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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직도 '이슬람'은 기독교와 불교처럼 선뜻 손을 내밀만한 종교가 아니다. 이유는 미국과 서구 언론이 심어준 분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과격한 폭도 세력이라는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은 13억 명 신도와 유엔에 가입한 이슬람 국가가 57개이다. 한비야씨는 "그렇게 예의 바르고 명예와 신사도를 귀중하게 여기는 남성 중의 남성인 아랍의 베두인 전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비록 베두인을 두고 한 말이지만 한비야씨는 이슬람을 믿는 이들이 "예의 바르고 명예와 신사도를 귀중하게" 여겨 그들을 보는 것이 보람이라 했다. 그럼 왜 아직 많은 이들은 과격한 폭도세력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이는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렇다 이슬람 문명을 직접 만나도 않았으면서 우리는 서구 언론이 만들어준 시각을 그대로 가졌다. 이슬람을 잘 모르면서 이슬람을 평가해 버렸다. 그렇다면 이슬람 문명을 알아야 한다. 이슬람 문화권을 직접 여행하는 길도 있지만 이슬람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은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는 일도 한 방법이다.

 

조금 지난(2001년) 책이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이슬람 문명에서 살았고, 배웠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외 11명이 쓴 <이슬람-이슬람 문명 올바로 이해하기>(이하 이슬람)는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실체, 석유와 여성 문제, 일상생활과 통과의례, 문학과 예술, 한국과 이슬람 고대 문화 교류 따위를 실은 책으로 이슬람 문명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주 분명하고 중요한 것은 이슬람권에도 우리와 똑같은 따뜻한 피를 가진 사람들이 오손도손 정답게 살고 있고, 인정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나는 순수함과 순박함이 넘친다는 사실이다. 이슬람은 이제 종교를 넘어 삶의 존재가치이며 삶에 완전히 녹아 있는 문화적 총체이다. 이슬람은 더 이상 종교적 체계가 아니다. 삶 그 자체이다."(5쪽)

 

그렇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는 사람임을 <이슬람>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슬람과 함께 지구 공동체를 살아가기 힘들다.

 

이집트 룩소스 일대에 있는 카르나크 대신전은 완벽한 예술성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는 피라미드, 성 소피아 성전과 초기 기독교 일곱 교회, 세계 7대 불가의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는 터키와 메소포타티마 문명은 현재 이슬람 문명권이다. 그렇다 현재 이슬람 문명권은 인류문명이 살아 숨쉬는 곳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이슬람>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슬람 여성을 탄압받는 상징으로 생각한다. '일부다처제'와 '히잡', 탈레반 지배 아래 있는 여성들이 배움을 박탈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굳어진다.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서구사회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생각한 일이 얼마 되었는가? 아직도 남녀차별을 곳곳에 남아 있다. 오히려 <이슬람>은 꾸란이 여성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슬람의 유산 상속권은 꾸란에 명문화되어 있는데 모든 무슬림은 자신의 재산을 처나 부모, 자식, 그리고 친척들에게 유산으로 상속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모든 남성과 여성은 부모나 가까운 친척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법적 자격을 가지고 있다."(105쪽)

 

또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베쿰 칼레다 지아'를 1991년 최초 여성 수상으로 선택했다. 지아 수상은 방글라데시에 진정한 민주주의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고 <이슬람>은 강조한다. 잘 알고 있듯이 인도네시아는 2001년 '메카와티 수카르노 푸트리'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슬람>은 중동지역 역학 관계만 아니라 하루만에 장례를 치르는 장례문화, 아랍인들과 상거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이슬람과 지역에서 거래를 하려면, 누구든지 비방하지 말고, 아랍인을 꾸짖지 않기. 대화를 끊어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문 밖까지 배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지적한다.

 

이슬람 은행은 이자가 없다고 한다. 이는 꾸란이 이자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퇴직한 사람들이 은행에서 이자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슬람 문명이 썩 내키지 않겠지만 임대료가 오르지 않는 법도 있으니 서민들이 살기에는 좋은 환경일 수 있다. 임대료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토지와 건물들은 종교성 재산으로 공공재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20년 동안 임대료가 오르지 않는 이들도 있다니. 참 부럽다.

 

이슬람은 더불어 함께 살고, 평등과 평화를 사랑했던 종교였다. 그런데 왜 이슬람이 서구사회에 대한 반감을 가졌을까?

 

현대 미국의 퇴폐적인 성문화나 극단적인 물질주의 문명에 대한 반감이 그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뿌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얽힌 문제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중동 지역은 서구 유럽 제국주의 시절 대부분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그들의 식민통치를 맛보았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의 지배를 당했음에도 그 이후에 이 지역에 진출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영국과 프랑스보다 큰 것은 바로 미국이 개입하면서부터이다(207 쪽)

 

이는 아랍인들을 자부심을 자극하는 것이었고 서구의 정치 경제에 예속되는 것에 대한 분노와 한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주의 대표성을 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그 이스라엘에 참패함으로써 아랍인이 가지는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침략한 세력들과 그 지지자들을 좋아할 리가 없는 것처럼.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무참히 짓밟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이스라엘은 5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친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지 않아도 아무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아랍 민족의 조그만 실수에 대해서는 폭격, 무역봉쇄, 경제제재 따위를 취하는 미국 중심 서구제국주의를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과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남은 중요하다. 이슬람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테러리스트니, 전근대적 종교라고 비판한다면 지구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들이 교류한다는 것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도 교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서로 다른 문화의 접촉을 뜻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집단이 문화적 교류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문화적 변동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369쪽)

덧붙이는 글 | <이슬람>-이슬람 문명 올보로 이해하기


이슬람 - 9.11 테러와 이슬람 이해하기

이희수.이원삼 외 12인 지음, 청아출판사(2004)


태그:#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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