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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기업가들 교회를 대기업처럼 운영하며 신자들을 고객화

한국의 개신교회는 구한말 이후 현재까지 미국을 해방과 구원의 담지자로 추종하고 모방해왔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성장한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은 미국교회의 성장과 관계된 형식이나 전략을 그대로 복사해 미국식 설교, 음악, 예화, 성장모델을 재생산하는 데 앞장서왔다.

미국의 어떤 교회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마치 그것이 교회 성공의 비결인 것처럼  유행처럼 번져 교회 강단과 세미나를 독점하고 교회 성원들은 그 전략에 동원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현대 미국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그들의 방법론이 어떻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미국식 교회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영성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대기업의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철저하고 실용적인 차원에서 교회의 양적 성장을 추구하고 그것을 곧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3천명 이상의 대형교회를 메가처치(Mega Church)라고 부르는데 미국 하트포드 신학대학원 스캇 써마 교수는 미국에는 대략 1200-1500개의 메가 처치들이 있으며 신자는 매주 출석교인 약 4백만 명에 천만에서 천오백만 명 정도가 등록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메가 처치는 남부에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메가처치의 목회자들은 마치 대기업 CEO처럼 활동하면서 교회를 성장시키기 때문에 '목사기업가'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현대 매스미디어를 활용하고 첨단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끊임없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확장하면서 교인들을 고객처럼 다루고 있다.

목사기업가들은 영적생산물(?)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의 각박한 삶에 지친 중산층을 위로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현대적 스타일과 복음주의 전통을 섞어 일반 신자뿐만 아니라 지식인층까지 끌어들이면서 성장하고 있다. 메가처치들은 청소년들이 운동과 데이트를 하고, 도시외곽의 사커맘(soccer mom)들이 동료를 찾아 자유롭게 대화를 즐기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목사기업가들의 원조는 로버트 슐러 목사라고 할 수 있다. '확고한 믿음과 진취적 신앙의 대가' 또는 '영혼을 울리는 이야기의 달인'으로 알려진 그는 자동차 극장과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을 응용해 1955년 캘리포니아의 가든 그로브에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타고 예배참석이 가능한 크리스털처치를 세운 인물이다. 이 교회는 외벽이 유리로 되어있는 데다 FM으로 설교를 들을 수 있도록 설계해 자동차 안에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로버트 슐러는 '능력의 시간'(The Hour of Power)이라는 방송 설교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명의 고정 신자들을 확보했고 그의 저서인 <미래를 여는 힘> <긍정의 삶> 등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흥사로 알려진 빌리 그래함 목사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의 매우 정교하게 상품화된 설교는 60~70년대 한국교회 성장을 이끈 부흥사들의 구미에 맞았고, 웅장하면서도 최첨단 시설을 갖춘 크리스탈처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필수 방문코스였다. 한국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로버츠 슐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내걸었으며, 서울 강남의 임마누엘 교회의 경우는 크리스탈처치를 모방해 전체 외벽을 유리로 장식하기도 했다.

릭 워렌·조엘 오스틴 목사, 한국 개신교 목회자들의 새로운 우상

현재 로버트 슐러를 뒤이은 미국의 목사기업가 중에는 유력 정치인을 능가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많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릭 워렌(캘리포니아주 새들백교회)과 조엘 오스틴(텍사스주 레이크우드교회)이다.

릭 워렌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 1위에 올랐고, 저서인 <목적이 이끄는 삶>은 종교서적임에도 미국 내에서만 약 2천만부 이상 팔려 성경 외에 미국 역사상 단시일 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미 대선 당시 민주당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매케인 후보를 자신의 교회로 불러 후보 검증모임을 가질 정도로 위세를 자랑하기도 했다.

릭 워렌이 미국에서 다른 복음주의자들과는 달리 진보수를 막론하고 두루 인정받고 있는 것은 그가 교회 사례비 전액을 교회에 헌금하고 책 판매와 강연 등으로 얻은 수익을 사회봉사기금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릭 워렌은 그의 아내 케이 워렌과 함께 매년 에이즈 포럼을 개최하며 복음주의자들이 방치했던 에이즈 문제에 눈을 돌리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피스플랜을 창립해 세계 68개국에서 빈곤층 및 에이즈 환자 구제, 어린이 교육 등의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 생활에서도 오래된 트럭을 몰고 다니며 청바지에 하얀 남방을 즐겨 입는 등 검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엘 오스틴 역시 한국에서도 수십만 권이 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된 <긍정의 힘>의 저자로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부흥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개척했던 레이크우드 교회를 매주 3만 명 이상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시켰다. 그의 설교방송은 미국 내 케이블방송은 물론이고 전 세계 150개 국에 송출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며, 일반인들도 현실에 대입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 삶에 있어서 적극적인 태도, 긍정적인 생각이 삶을 최고로 만들어준다는 입장에서 중산층 신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릭 워렌과 조엘 오스틴은 현재 한국의 목회자들이 가장 추종하는 인물들로서 그들이 세운 교회들은 새로운 성지로 각광받고 있고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워렌을 따라하기 위해 봉고차를 타고 다니고 교회헌금의 많은 부분을 복지사업비로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형 메가처치를 가장 잘 응용하는 교회들은 이른바 서울의 강남형 대형교회들이다. 강남형 교회들은 곧잘 강북형 대형교회들과 비교가 된다.

강북형 교회들은 60~70년대 호남·충청권 이농자들이 주로 거주했던 서울의 구로·관악·중랑·성북·금천·광진·성동·서대문·은평·영등포 등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부흥사형 목회자들에 의해 성장한 교회들을 말한다.

이들 교회들은 박정희 정권시절의 개발독재형식을 답습해 신자들의 헌금과 은행대출을 통해 거대한 성전을 짓고, 목회자들은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왔다. 강북형 교회들의 대표는 순복음교회·금란교회·은혜와진리교회 등을 들 수 있으며, 신자들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감안해 기복신앙에 근거해 현세적 축복과 신유·은사·방언 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강남형 교회들은 서울 강남지역(강남·서초·반포구)·이태원·목동·경기 분당구·산본·평촌·일산 등 신도시를 배경으로 경제호황기인 80년대 말부터 급격하게 성장한 교회들을 말한다.

강남형 교회들은 미국의 메가처치들을 모방하면서 중산층의 욕망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교회들은 가난극복이 우선이었던 강북형 교회의 기복과는 다른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종교 비즈니스를 펼쳐나가고 있다.

즉 더 큰 아파트와 더 많은 자동차소유, 더 강력한 정치·사회적 권력, 더 안락하고 건강한 노후 생활, 자녀들의 아이비리그 진학 등. 신의 힘을 빌어 교육, 문화를 통해 계급의 재생산, 또 다른 지배-피지배의 구조, 즉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남형 교회들은 다른 중소도시·농촌교회 신자들이 줄고 있음에도, 새로운 형태의 종교소비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강남형교회, 메가처치를 모델로 한국교회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아

강남형 교회의 목회자들은 여성신자와 스캔들이나 재정비리가 끊이지 않는 강북의 졸부형 목회자들과 다르게 릭 워렌 같은 목회자들을 모방해 세련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교회운영도 제왕적 리더십 대신에 팀 사역을 통한 나눔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강북형처럼 동원형이 아니라 신도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 특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비전스쿨,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스쿨,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좋은아버지학교, 각종 리더십스쿨, 영어 예배와 성경공부 등이 그런 프로그램이다. 복음전도보다 사회선교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들 교회에서는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서울대를 수석졸업한 김동환 목사의 <다니엘 학습법> 등 기독교계통의 자기개발 서적이 널리 읽히고 있다. 

교회생활의 중심이 되는 예배의 경우에도 이른바 살아 있는 예배를 강조하며 형식을 강조하는 강북형의 틀을 깨고 예배 전과 설교 후 밴드와 트럼펫이 팝 가스펠을 연주하고 찬양팀 역시 평상복 차림으로 성가를 부르는 등 '포스트모던'적 문화코드를 동원하기도 한다.

메가처치 모델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이태원의 온누리교회는 일찌감치 기업의 마케팅기법을 도입해 교회를 성장시켰다. 이른바 기업 내부와 외부의 환경과 역량을 감안한 'SWOT(강점·약점·기회·요인)' 분석을 도입한다. 세대별, 직업별 맞춤전도는 오늘날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세부마케팅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홍보 역시 교회 내의 광고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대상자를 세밀하게 분석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와 캐릭터를 만드는 등 마치 기업의 광고 제작과정처럼 진행했다. 또한 교회 안에 백화점 문화센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교양 아카데미, 카페와 서점, 꽃집 등을 만들어 교회를 '거룩한 공간'이라기보다는 평일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생활공간화'함으로써 교회대중, 특히 교회와 거리를 두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였다. 온누리교회의 성장 노하우인 예배구성, 교육체계, 조직관리, 전도기법 등은 90년대 이후 신중산층을 대상으로 대형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현재 온누리교회 모델은 수도권의 대형교회는 물론 중소형교회까지 가스펠 밴드를 운영할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온누리교회 모델이 한국교회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강남형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신자들은, 명품회사들이 소비자들을 특정 브랜드에 대한 소비를 통해 계급과 계층간의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특화된 설교와 예배, 문화를 향유함으로서 다른 교회신자들과 구별된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강남형교회의 시장화된 교회운영은 미국의 메가처치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온누리교회 역시 하용조 목사가 1996년 미국 시카고의 대표적 메가처치인 윌로우크릭 교회(담임목사 빌 하이빌스)를 방문한 후 월로우크릭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차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신교회가 미국 교회를 모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이 개신교는 물론 불교까지 미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강남권 유명사찰 중 일부는 경내에 찻집·책방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출판 쪽도 붓다 또는 달라이라마의 이름을 내건 자기개발서는 물론, <비지니스의 달인 붓다>같은 경영서적까지 출판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대중의 일상적 삶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종교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마켓팅 지상주의에 빠지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종교 내적으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외적으로는 한정된 종교인구와 공간 안에서 종교 간의 배타적 경쟁을 격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도시가 들어선 경기도의 수원 영통, 동탄, 광주, 용인, 시화지역은 개신교는 물론 불교·천주교 등 각 종교가 신자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이들 지역에서 지교회를 설립하려는 대형교회들과 개척교회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대형교회진입 반대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한 종교를 영성보다는 문화적 소모품 내지 기호품으로 전락시키고 자기개발서 역시 미국식 성공지상주의를 무비판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국식 성공주의는 '성공하면 모든 것이 정당화 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고 그 바탕에는 인간의 구원은 신에 의해 예정되어 있고 구원의 확증은 세속에서의 성공이라는 칼뱅의 예정설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처세술의 또 다른 변형으로 한때 출판계를 좌지우지했던 자기개발서들이 극단적 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사회구조를 외면한 채 오로지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으며 판매고가 격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종교계의 자기개발서도 같은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불교가 발전하려면 강남형교회 모델을 따르기보다 종교 본연에 충실해 참여불교재가연대같은 단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수준높은 수행자 양성,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찰운영, 가부장적이고 전근대적인 문중문화청산, 총무원 등 지도부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천주교가 급성장한 것도 제사 등 전통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 이웃종교에 대한 관용, 각 수도회들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헌신,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투명성,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의구현사제단의 대사회적 실천 때문이었다.

그리고 불교가 그나마 조선 오백년의 억불정책을 딛고 어느 정도 위상을 확보한 것도 경허·탄허·성철과 같은 고승대덕의 치열한 수행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학부모나 개신교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이비리그의 현각같은 엘리트들이 스님이 되어 한국 땅을 밟은 것도 역시 숭산스님의 높은 법력 때문이었다.

생명·평화·다원주의가 21세기의 핵심키워드가 되고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불교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질적·양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심리학자이자 치유자였던 붓다를 통해 기독교의 한계를 불교에서 찾으려는 서구인들이 늘어나고 불교의 영역이 과학·심리·상담·문화·예술 분야까지 적용·확대되는 상황에서 불교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극단적일 정도로 시장만능을 외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종교적 상징인 미국의 메가처치 모델은 현재 한국 개신교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금융자본가들의 무한한 탐욕으로 미국의 세기가 저물고 있는 상황에서 그 모델도 조만간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불교는 그때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태그:#불교, #개신교, #목사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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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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