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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돈받고 가르치는 선생님께 왜 선물해? 

"엄마, 오늘 회의 진짜 힘들었어."
"무슨 회의였는데?" 

"스승의 날 선물을 뭘로 할지 회의 하는데 남자애들은 말이 안 통해."
"남자애들 수준이 좀 낮지?" 

"글쎄 남자애들이 뭐라는줄 알아? 스승의 날 선물을 왜 하냬? 어차피 선생님들이 돈받고 우릴 가르친다는거야. 지네들이 수업시간에 안 떠들고 집중이나 하면서 그런 소릴 해야지. 선생님들이 지네 때문에 얼마나 힘들게 가르치는데 그런 소릴 해?"

딸이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는데 엄청 찔렸습니다. 그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전 수업시간에 잠자고, 떠들었던 기억이 많거든요. 물론 딸들이 제게 엄마의 수업태도를 물으면 당연히 엄청 집중했다고 하지요. 아래 질문하신 선생님도 잠자고 떠드는 아이들때문에 고민이 많으시네요. 스님은 이럴 때 뭐라고 말씀하실까요? 스님도 혹시 수업시간에 떠들고 주무셨다고???? 스님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당~

[질문]

저는 남들이 볼 때 공부 좀 한다는 하는 학군 중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 딴에는 최선을 다 해서 수업을 하는데 반 이상이 자고 떠듭니다.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 하지만, 제가 봐도 이 시스템 자체가 문제니까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애들이 태반인데 수업을 해 봤자 이지 않습니까?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애들한테 너희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할 수도 없고 항상 저의 생각과 말은 뭔가 모순된 것 같고, 그렇다고 제가 이 상황에서 일인시위를 할 수 있는 용기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애들에게 화가 나고 어느 순간부터 수업을 하기 싫어하는 교사가 되는 저의 모습도 너무나 싫습니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고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즉문즉설 해주시는 법륜스님
 즉문즉설 해주시는 법륜스님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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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답변]

내가 수업하는 시간에 애들이 존다 그러면 내가 강의한 것을 녹화를 해서 한 번 들어보세요. 그럼 내가 졸리는지 안 졸리는지. 내가 들어도 졸리면 애들도 졸리는 거예요. 내가 안 졸려도 애들은 졸리는 거예요.

학교 선생님들만 모아 놓고 교장선생님이 한 80분 강의하면 조는 선생님들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겠죠? 대학 총장만 모아놓고 문교부 장관이 강의하면 절반 이상이 존답니다. 강의할 때 앉아서 졸리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가장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건 부모다

우선 애들 하나 낳아 키우기 때문에 성장과정에 애들도 문제가 있어요. 아이들의 변화에 제일 영향이 큰 건 부모입니다. 부모의 태도. 입장이 제일 중요해요. 학부형들이 자기 애 낳아놓고 자기가 책임 안지고 돈 갖고 밖에 맡기잖아요. 식사? 가정부한테 맡겨버리죠. 공부? 선생님한테 돈 줘서 맡겨버려요. 그리고 자기는 밖에 돌아다녀요. 아이에게 무슨 부모의 사랑이 있겠어요.

또 하나 성적이 문제지 공부가 문제가 아니란 말이에요. 이런 시스템도 문제가 있고요. 학교 교육제도가 정말 뭔가 탐구하고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의무적으로 배우니까 공부 안하고 놀아도 성적만 잘 나오면 돼요. 게다가 선생님들도 자기 월급 받고 자기 생활하는 게 중요하지 아이들 하나하나 어떻게 가르칠 건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말이에요. 내 월급 내 휴가 이런 걸 중요시하지요.

이걸 개선을 하려면  이런 제도 아래서 이런 아이들을 놓고도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 일단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돼요. 거대한 교육제도하고 일개 선생님인 내가 싸워 이 제도를 바꾸려면 힘들겠지요. 내 애도 아닌 남의 애들 40명을 뜯어고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나를 뜯어 고치는 게 좀 쉬워요. 

그 다음에 제도를 바꿔야 되겠죠. 제도를 바꾸는 것은 학부형하고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서 제도를 개선해야 되겠지요. 나만 가르치면 된다가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지지를 받으면서, 학부형에게 지지를 받으면서, 선생님이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뭘 요구하면 학교에서 어느 선생님이 공부도 제일 잘 가르치고 학부형들도 좋아하고 그런데 개선도 요구하고 그러면 파워가 있어요, 없어요? 있지요. 무시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애들도 하나도 안 좋아하고 학부형도 안 좋아하고 동료선생님도 하나도 안 좋아하고 다 말하기를 성격이 좀 이상하다, 이런 사람이 제도가 어떻고 이러면 아무도 지지하는 사람이 없어요. 

언제나 변화를 원할 때는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제나 일을 시작할 때는 쉬운 것부터 먼저 해야 돼요. 그래서 나부터 먼저 시작합니다. '교육제도가 문제야. 애들이 문제야.' 이러면 기분이 안 좋지요.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강의를 하면 애들이 재미가 있겠어요? 애들이 재미가 없어요. 우선 나부터 기뻐야 돼요. 애들이 졸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마세요. 강의할 때 내가 재밌어서 막 신나서 재밌게 얘기해도 조는 사람 있어요. 그런데 그건 조는 자기 문제고 우선 나야 그들이 졸든지 말든지 신나게 강의하고 나오니까 나는 우선 괜찮지요? 사람이 좀 이기적이라야 돼요. 우선 내가 좋아야 돼요.

첫번째, 강의를 내가 재밌어 하나 안 재밌어 하나 자기를 점검해 봐야 돼요.

가르치는 것을 놀이삼아 하세요. 내가 재밌는지 안 재밌는지 내가 점검을 하고 녹화를 해서 한번 보세요. 내가 재밌어하고 있는 표정인지, 막 신나서 가르치고 있는 건지 이게 먼저 점검이 돼야 돼요.  월급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게 아니고 내가 재밌어야 돼요. 선생님이 좀 실력은 없어도 애들보다 낫지요. 그러면 내 아는 수준에서 우선 재미있게 좀 가르쳐줘요.

가장 최악은 재미도 없으면서 어렵게 가르치는 것이다.

또 나는 재밌는데 딴 사람이 볼 때 재미가 하나도 없어요. 기왕 나도 재밌지만 남이 봐도 좀 재밌도록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 져야 돼요. 먼저 강의는 쉬워야 돼요. 쉽다는 말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 돼요. 쉽게 강의하려면 내가 내용에 완전히 통달해야 돼요. 그래야 일상용어, 평범한 용어를 갖고 얘기를 할 수 있지, 통달이 안 되면 책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자꾸 인용해야 돼요. '아무개가 이렇게 말했다. 어느 책에 이렇게 써 놨다.' 이런 얘기하면 제일 졸리거든요. 그리고 모르는 사람의 심정에 서서 설명을 해 줘야 돼요. 그래야 애들이 쉽게 알아듣는다 이 말 이예요.

두 번째는 내용이 있어야 돼요.  

아무리 쉬워도 들어서 얻는 게 있어야 돼요. 내용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에요. 책 보면 다 있는 것 흑판 보고 베끼는 이런 사람 있잖아요. 원리를 가르쳐줘야 된단 말이에요. 흐름을, 큰 틀을, 책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아주 핵심적인 초점을 딱 짚어주면서 부차적인 것은 오히려 책을 보며 참고해라 이렇게 얘기해야 되는데 무슨 전과 펴서 베끼듯이 애는 쳐다보지도 않고. 요즘 참고자료 많으니까 참고자료 찾거나 인터넷 들어가서 찾으면 다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엎드려 잠자는 거예요.

그리고 강의를 할 때 애들하고 눈을 딱 맞춰서 봐야 돼요.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해야 해요. 그런데 강의하는 사람이 자신 없으면 그냥 천정 쳐다보고 녹음기 돌아가듯이 얼굴 잘 안 쳐다보고 강의하지요. 눈을 딱 맞추고 있으면 졸다가도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세 번째, 자기 강의를 발전시키려면 강의가 끝난 뒤에 시험을 쳐 보면 돼요.

시험을 쳐보면 내 딴에 잘 가르친다고 가르쳤는데 애들이 모르는 게 많아요. 그럼 선생님들 대부분이 '내가 이렇게 가르쳐 줬는데 이것도 몰라?' 짜증을 내는데, 시험을 쳐서 애들이 성적이 나쁘면 '아, 애들이 이것을 모르는구나. 이 문제는 애들이 전부 못 알아들었구나.' 이렇게 성적을 보고 애들이 공부를 못 한다고 야단 칠 게 아니라 애들이 뭘 못 알아들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돼요. 그리고 설문지 조사를 가끔 해요. '내가 강의 하는 중에 어떤 문제를 잘 못 알아듣겠나, 너희가 공부하는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느냐.' 이런 걸 듣고 보면서 '아, 내가 이걸 고쳐야 되겠다.' 이렇게 자기를 자꾸 개선해 나가야 돼요.

이 시스템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그걸 내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전체적으로 이 문제가 개선되려면 첫째 집에서 아이들 키울 때 제대로 키워야 돼요. 먼저 집에서 부부가 화합하고 엄마가 직접 지식으로 가르쳐 줄 수 없으니까 엄마가 늘 기도해서 아이가 마음에 심리적 안정이 되도록 도와주는 게 굉장히 필요해요.

그 다음에 선생님들은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자꾸 연구를 해야 돼요. 그리고 잘 못 알아듣는 아이들은 짜증내기 전에 방과 후에 모아서 돈과 아무 상관없이 내가 잘못 가르친 내 죄로 보충학습을 시켜준다든지 해서 저분이 정성을 기울여서 나를 가르쳐주려고 하는구나, 하고 아이들에게 감동이 와야 돼요.

밤새 코피 터지게 학습하지 말고 인터넷 들어가서 법륜스님 법문이나 듣고 잠 푹 자고 아침에 웃으면서 나가서 인사하고 선생님, 교장선생님 보면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하고 인사하고 애들도 만나면 "잘 잤니? 공부하기 힘들지?" 이렇게 인사도 해 주면서 심정도 이해해 주세요.

아이들, 교육제도를 탓하기 전에 나의 문제임을 먼저 알아야 한다.

아이들한테 교육제도가 문제다 자꾸 이렇게 얘기하면 애들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자기가 내일 모레 시험을 쳐야 되는데 계속 제도가 문제다 하면 어떻게 하란 얘기예요. 지금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공부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우리가 이 틀에 갇혀 있어서만은 안 된다, 실제로 우리가 공부가 목적이지 점수가 목적은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아이들에게 이 한계를 뛰어넘도록 해야 합니다. 시험공부를 해야 되지만 이 공부는 꼭 시험 때문에 하는 거는 아니라는 것도 늘 얘기가 돼야 해요. 지금 그게 아이들한테는 중요한 거 같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아이들한테는 하나의 감동이 됩니다. 자기가 그런 노력을 해야 돼요.  

그래서 지금 원하는 것, 집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고 제도도 중요하고 다 중요한데 이것을 제기하려면 우선 내가 내 직분에 먼저 충실해야 돼요. 내 직분에 충실하는 가장 첫 번째는 애보다 누가 더 중요하다, 내가 더 중요하다. 

선생님들은 꼭 6월 13일, 시간을 내야 한다. 왜? 안 괴롭기 위해서~

스님 법문 잘들으셨나요? 제 고등학교때 지리선생님께서 자습서 보고 줄줄 읽는거에요. 한번도 저희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설명도 없습니다. 그 선생님을 보면서 어떻게 고3담임을 하는지 진짜 이해가 안갔습니다. 그렇게 가르칠거면 뭐하러 수업시간에 들어오는지, 그냥 자습서 봐라, 하면 되잖아요? 그래놓고 억수로 폼은 다 잡죠. 어린 맘에도 제발 연구 좀 해서 가르치라고 충고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정말 아이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은지 6월 13일날 조계사 불교 역사 기념관에 오셔서 스님께 직접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네요. 선생님들은 늘 가르치는 입장에만 있으니 배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자신의 토대에 갇혀 있는 것이지요. 장학사님이나 교장샘이 강의할 때 조는 선생님들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을 이해하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들의 고민이 이런 것만 있겠습니까. 교장샘과 갈등도 있을 것이고, 동료교사와 갈등도 있을 것이고, 개인 갈등도 있을텐데 이런 고민을 법륜스님께 직접 여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을 물어도 막힘없이 본질을 꿰뚫어 선생님들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 주실 겁니다.

일시: 6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 - 4시
장소 : 조계사 불교 역사문화 기념관
질문을 미리 하실 분은  자세히 보기 에 들어가셔서 하셔 질문을 남겨주세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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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즉문즉설, #교사정토회, #무엇이든 물어라, #행복한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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