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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당, 신정정치 실현한다며 조용기, 김준곤 등 지원으로 총선에 참여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기독교 근본주의가 미국 정치권에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자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 정당 창립과 성시화운동이다. 국내에서 기독교정당 문제가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2003년 10월 한국새벽기도운동본부(대표회장 나겸일 목사)가 개최한 '한국 기독교가 나아갈 방향 모색' 심포지엄에서 유명 부흥사인 신현균 목사가 기독교정당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부터였다.

2003년 11월 국가기도회 포럼(대표회장 조용목 목사)에서 김준곤 목사도 기독교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2004년 2월 6일 서울에서 조용기 목사, 김준곤 목사, 전 한기총회장 김기수 목사, 8·15국가기도회 상임회장 박영률 목사등 700여 명이 참석해 발기인대회를 열고 기독교정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발기인대회에서 김기수 목사를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하고 "기독교 사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정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의 결의문과 함께 핵심정책으로 ▲헌법 준수 ▲국민의 삶 향상 ▲자유민주주 이념 수호 ▲한미동맹 강화 ▲국민화합 ▲국민통합 등을 내세웠다. 기독당의 주요 정책의 하나로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한 것은 참여자들의 기본인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준곤 목사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 중 기독교인이 37%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독인들이 120% 나서서 투표하면 틀림없다는 주장했으며 조용기 목사도 정치권에도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서 혼돈에 빠진 한국사회를 성령의 역사로 바꾸자고 역설했다.

기독당 추진인사들은 2004년 3월 말 63빌딩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하고 상임대표 최수환 장로, 상임대표고문 김준곤 목사, 상임고문 김기수, 박영률, 조용기 목사를 선출했다. 이날 행사는 10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예배 설교를 맡은 김준곤 목사는 미국을 예로 들면서 청교도를 통해 미국역사가 시작되었으며 그것을 통해 세계 패권을 쥔 나라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회가 예산을 세워 정치권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정치악(政治惡)을 향해 총(표)을 쏜다면 기독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용기 목사는 지금 한국사회는 강도당한 상황이며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어둡고 썩어 있는 정치에 기독인이 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뉴스앤조이> 2004년 3월 23일) 기독당은 출범을 전후에 많은 저항에 직면했다. 공의정치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복음과상황>, 새벽이슬 등 기독교내 개혁세력들은 지난 50년간 기독인들이 주도한 의회정치가 실패했으며 기독당 창당에 적극 개입한 주요 인사들이 지난 날 독재 권력에 협조했던 것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한국정치를 정화하는 데 지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교계여론도 부정적이었는데 당시 교계전문지인 <뉴스앤조이>와 갓피플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86%가 기독당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기독당 관계자들은 민주노동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자신 있다고 호언하고 지역구에 30여 명을 출마시킬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최종적으로 지역구에 3명의 목사를 포함해 9명이 나섰고 비례대표 후보도 황산성 변호사를 비롯한 14명에 그쳤다.

결국 기독당은 그해 4월 15일 실시된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1.1%(약 22만 표)에 머물렀고 지역구에서도 역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신앙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투표에 있어서는 지역연고와 계급, 계층별로 투표를 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정치성향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기독당은 2004년 총선패배 이후 '기독민주복지당(기민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7년 대선에서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망교회 장로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묻혀 흐지부지 되었다. 또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으로 이름을 바꾼 기독당은 '기호 8번을 찍으면 나라의 팔자가 바뀐다'는 비상식적인 구호를 내세우며 18대 총선을 맞이했으나 공식개표 결과 44만 표를 획득, 정당투표 득표율이 2.6%에 그쳐 1명의 후보도 국회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18대 총선에서 기독당이 획득한 득표(44만 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획득한 22만 표에 비해 2배나 늘었지만 비례대표 당선 기준(52만 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현재 기독당은 두 번의 총선 참패로 인해 조직이 와해되고 강력한 지지 세력이었던 교계 주요 인사들도 외면하면서 재기불능상태에 있다.

성시화운동, 불교 등 타종교 정복을 통해 하나님 나라 실현이 궁극적 목적

성시화운동은 16세기 종교개혁가인 칼빈이 제네바를 성시화하면서 종교개혁의 중심도시가 되었던 것을 모델로 한국에서는 1972년 당시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인 김준곤 목사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강원도 춘천을 시작으로 현재는 자치단체장 등 지역 공직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전국 39개 도시에서 성시화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성시화운동측은 성시화 운동의 주요 목적으로 ▲하나님 나라 백성의 확산 ▲ 하나님 나라 주권의 확립 ▲ 하나님 나라 영토의 확대를 들고 있는데 전용태 성시화운동 본부장(전 춘천지검장)이 성시화운동신문(www.holycitynews.com)에 기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성시화운동신문 2009년 4월 21일자)

성시화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성취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데 있다. 1972년 춘천에서 시작된 한국의 성시화 운동은 한 도시만이라도 완전 복음화하고 성시 모델 도시를 만들어 민족 복음화와 세계 복음화를 성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 하나님 나라의 주권, 하나님 나라의 영토 이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하나님 나라 백성의 확산

하나님께서는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하여 애굽에서 하나님의 백성을 만들었고 신약시대에는 교회를 세워 하나님의 백성을 확산시키셨는데 성시화 운동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 백성을 확산하는 운동이다.

(2) 하나님 나라 주권의 확립

하나님께서는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내 산에서 하나님의 주권인 율법을 주셔서 거룩한 백성으로 훈련시키셨고 신약시대에는 교회에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주셔서 하나님 나라의 주권을 확립하셨는데 성시화 운동은 성경을 신앙과 행위의 표준으로 삼도록 하여 하나님 나라의 주권을 확립하는 운동이다.

(3) 하나님 나라 영토의 확대

하나님께서는 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가나안 땅을 정복케 하셨고 신약시대에는 교회로 하여금 온 땅을 정복케 하셨는데 성시화 운동은 온 세상의 땅(이방문화와 이방종교)을 정복하고 하나님 나라의 영토를 확대하는 운동이다.

위의 목적으로 볼 때 성시화운동은 결국 국내외적으로 불교 등 타종교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배타적 선교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의식은 부산성시화운동이 주도해 2006년 6월 4일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Again 1907 in Busan' 행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기독교인들은 통도사와 범어사・해인사・표충사 등의 부산·경남지역 유명 사찰을 거명하면서 '사찰이 무너져야 한다.' 통성기도를 올렸으며 이 내용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유포되면서 부산지역 불교계가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성시화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개신교 공직자들이 적극 동조협조하거나 동조했기 때문이다. 성시화운동과 관련해 가장 크게 물의를 일으킨 인물은 2004년 5월에 열린 포항성시화대회에 참석해 시 예산의 1%를 성시화 운동에 사용하겠다고 천명한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다. 그의 발언에 분노한 불교계는 성토집회를 갖기까지 했으나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중앙공무원교육원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정 전시장이 재직하는 동안 포항시는 교회에 출석하는 각급 기관장과 평신도들이 각각 분과 및 직능별 홀리클럽을 조직, 매주 성경공부를 했으며 성시화신문 발간, 교회일치운동, 범죄 없는 포항운동 등을 벌이며 '예수 포항'만들기에 적극적이었다. 성시화운동측은 이 같은 자발적인 활동으로 포항시의 복음화율은 불교세가 강한 영남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20%에 이른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외에 교회와 동사무소를 연계한 '교동(敎洞)협의회' 를 추진한 성북구 서찬교 구청장, 인천을 복음도시로 만들겠다는 안상수 인천시장, 여수세계박람회를 복음박람회로 만들겠다는 오현섭 여수시장, 공문시달 시스템을 이용해 기도회 참가를 독려하고 근무시간에 통성기도를 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등도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을 위반했다며 불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자치단체장 등의 편파적 종교행위에 대해서는 지방 교부금 등을 줄이는 등의 합당한 제재나 처벌이 있어야 함에도 이명박 정권은 이를 무시하거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재는 게편이라고 할 수 있다.  


태그:#불교, #기독교, #기독당, #성시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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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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