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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터졌습니다. 요즘은 심심할 때 쯤 되면 여기저기서 빵빵 터트려 주니 심심할 틈이 없네요. 대선때는 카드 돌려막기를 무색케 하는 비리 돌려막기(비리가 터지면 더 큰 비리를 터뜨려 이전의 비리를 기억에서 사라지게 하는 절륜고수의 경지)를 보며 감탄했는데, 요즘은 막말 돌려막기의 신기원을 보는 듯 합니다.

포탈에서 송지헌 아나운서의 시국선언 비하논란이 메인뉴스로 뜨자마자 우선 원본을 찾았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어느 기사든 '부분의 팩트가 아닌 전체의 팩트'를 먼저 찾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론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뻥튀기는 감안하고 기사를 봐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요. 더욱 중요한 건 그 누구도 '부분 편집'엔 이기지 못한다는 겁니다.

리슐리외 추기경이 말했지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이 쓴 문장 단 여섯 줄만 보여준다 해도, 나는 이 문장에서 그를 교수형에 처할 수 있는 꼬투리를 잡아낼 수 있다.'  

또 괴벨스가 그랬습니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시겠죠? 이 점에 유의하면서 일단 원본을 찾아 봤습니다. 야후미디어에서 지금도 바로 볼 수 있더군요.(http://kr.news.yahoo.com/live/?idx=song06) 어느 부분인지 찾기 귀찮으신 분은 아래 사진을 참고 바랍니다. 저 정도 지점 쯤에 바를 갖다 놓으시면 이번 비하 발언 관련 부분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송지헌 아나운서
▲ 송지헌의 사람IN 中 질문을 던지는 송지헌 아나운서
ⓒ 야후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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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부러 웃고 있는 사진을 고른 것이 아니라 딱 저 정도 부분이 파란만장한 이번 사건의 서두를 알리는 장면이지요. 김문수 경기지사의 시국선언 관련 발언에 대해 '가만히 계시지 왜….'라면서 웃으면서 질문을 던지는 부분입니다. 되게 친한 것 같아요. 아니면 친한 척 하는 걸 수도 있구요. 이 과정에서 대화를 주고 받으며 나왔던 발언이 굉장히 시끄러운데요.

동영상을 보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이끌어 내기 위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오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이 분 특유의 그런 스타일이 좀 있습니다. 어쨌든 동영상을 기다리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드디어 '전체적인 팩트'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틀렸더군요. 문제가 되는 발언은 동영상으로 보면 한층 더 힘이 느껴집니다. 서두에서 염려했던 것처럼 또 다른 마녀사냥의 시작이 아닌가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안심하세요.(웃음) 일단 '그 분들은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안돼가지고' 부분은 개인적으로 이 분의 가치관이 꼼짝 없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출세 못한 애들이 지들 배 아파서 그런거 하는거 아냐', 딱 이건데…. 이 분 머리 속에 있는 출세라는 단어의 개념과 인간의 분류 기준이 한 눈에 드러나는 장면이라, 좀 '꼭지'가 돌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정부나 각하께 뭐라 그러는 애들, 다 지가 출세못하고 대통령 못되서 하는 찌질이 발언입니다.

'공부가 안돼가지고' 부분은 위의 말을 한 뒤, 쉴 틈도 주지않고 붙어 나옵니다. 근래에 보기드문, 아름다운 '이단 삑사리'의 완성이지요. 쉽게 설명하자면, '시국선언 하는 애들… 걔들 뭐 조또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닙니까?'라는 뜻입니다. '조또' 모르는 인원들 중엔 서울대, 중앙대를 시작으로 전국의 수많은 교수님들. 그리고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법조계, 문화계, 해외동포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또 시국선언 인원이 역대 최대라는 점에서 이렇게 공부를 안 하는 우리 국민들이 한심할(?) 뿐입니다. 어쩐지 청소년들도 시국선언을 많이 하던데 걔들이 다 공부가 안되서 그랬던 거군요. 나같은 녀석들…(웃음)

뭐, 송지헌 아나운서 본인도, 지상파도 아닌, 코딱지만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매체의 발언에 이런 큰 관심이 쏠릴지는 예상 못하셨을 겁니다. 좀 자유로운게 인터넷 매체의 기본 특징이라는데 억울한 면도 없잖아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번 뉴스의 진정한 승자는 다 쓰러져 가는 야후미디어의 대박이라고 봅니다만…(웃음)

일단 이 부분은 요기까지 합시다. 

질문에 대답하는 김문수 경기지사
▲ 송지헌의 사람IN 中 질문에 대답하는 김문수 경기지사
ⓒ 야후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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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볼 때는 송지헌 아나운서가 김문수 경기지사를 살렸다고 봅니다. 제가 기자라면 목표는 송지헌 아나운서가 아니라 김문수 경기지사예요. 동영상을 보면서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이 '아 띠바! 이 발언 좀 위험하다. 송지헌 아나운서를 먼저 까서 위기를 넘기자!'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너무 꼽을 게 많아서 힘든데 대충 몇 개만 집어 봅시다. 일단 '촛불집회 방치하고 동조한다면 과연 누가 대한민국에 믿고 투자하겠습니까?'라는 발언은 어디선가 들었던 그 분 목소리의 메아리가 아닌지 착각하는 느낌을 주더군요. 이 분들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아니 그걸 넘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단합이 잘 되니 민주당이 깨진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촛불집회 관련해서 나온 '그런데 안나온 국민들이 더 많죠'라는 발언. 아… 죄송합니다. 이건 너무 완벽한 논리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이 흠잡을 데 없는 완전무결한 논리 앞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거 아세요? 사실 김태희는 못생겼어요. 왜냐하면 지구상에서 직접 예쁘다고 강조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거든요.  

그리고 '지금 무슨 시국선언을 하느냐… 제가 내용이 뭐냐 하니까 별 내용이 없습니다… 차라리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한다면 우리 학생들이 취직도 안되고 일자리도 없고 이러니까  아이들 장래가 정말 걱정이라던지…'라는 부분. 그렇죠! 대학교수님들은 시덥잖은 민주주의고 나발이고 하기 전에 애들 취직 걱정이나 하세요.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무너지든 말든 취직이 우선입니다.

'미디어 법을 언론의 자유 관점에서 봐야 한다. 더 다양하게, 더 자유롭게.. 현재 기득권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후략)' 부분은 송지헌 아나운서도 이건 너무 아니다 싶었는지 말을 은근히 바꿔 주시려고 노력했지만 안 통하더군요. 완전 반대로 말하시던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 재밌게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재밌게 들은 발언은 이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받은 부분을 비판을 안 하시는데… 노벨 평화상까지 받으신 분이… 이럴 때는 진짜 따끔하게 북한 김정일한테 경고도 하고 해야지 이런 말씀 안 하시고….'

이 부분이야말로 이번 대화의 주요 대목이라고 봅니다.(잠깐 예리한 저를 위해 눈물을…)한나라당이 가지는 사고의 한계(또는 정보력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여지없이 까발려 주는, 그리고 왜 소통이 안되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근거죠. 근래에 이런 발언을 하는 의원들이나 꽤 이름을 날린다는 논객을 많이 봤는데요. 그 발언을 자세히 보면 이 분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념적인 공격성 발언보다 '정말' 그렇게 알고 있는 거지요. '오직' 보수신문만 본다는 가장 확실한 근거 되겠습니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게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이고 동영상인데 그걸 보고 확인할 생각은 물론, 그걸 전한 언론의 신문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는 말이 되지요. 상식적으로 그 밑에서 일하는 보좌관이나 비서들이 이걸 몰랐을 리가 없는데 혹시 맘 잡고 자기네들 상관 엿먹이려고 그러는 건지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얼마전에 여기에 관련한 글을 썼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죽이기

이 분들은 정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핵이나 미사일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발언을 한 사실을 모르는 겁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들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위 발언에서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죠. 그 정도로 소통이 안되고 있는 이 현실… 각자 서로가 보는 신문만 보고, 서로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서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사실 확인 없이 비판하는 이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이제 슬슬 오싹함으로 다가오는군요.

이번 승부의 최종 승자는 역시나 조선일보, 그리고 점유율을 완전 상실해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야후 미디어였습니다. 단! 위의 모든 사실을 알고도 저런 발언을 했다면 지속적인 국민세뇌로 다시 한 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빨갱이의 바다로 밀어 보자는 기막히게 치밀하고도 집요한 전략의 승리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발언 전문을 찾아 보는 국민보다 TV에 나오는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듣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아… 행간의 행간을 읽는 나의 예리함이란)  


태그:#송지헌, #김문수, #조선일보,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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