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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의원은 미소를 지었고, 박근혜 전 대표는 떨떠름했다. 21일 치러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은 사실상 '여당 대주주'끼리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이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한 '친이'의 승리였다.

 

'친이' 웃었다... "당의 다수가 누구인지 보여준 선거"

 

결선투표까지 간 끝에 이날 오후 4시 50분께 당선자(안상수·김성조 의원)가 발표되자, '친이' 의원들은 환하게 웃었다. 18대 총선부터 지난달 경주 재선거까지 '친박'과 벌인 대결에서 내리 패한 끝에 건진 승리였다.

 

득표결과는 95표(안상수·김성조) 대 62표(황우여·최경환)로, 33표 차였다. 1차 투표 때 표차인 26표보다 되레 벌어졌다. 안·김 의원은 1차 투표에서 73표를 얻으며 이미 승기를 잡았다. 재석의원의 과반(80표)에서 7표가 모자란 숫자였다.

 

개표결과에 친박 의원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3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던 박 전 대표의 얼굴에도 순간 아쉬움이 흘렀다.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인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박 전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친박 원내대표) 추대론으로 제가 날아갈 뻔했는데 경선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뼈있는 '공치사'를 했다. 일부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박 전 대표는 웃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투표장을 빠져나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새로운 원내대표·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되신 분들께 축하드려요"라는 짤막한 말만 남겼다.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새삼 확인하게 해준 선거"라고 풀이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이야박'이니 '월박'이니 하는 말까지 돌면서 친박쪽으로 당의 세력이 기울었다는 평가가 공공연하지 않았느냐"며 "하지만, 이번 결과로 여전히 친이가 다수이고 때가 되면 결집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의원도 "만약 이번 선거에서 '황우여·최경환' 조가 되면 (당의) 주객이 전도되는 것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잇달아 기세등등했던 친박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란 얘기다.

 

'친박', 선거 결과 애써 축소... 박근혜 "당선자들 축하"

 

친박 측은 애써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불쾌감이 역력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사실상 청와대의 '동원령'으로 (안 의원이) 이긴 것 아니냐"며 "우리(친박)가 잃은 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최 의원의 출마를 '용인'하면서 당무에 협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이번 경선은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그러던 판세가 안상수 의원 쪽으로 기운 건 선거 이틀 전인 19일부터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이상득 의원이 나서서 수습했고 판세는 정리됐다. 이 의원이 '친박 원내대표' 대신 '친박 정책위의장' 카드를 밀고 있단 소문과 관련, 친이 의원들에게 직접 '아니다'라며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친이 직계인 한 의원은 "이 의원이 몇몇 의원들에게 '내가 최경환 의원더러 출마하라고 한 적 없으니 헷갈리지 마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사실상 '식구'인 안상수 의원 쪽으로 '표 몰이'를 한 셈이다.

 

'형님' 표 단속에 '친이' 결집... '청와대 지시설'도

 

여기다 '청와대 지시설'도 돌았다. 이에 황우여 의원 측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노골적으로 (안상수 측을) 미는 것 아니냐"며 항의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친이 직계인 또다른 의원은 "청와대 뜻이 없었겠느냐. 그건 감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경선기간 내내 소문에 시달렸던 이상득 의원은 결과가 나온 뒤 황우여·정의화 의원 등 패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넸다. 최경환 의원에게는 "최 의원!"이라고 부른 뒤 손을 잡는 것으로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의원은 '경선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결과야 의원님들이 결정했으니 (나는) 따라가야죠"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미 다 해명했다"며 언급을 삼갔다.


태그:#박근혜, #안상수, #김성조, #한나라당원내대표, #이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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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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