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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하고 며칠이 더 흘렀다. 4월 28일 치러진 충청남도 교육감 보궐선거. 7명의 후보가 출마해 하나의 고지로 달음박질했다. 투표율 17.6%. 유권자 10명 중 8명은 외면했다. 투표율은 낮아도 당선자는 한 명. 충청남도교육청 교육국장 출신의 김종성 후보가 당선됐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의 지지 속에 범시민 후보로 도전장을 던진 김지철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그가 얻은 득표율은 19.26%. 당선자와 11.8%P의 격차이다. 7명 후보 가운데 득표율 3위. 선거 결과를 놓고 충남지역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의 한계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어쨌든 선거 결과에 가장 괴로웠을 이는 4개월여 동안 하루의 쉼도 없이 움직인 김지철 후보가 아니었을까. 김지철 전 교육위원(교육감 출마를 위해 사퇴하기 전까지 그는 교육위원이었다)을 만나 교육감 선거 뒤 근황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 선거 뒤 근황이 궁금하다. 어떻게 지냈나.

"도와주신 분들에게 전화도 드리고 인사도 드리며 지냈다. 모친의 건강이 안 좋아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씩 모시고 병원을 다닌다. 선거를 준비하며 120여 일 동안 강행군을 했다. 충남 곳곳을 다니며 12월에 교체한 자동차 바퀴 2개를 4개월만에 또 바꿨다.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쌓인 피로가 많았나보다. 자고나도 몸이 무겁다. 체중은 줄지 않는다. 아무런 직책과 일을 맡지 않고 쉬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

 

― 투표 당일 개표는 어디에서 지켜봤는가.

"집에 있었다. 당선자 윤곽이 나올 무렵 선거사무소로 갔다. 3위에 머무를 거라고는 상상 하지 못했다. 선거 막판 추격에 성공, 역전하리라는 예상도 캠프 안팎에서 있었다. 낙선해도 2위는 될 거라 짐작했는데, 결과가 당혹스러웠다."

 

― 예상이 빗나간 셈인데, 선거 패배의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

"낙선의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 본인에게 있다. 준비 기간이 짧았고 전략이 유연하지 못했다. 천안과 아산을 제외한 다른 시군은 선거를 불과 2~3주 남겨둔 시점에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내부적으로 객관적이거나 명확한 분석 없이 천안과 아산, 당진에서 승기를 굳히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 같다."

 

― 천안과 아산에서는 당선자를 추월해 1위를 차지했다.

"1위는 달성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득표하지는 못했다. 천안에서도 일부 읍면에서는 당선자보다 적은 득표를 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주로 표가 많이 나왔다. 경쟁 중심의 현 정부 교육정책에서 사교육비 부담을 많이 느끼고, 학교교육이 더 이상 이대로 안 된다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득표로 이어진 것 같다."

 

― 민주노총과 농민회 등 시민사회단체의 지지선언이 많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지지선언의 규모에 비해 내실은 부족했던 것 같다.

"90개 단체에서 지지선언을 했다. 지지선언 단체나 개인들과 사전에 면밀한 교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여 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지지선언까지 나왔다고 생각한다. 고마울 뿐이다. 지지선언이 득표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개의 구성원까지 공감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거기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각 지역 여러 단체와 사람들이 오랜만에 하나의 목표를 갖고 활동하며 거리감을 지운 시간이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 제자들의 도움은 컸나?  

"오래전 가르친 제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왔다. 20~30대 제자들은 마음은 많았지만 힘을 발휘하기에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점들이 있었다. 40~50대 어느 제자는 종일 목욕탕에 앉아 손님들의 등을 밀어주며 지지를 부탁했다. 제자는 물론 신랑과 시부모까지 온 가족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응원을 보내준 사례도 많았다."

 

"전교조 초심 잃지 않고 나아가야"

 

― 초기에 부패 대 반부패의 선거 프레임을 견지하다가 후반에 반MB를 명확히 했다. 이유는?

"선거프레임 설정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부패 대 반부패의 프레임이 반부패로 지목되는 특정 후보를 오히려 부각시켜 준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보궐선거 실시가 전임 교육감의 부패 연루로 시작된 만큼 부패 대 반부패의 프레임 채택은 불가피했다. 선거 후반에는 후보의 정체성과 정책을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해 반MB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 초대지부장을 역임했다. 전교조 원년 멤버로 불리한 점은 없었는가.

"작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올해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전교조 출신은 아니었다. 나는 전교조 태동 때부터 운명을 같이했다. 전교조는 내 이력에서 지울 수 없는 자산이다. 유불리를 따져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특정 상대 후보와 그를 돕는 세력들은 '전교조 출신이 교육감에 당선되면 큰일 난다'는 루머를 조직적으로 살포했다. 말도 안 되는 그런 역선전이 꽤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얼마 전 전교조가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전교조라는 이유만으로 몇 년간 해직을 당하기도 했다. 감회는.

"교육 세력 가운데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의 기치를 걸고 전교조만큼 일관되게 고민과 실천을 해 온 집단이 없다. 정부는 전교조와 이성적인 대화를 외면한 채 전쟁의 적수 대하듯 하고 언로를 독점한 거대 신문은 '전교조 교사가 빨갱이 교사'라는 색깔공세로 전교조의 실체를 왜곡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전교조의 혁신도 필요하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지역사회와 학부모, 학교가 참교육 실천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반대'라는 거대 담론에 집착해 국민들에게 주장과 정책을 쉽고 세련되게 전달하지 못하거나 이해시키지 못한 점도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전교조 구성원 모두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 실천성을 견지해야 한다."

 

― 내년에 교육감 선거가 또 있다. 다시 출마할 생각인가.

"돈이 없다(웃음). 선거를 해보니 광역 선거는 돈이 많이 든다. 직선으로 치러지는 현행 교육감 선거의 취지는 좋지만 돈이 훨씬 적게 드는 방법이 입법화되어야 한다. 재출마를 권유하는 분들도 있지만 교육감 선거에 다시 출마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학교교육의 희망찾기,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30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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