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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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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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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죽이기>. 이 도발적이고, 과격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책제목이 14년 만에 부활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6·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 기념 강연에서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지 말자.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살아나고 있고 빈부 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심해졌다"며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으로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 후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그 중에 눈길을 끈 비판은 <조중동>이었다. 조선일보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 국가 원로다운 언행을> 사설에서 "올해 86세의 국가 원로인 김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반(反)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듣기에 민망하고 거북하다"고 했으며, 동아일보는 <'민주' 탈 쓰고 反민주 부추긴 DJ의 정권타도 선동> 사설에서 민주선거로 선출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두고 "DJ는 민주의 가면을 쓴 반민주주의자임을 보여줬다"고 맹비난했다.

강준만은 1995년 1월 "적어도 최근 십수 년간, 한국 정치와 관련하여 가장 두드러진 음모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김대중 죽이기'"라면서 "집단적인 탐욕과 음모와 무지와 위선과 기만에 희생된, 앞으로도 희생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바로 김대중"이라고 했는데 그 '앞으로'가 14년이 지난 2009년 6월에도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강준만은 <김대중 죽이기>에서 "우리나라 정치평론은 대부분 쓰레기"라면서 "우리나라 정치평론이 쓰레기라는 데 동의하거나, 아니면 그런 주장을 한 강준만이 정신나간 놈이라는" 양자택일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정치평론을 쓰레기라고 표현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강준만은 '언론'과 '지식인'을 맹비난한다. 강준만은 언론이 김대중을 먹고 자랐으며, 어떤 때는 영웅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독자들의 눈을 속여왔다고 말한다.

"분명히 해두자. 당신은 그동안 언론이라는 창문을 통해 김대중을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창문은 김대중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거이니와, 더러운 때와 의도적인 분탕질로 투명하지도 않았다."(16쪽)

이 언론 중심에는 <조선일보>가 있다. 강준만이 <조선일보>에 주목한 이유는 '의제 설정'을 주도하는 신문이면서 "철저하게 이념적인 동시에 철저하게 상업적인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극우와 극좌에 치우친 신문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데 <조선일보>만 성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 <조선일보>가 김대중을 아주 교묘하게 비난하고 다른 언론은 <조선일보>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김대중을 잡아 먹고 자란 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딱한 건 5공 시절에 급성장한 <조선일보>가 이젠 한국 최대의 신문으로서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방우영 사장이 지난 91년 자랑사람아 이야기한 그대로 '발행부수 2백만이면 독자는 6백만명이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3분의 1이 조선일보를 매일 읽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정말 두렵게 생각해야 할 사실이다."(192쪽)

물론 <조선일보>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을 막지 못했고, 1995년보다는 약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떤 언론보다 의제 설정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식인을 향한 비판은 더 가혹하다.

지식인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이 '정치평론'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을 통하여 정치혐오증을 심어주고, 김대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정치평론의 양비론은 현실 정치인 김대중의 행태와 '김대중 신화' 사이의 괴리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언론과 지식인의 부추김을 받아 형성된 국민의 잘못된 정치 인식 자체가 김대중이 당면해야 했던 최대의 적이었던 것이다."(261쪽)

특히 강준만은 진보적인 지식인들도 "진보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김대중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진보성을 선명하게 내세울 수 있다"면서 "김대중에 대한 비판은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들의 순수성이나 양심을 못 믿는게 아니다. 그들의 순수성이나 양심은 기묘하게도 김대중에 대해서만큼은 실종돼 버렸다. 그들은 원칙을 부르짖다가도 김대중 문제만 나오면 그 어떤 보수주의자 못지 않은 현실주의자로 돌변해 버린다."(284쪽)

14년 전과 다른 점은 김대중은 대통령이 되었고, 그 영향력은 현저히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강준만이 '김대중 죽이기' 선봉장으로 비판했던 <조선일보>는 김대중이 지향했던 가치와 철학, 이룬 업적인 민주주의와  남북화해 따위를 맹비난하고 있다. 김대중을 비판했던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김대중 죽이기'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김대중'이라는 인물 자체가 아니라 그가 가졌던 정신을 죽이려고 한다. 김대중이 가졌던 정신을 존중하고, 함께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김대중 정신을 죽이려고 날 뛰는 저들의 저열한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김대중 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에 전심전력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김대중 죽이기> 강준만 지음 ㅣ 개마공원 펴냄 ㅣ 6,500원



김대중 죽이기

강준만, 개마고원(1995)


태그:#김대중, #언론,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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