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4월 30일 학교자율화 3단계 방안 중 2단계 시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내용을 보면 교육과정 20% 자율화, 학교장의 학교인사권 자율화, 자율학교 확대 등 크게 3가지 방향입니다. 이미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학교가 입시학원으로 되고 서울대반, 연고대반이 버젓이 생겨나 학생들 숨통 조이고 학부모 주머니 터는 식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유치원과 초등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 시안이 대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궁금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연구내용을 언제까지 숨길 것인가?

사실 다른 내용에 비해 교육과정 자율화 이 안만 보면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뭘 하자는 건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연초부터 진행된 미래형교육과정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4일 광주에서  제3차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토론회에는 그 동안 의논된 내용을 총정리하여 여러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애초 토론자들에게 보낸 내용과 자료집에 실린 내용이 조금 달랐는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아래의 표입니다.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교과들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니 당연히 이런 표가 나오면 해당 교과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몇 번의 토론회에서 실갱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과정선진화 특위나 연구진들이 계속 극비라고 연구내용을 숨겨왔습니다. 마지막 공개토론회를 앞두고 토론자들에게 보낸 내용에 이 표가 있었는데, 실제 토론회와 보도자료에는 빼버렸습니다. 아직 확정하기 전이라 그랬겠지요.

 하지만, 학교에서 어떤 교과를 가르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정당당하게 내 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5월안에 확정한다면서 이런 내용을 언제까지 숨기려고 하는 걸까요? 교과부 역시 이번에 이런 것도 하나 발표하지 않고 애매하게 학교에서 20%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권"만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교육과정심의회에서 가장 오랜 시간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이런 편제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결정하기 힘드니 학교에서 치고박고 싸우라는 이야기일까요? 제발 일반 교사들이나 국민들이 알고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정당당하게 연구내용부터 먼저 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있지도 않은 교과를 가르치라는 건가?

 그런데 이 표가 현재 초중등학교 교과들과 맞지 않습니다. 7차 교육과정과도 다르고, 올해부터 시행된 2007년 개정교육과정과도 맞지 않습니다. 특히 저대로라면 내년에 당장 1,2 학년은 국어, 수학밖에 가르칠 수 없습니다. 1, 2학년은 81년부터 국어, 수학, 통합교과(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도 없고 교과도 없는데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교과부가 자꾸 수요자중심을 외치다 보니 학교도 가게이고, 학교 교과도 가게 판매대처럼 아무거나 구색맞춰 갖다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있지도 않은 교과를 다른 학년 교과서라도 꿔다가 가르치라는 건가요? 저는 연구진이 초등학교 현실을 알고나 만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이런 탁상행정, 밀실행정에 정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