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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 9주년을 기념하는 영상물에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이 비치자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명박 얼굴 좀 안보게 해줘."

"우~"

 

산발적이었던 야유 소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이 무대에 올랐을 때 거대한 고함 소리로 변했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6·15공동선언 이행하라", "전쟁반대 평화실현"이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공동 선언 이행 않는 한나라당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김덕룡은 물러가라!"

"내려가, 내려가, 우~~"

 

사회자가 김 전 의원의 연설을 잠시 중단시킨 후 "마음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 달라"고 자제를 부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끝까지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간 김 전 의원의 목소리는 고함과 야유 소리에 묻혔다.

 

야유 받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덕룡 전 의원

 

14일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거대한 성토장이었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각계 각층의 대표들은 파탄 일보 직전인 남북관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현재 남북은 자칫 잘못 쏜 한 방의 총성이 원치 않는 전쟁의 참화를 불러올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치달려 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6·15와 10·4공동선언을 비롯해 남북간 소중한 합의들이 무시되고, 연일 긴장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금강산 가는 길이 막히고 남북 당국간 대화가 끊기더니 이제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세기의 기적이라 칭송받던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을지 모를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6·15공동선언 9주년을 기념하는 이 시간, 이명박 대통령에게 권고합니다. 다시 화해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십시오. 다시 협력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십시오. 총 든 손이 아닌 평화의 손을 먼저 내 미십시오."

 

야 4당 한목소리로 이명박 정부 성토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말라"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 4당은 닫힌 서울광장을 연 '6·10 공조'에 이어 이날도 한목소리를 냈다. 각 당 대표들의 축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과 대북정책 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임기 처음부터 통일부를 폐지하려다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던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는 코미디를 연출했고 비핵개방3000이라는 비현실적 정책을 채택한 이명박 정부의 무능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대표는 "50년 만에 이은 철도는 끊겼고 민주정권 10년 동안 이산가족 1만6000명이 상봉했지만 이 정부 들어서는 단 한 명도 상봉하지 못했다"며 "남북간에 대화가 가능한 시대는 6·15와 10·4 공동선언을 존중해야 복원될 수 있다, 평화를 지향하고 남북공동번영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확실하게 바꿔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기갑 민노당 대표도 "지난 1년 동안 이명박 정부는 소위 '기다리는 전략',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 오다가 최근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조문정국을 피해가기 위해 연일 대북강공정책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을 제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이명박 정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오늘의 참혹한 현실은 물론이요, 불안한 남북관계 앞의 풍전등화 같은 경제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며 ▲ 6·15와 10·4 공동선언 이행 공식화 ▲ PSI 참여 철회 ▲ 대북특사 파견 등을 요구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미국의 조속한 특사 파견을 촉구했다. 문 대표는 "유엔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은 6·15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은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통성을 계승한 민주정부라면 반드시 따르고 지켜야할 헌법에 기초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며 "그 동안의 성과를 무시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평화적 통일로 가는 길에 장애를 초래한 점은 통탄할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며 "우리도 특사를 보내야겠지만 미국의 최고위층 특사가 빠른 시일 내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노 대표는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 철학이나 남북관계의 비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며 "자신 없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헌법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6·15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은 특정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길 권한이 없다"면서 "미국도 지난 20년간 대북 강경제재가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을 강화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이명박 정부 국민과도 남북 간에도 대화할 의지 없어"

 

각계의 시민사회단체의 6·15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 이행 촉구도 이어졌다.

 

이석태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전 민변 회장)는 "국민과도 남북 간에도 대화하고 소통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부는 물길처럼 흐르던 민주주의 진전을, 남북관계 진전을 모두 막아 버렸다"며 "역대 어떤 정부보다도 남북관계 발전방향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안목과 비전이 부재한 이명박 정부와 집권 여당에 왜 이토록 남북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대화와 협력으로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신뢰의 기반을 다지는 것, 그리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찾아 이 방향에서 통일해 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이라며 "9주년을 맞는 오늘 다시 6·15를 들고 실천해 나가고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정직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하자"고 호소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현 정권의 위험한 전쟁 장난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앞장서서 안보불안을 증폭시키고 남북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6·15를 살려내고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가수 이안의 축하공연과 대학생 율동패,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의 축하공연이 이어졌고 어린이 참가자들이 6·15 공동선언문을 낭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회는 참가자들이 모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막을 내렸다.

 

거리 행진은 경찰이 막아서 불발... 충돌은 없어

 

대회가 끝난 후 예정됐던 거리행진은 경찰의 불허로 취소됐다. 주최측은 장충체육관에서 을지로 훈련원 공원까지 거리행진을 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장충체육관 주변을 경찰버스와 병력을 동원해 길을 막아섰다.

 

이에 대해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평화로운 거리 행진을 불허한 경찰의 태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일부 참가자들은 장충체육관 밖에서 "평화시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지만 충돌은 없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백낙청 남측위원회 명예대표(서울대 명예교수), 이창복 민화협 상임의장,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남윤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 단체 인사와 야 4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박지원, 원혜영, 송영길, 추미애, 이낙연, 김유정 의원, 민노당 이정희 의원, 김근태 전 장관 등 정치인 20여명과 시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남측위원회는 이달 15일부터 10·4정상선언이 나온 오는 10월 4일까지를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운동기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날 대회에서 발표된 '해·내외 온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6·15공동선언 발표 9돌에 즈음하여'다. 이 호소문은 남윤인숙 여연 대표와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표로 낭독했다.

 

해내외 온 겨레에게 보내는 호소문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발표 9돌을 맞이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의 발표는 우리 겨레가 반세기이상에 걸친 분열과 대결의 역사를 밀어내고 자주적 평화통일의 새시대, 통일번영의 새역사를 열어나갈 것을 세계 앞에 당당하게 과시한 역사적 사변이었다.

 

6.15공동선언의 이행으로 끊어졌던 민족의 혈맥과 나라의 지맥이 이어지고 남북사이의 다방면적인 접촉과 협력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통일운동은 각 계층 광범한 대중이 참가하는 전민족적운동으로 전환되었다. 해외에서도 민족분열로 인한 동포사회의 반목과 불신을 털어버리고 화해와 단합을 지향해나가는 새 시대가 펼쳐지게 되었다.

 

이러한 속에서 2007년 10월 남북수뇌상봉이 또다시 이루어지고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기초하여 남북관계 발전과 나라의 통일, 평화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밝힌 10.4선언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오늘 역사의 전진을 되돌려 세우려는 안팎의 심각한 도전에 의하여 남북공동선언들이 부정되고 그의 소중한 결실들이 엄중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군사적 대결국면은 첨예화되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다.

 

우리는 시련과 난관을 과감히 박차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기어이 이룩해나가려는 겨레의 한결같은 뜻과 의지를 모아 해내외동포들에게 다음과 같이 열렬히 호소한다.

 

1.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해나가자

 

남북공동선언들은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며 대결해온 과거와 결별하고 남과 북이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면서 자주통일을 지향해나갈 것을 선포한 민족공동의 통일선언이다. 정세가 복잡하고 환경이 어려울수록 그 정당성과 생명력이 확증된 남북공동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철저히 지키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을 개척해나가는 구체적방도가 남북공동선언들에 있다. 남북공동선언들을 실천하는 여기에 민족의 자주와 평화통일, 공동번영을 이룩하는 길이 있다. 우리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6월 15일부터 10.4선언이 채택된 10월 4일까지를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운동기간'으로 선포한다.

 

동족사이의 대결과 반목을 배격하고 화해와 협력, 통일을 위한 민족의 통일대장정을 더욱 힘차게 추동해나가자!

 

2. 대결과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하자

 

대결과 전쟁은 민족적 참화를 초래할 뿐이다. 이 땅에서 전쟁위험을 고조시키는 무력증강과 전쟁책동을 철저히 저지시켜나가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이 땅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원칙이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나라의 평화와 겨레의 안녕을 지켜나가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을 힘있게 벌려나가자! 남북대결을 부추기면서 자국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재일동포들을 부당하게 탄압하는 일본군국주의자들의 책동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조국해방 64돌,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처단 100년, 광주학생사건 80돌, 한일합병조약 날조 99년 등을 계기로 일본의 적대행위와 군국주의부활책동을 반대하는 대중적인 운동을 적극 벌려나가자!

 

3. 남북공동선언의 기발아래 해내외 온 겨레가 하나로 굳게 단합해나가자!

 

남북공동선언 실천운동은 이 땅에서 대결과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려는 애국애족운동이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운동이다. 우리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 활동에 가해지는 부당한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또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모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철폐되여야 한다.

 

해내외 온 겨레가 남북공동선언 이행에서 마음과 뜻을 하나로 합쳐나가자! 당파와 계층, 지역과 소속의 차이를 떠나 굳게 단합하여 현 난국을 타개하고 6.15시대를 더욱 전진시켜 나가자!

 

지금 평화와 통일로 향한 우리의 앞길에는 커다란 시련과 장애가 가로 놓여있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서도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향한 겨레의 전진을 되돌릴 수 없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과 번영에 대한 낙관과 신심을 가지고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모두다 떨쳐나서자!

 

내년은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10돌이 되는 해이다. 해내외 온 겨레가 9년 전 6월의 그 감동, 그 열정, 그 기세로 힘차게 내달려 6.15공동선언 발표 10돌을 통일애국의 자랑찬 승리로 뜻깊게 맞이하자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2009년 6월 15일


태그:#6.15공동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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