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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다!"

 

다가가는지도 모르고 노랑나비 한 마리가 꽃가루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긴 대롱을 깊이 넣고 집중하고 있었다. 나눠주고 있는 꽃이나 얻어가는 나비의 구분이 없다. 내 것도 없고 네 것도 없었다. 공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꽃과 나비는 하나였다.

 

귀신사 대적광전 앞마당.(전북 완주군 금산면 소재)

 

스님의 불경 소리가 노래가 되어 울리고 있는 공간은 경건하기까지 하였다. 스님의 독경하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멜로디가 되어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작은 공간에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 곳에는 패랭이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이 6월을 빛내고 있었다.

 

노랑나비는 마음 내키는 대로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를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걸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집착하는 법도 없었다. 이 꽃에 앉아서 인 다른 꽃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았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나를 본다. 나를 잡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것을 하려고 하면 저 것이 걸리고, 저 것을 하려고 하면 이것이 걸린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다져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 것은 생각일 뿐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면 이내 다른 것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나비의 자유로운 행동을 바라보면서 배운다. 일상의 모든 것이 모두 다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순간순간의 일들을 마음에 간직하게 되면 저절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일상의 모든 것이 귀중하게 여겨지게 되면 모든 것이 다 고맙고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소한 일상들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하루가 기쁨으로 넘치게 된다. 기쁨이 넘치는 날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감사하는 마음이 바로 즐겁게 살아가는 비법이란 점을 알 수 있다. 나비가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나비가 부러워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감사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면 마음에 새로움을 불어넣어주게 된다. 마음에 환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게 되면 발상이 전환된다. 발상이 전환되면 기분이 달라지고 기분이 새로워지면 마음이 맑아진다. 마음이 맑아지게 되면 순간순간 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패랭이꽃에서 꽃가루를 취하고 있는 노랑나비를 바라보면서 분명하게 깨닫는 것이 있다. 나도 없고 너도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꽃은 꽃대로, 나비는 나비대로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허상이지 실상이 아니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은 모두 다 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도 없고 내 것도 있을 수 없다. 내가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나라고 하는 것이 허상인데 어떻게 내 것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분명하고 확실한 것을 왜 몰랐던 것일까? 그래서 사람을 어리석은 존재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꽃과 나비의 관계를 바라보면서 내 것이란 것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결국은 같은 것이 아닌가? 궁극적인 진리를 깨우치게 되면 서두를 것도 미적거릴 것도 없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더 깊게 사유하게 되면 그윽한 삶의 향이 배어나지 않겠는가? 나비가 참 곱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송고


태그:#꽃, #나비, #인생,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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