러움이 크다.
▲ 집회가 아닌 문화제.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사는 서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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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로 보수신문 신났다

며칠 전 검찰은 MBC <피디수첩> 수사 공개를 하면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김은희 작가의 개인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이었다지만 명백한 사생활 침해였다.

검찰은 자신들의 부실한 수사 내용을 감추려 김 작가의 이메일을 활용했다.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의 언론플레이는 적중했고 성공했다. 수사 결과에 특별한 꺼리가 없던 보수 신문들은 신이 났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김 작가의 이메일을 집중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00일 된 정권 생명줄 끊어놓고 …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라는 끔찍한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장식했다. <조선일보>는 그것도 부족해 <PD수첩 작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狂的으로 했다">는 사설로 확인 사살을 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라고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김 작가를 추적보도하기까지 했다.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적용된 죄목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명예훼손은 정운찬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고, 업무방해는 미국산 수입쇠고기 수입업자들에 대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죄의 요지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기실 기소 내용보다 김 작가의 이 메일을 더 중요시했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문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찰이 노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여 부실한 수사를 정당화하고 <피디수첩> 제작진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려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전은 그렇게 성공했다.

그들의 작전에 동원된 김은희 작가의 이 메일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광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겠지만, 이미 김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았던 모멸감이나 치욕감보다 더 큰 상처와 충격을 받고 말았다.

굳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검찰이 백성을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검찰은 이제 한 여인에게 덧칠해 씌운 '빨간색'을 어찌할 셈인가. 한 여인의 인권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아도 된단 말인가. 그것도 입만 열면 법치를 주장하는 대통령이 있는데….

아직 백성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취임 연설을 잊지 않고 있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약속이야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백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는 것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다 좋다. 부실한 수사결과를 슬그머니 감추기 위해 위장전술을 썼다고 인정하자. 아니, 검찰의 발표대로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이 체제를 전복(군사독재 시절 검찰이 이런 조작을 많이 했음)할 정도로 가공할 내용이라고 하자. 그래서 참고 자료쯤 될 수 있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워 만천하에 공개했다고 치자. 그 개인적 메일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와 무슨 상관이 있나.

프로그램 편집 의도에 대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심증적 물증이라서 공개했다? 백성이 웃는다.

불태워진 시신 다섯구와 함께 아빠의 청춘도 불탔다.
▲ 아빠의 청춘은 어디로... 불태워진 시신 다섯구와 함께 아빠의 청춘도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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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맞냐?
▲ 어린 손자도 아는 일. 사람 죽이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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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수사 기록 공개 않는 이유는 정권 유지 때문?

또 좋다. 그런데 왜 검찰은 용산 참사 수사 기록 3000여 쪽은 공개하지 않나. 수사 기록이 하찮은 백성의 것이 아니라 공개하지 않는 건가. 살인 진압에 나선 경찰지휘부의 진술 조서와 용역 깡패와 경찰의 관계가 들어있어 '감추어야 할 비밀'이어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인가.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일어난지 150일째. 정권의 안전(?)을 위해 사망한 경찰관은 장례를 치렀다고 하나 생존권을 외친 철거민 5명의 시신은 아직도 병원의 냉동고에 그대로 남아있다.

용산 참사 1만여 쪽의 수사 기록 중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3000여 쪽은 용산참사의 원인 및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 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데, 검찰은 왜 꼭꼭 숨겨두는가.

그 이유는 <피디수첩>의 경우와 다르게 수사 기록이 공개되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가공할 내용이 들어 있어서가 아니던가. 그리하여 이명박 정권의 안전이 보장될 수 없으므로 비공개하는 것이 아니던가. 

1월 20일의 참상을 백성들은 똑똑히 보았다. 진압 경찰을 피해 난간에서 버둥대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백성이 있었고, 화염이 치솟았다. 백성들이 불길에 휩싸인 망루를 보며 "저기, 사람이 있다!"고 외쳤지만 권력자에게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용산 참사를 본 송경동 시인은 이렇게 울부짖었다.

불에 그을린 그대로
134일째 다섯 구의 시신이
얼어붙은 순천향병원 냉동고에 갇혀 있다

까닭도 알 수 없다
죽인자도 알 수 없다
새벽나절이었다
그들은 사람이었지만 토끼처럼 몰이를 당했다
그들은 사람이었지만 쓰레기처럼 태워졌다
그들은 양민이었지만 적군처럼 살해당했다

평지에선 살 곳이 없어 망루를 짓고 올랐다
35년째 세를 얻어 식당을 하던 일흔 둘 할아버지가
25년, 30년 뒷골목에서 포장마차를 하던 할머니가
책대여점을 하던 마흔의 어미가
24시간 편의점을 하던 아내가
반찬가게를 하던 이웃이
커피가게를 하던 고운 손이
우리의 처지가 이렇게 절박하다고
호소의 망루를 지었다

돌아온 것은 대답없는 메아리였고
너무나도 신속한 용역과 경찰의 합동작전이었다
6명이 죽고 십여 명이 다치고
또 십수 명이 구속되었다
이웃이 이웃을 죽였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이었다
단지 쓰레기를 치웠을 뿐이니
단지 말을 잘 듣지 않는 짐승 몇을 해치웠을 뿐이니
경찰과 용역깡패들과 정부와
대통령은 아무런 죄도 없었다

- 송경동 시인의 시 '이 냉동고를 열어라' 중에서

시인이 눈물로 써 내려간 시처럼 검찰은 '단지 쓰레기를 치웠을 뿐'이라 당당한가. 혹은 '단지 말을 잘 듣지 않는 짐승 몇을 해치웠을 뿐'이어서 짐승이나 쓰레기 치운 일을 두고 고귀한 검찰의 입으로 그런 공개를 한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권력에 기생하며 출세만을 위해 살아온 검찰의 역사를 백성들은 숱하게 보아오고 경험했다. 지금의 검찰이 그 역사를 이어간다면 이는 국가의 불행이다. 이러한 지적에 당당하다면 검찰은 지금이라도 용산 참사에 대한 수사 기록을 모두 공개하라.

박물관으로 보내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이 살아서 백성들의 입과 손을 묶는 일은 더 이상 보고 싶지도, 그런 자들과는 한 하늘 아래 함께 숨 쉬고 싶지도 않다. 백성이 검찰에 위임한 것은 '백성들을 위한 법치'이지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법치'가 아님을 잊지 말길 바란다.

권력은 짧다.

검찰은 용산 참사 수사 기록 공개하라!
▲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 검찰은 용산 참사 수사 기록 공개하라!
ⓒ 김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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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산참사, #이명박, #피디수첩, #살인진압, #검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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