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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학원교습시간을 조정해 사교육비를 줄여보겠다던 정부의 방침이 한 달도 못가서 백지화 되자 정작 학원교습을 받는 학생들은 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는 "학원이 밤 10시 이후에 심야교습을 하는 걸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고 지난 달 24일 밝혔다가 한 달도 안 된 지난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은 이를 다시 백지화하겠다고 밝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적잖은 혼란을 주고 있다.

 

그동안 심야학원교습 문제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 고질병 같은 문제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교습시간만 갖고 논할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지향하는 교육 방향이 근본 문제다.

 

심야학원교습 문제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정부는 학원에 자율을 두고 교육을 하자는 것이고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의 자율을 우선시해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즉, '학원의 자율'과 '학생의 자율'로 나눠진다.

 

1,2시간 줄여봐야 학생입장에선 똑같다

 

하지만 학원교습을 받고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위 두 가지 교육방향 모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학원시간을 1, 2시간 줄이는 것은 경제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모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지 방과 후 학원에 가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크게 변화될 것은 없다는 게 학생들의 의견이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정만(남·17) 학생은 "학교 끝나면 두 군데 학원을 가야 하는데 모두 끝나면 밤 11시가 넘는다. 하지만 심야교습시간이 줄어서 기껏 1,2 시간 줄어든다면 내 입장에선 큰 차이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줄어든 시간만큼 집에 와서 과외를 받아야 할 테니까"라며 줄어든 학원교습시간 만큼 사교육도 늘어날 것이란 걸 암시했다.

 

반면, 도시보다 사교육이 덜 성행하는 지방학생들은 또 다른 이유로 심야학원교습시간에 대한 의견을 나타냈다.

 

경기도 가평군 관내 'ㄱ'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모(남·18) 학생은 "학원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마땅히 다른 활동을 할 여건이 돼 있지 않은 이런 시골에서는 오히려 거리를 방황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도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가평에서 입시학원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여·강사)씨는 "솔직히 심야학원교습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사교욱비를 걱정해야 하는 부모님들을 위한 정책에 가깝지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엔 어딘지 모르게 약해 보인다. 진정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면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까지 마련하고 먼저 국민들에게 제시부터한 뒤 반응에 따라 마련 여부를 결정해야지, 어느 한쪽만을 위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을 문제가 있다"며 현 정부의 교육 방침을 꼬집었다.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도시와 지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지만 정부나 관련 해당부처들의 부족한 실태조사 등으로 내려진 정책 때문에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심야학원교습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정책만을 떠나서 그 정책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소수 학생들 입장을 생각해 세부방침까지 세우는 보다 진보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교육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심야학원교습, #고등학교,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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