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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하면 생각나는 것은 '지붕'입니다. 그것도 고향집 지붕입니다. 시골이 고향인 분들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살았습니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에서 살아보지 않은 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붕뿐만 아닙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슬레이트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기름이 잘 빠지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돼지고기는 어떤 불판보다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나 역시 경험자입니다. 1994년 여름 방학 때 대학원 동기생들과 함께 슬레이트 한 장 위에 돼지고기를 엄청나게 구워 먹었습니다.

슬레이트가 석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다들 잘 알지 못했지요. 알았다면 지붕으로 삼고, 돼지고기를 구워 먹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지금 석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슬레이트가 단단하기 때문에 석면 가루가 날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슬레이트 지붕은 비바람과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약해졌습니다. 석면이 빗물에 씻겨 내려갈 수 있고, 바람에 날아 갈 수 있습니다.

슬레이트가 석면으로 되어 있다는 소식과 함께 위험물질임을 알고나서 고향에 슬레이트 지붕이 얼마나 될까 살폈습니다. 슬레이트 범벅이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지붕이 다 슬레이트입니다.
 지붕이 다 슬레이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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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를 보니 사람이 사는 슬레이트 지붕은 35% 정도라고 했는데 우리 동네는 아예 집 전체가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가구도 있었습니다. 슬레이트를 정말 머리 위에 두고 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고향 동네 전체를 보면 60%는 슬레이트 지붕이었습니다.

우리 집도 슬레이트 지붕입니다. 본채와 아래채 모두 슬레이트입니다. 슬레이트 집에서 30년을 살았으니 머리가 아팠습니다. 어머니와 동생네 가족이 아직도 살고 있습니다. 동생에게 석면을 머리 위에 두고 사는 기분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아무 대답없이 웃기만 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
 슬레이트 지붕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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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가 오래되어 표면이 약해지면 페인트 칠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페인트 칠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페인트 칠을 하지 않는 슬레이트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집은 거의 없습니다.

슬레이트 지붕
 슬레이트 지붕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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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면서 초가지붕은 하나 둘씩 사라졌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그 때까지 초가지붕에서 살았습니다. 아버지와 형님이 1년에 한 번씩 볏짚을 엮어 지붕을 이는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초가집에서 바로 슬레이트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중간에 양철지붕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도 처음부터 슬레이트 지붕이 아니라 양철지붕이었습니다. 양철지붕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연탄가스에 약했습니다. 나무로 불 때다가 연탄을 때자 금방 양철지붕은 녹이 슬었고, 부식이 심해졌습니다.

양철지붕
 양철지붕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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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나무를 대신하면서 슬레이트가 양철지붕을 대신했지요. 양철지붕은 잠시 거쳐간 지붕이었지요. 이후 슬레이트는 우리나라 농촌 지붕의 대명사였습니다. 우리 고향처럼 슬레이트 범벅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아직도 우리 고향은 지붕이 기와와 양찰, 슬레이트가 함께 어우러져 있지만 슬레이트가 대부분입니다.

양철지붕, 슬레이트 지붕, 기와
 양철지붕, 슬레이트 지붕, 기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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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 재료가 석면이기 때문에 교체해야 합니다. 슬레이트 지붕은 농민들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었습니다. 슬레이트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교체 비용을 정부가 부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니 집 같은 넓이는 슬레이트를 뜯어 내는 비용만 해도 300만 원 정도 듭니다. 뜯어낸 후 지붕을 다시 해야 합니다. 뜯어내고 다시 지붕을 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수백만 원 듭니다. 이 비용을 다 부담하는 것은 엄청 힘든 일입니다. 정부가 전액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부담을 해주어야 합니다. 

고향은 언제쯤 슬레이트 지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요.


태그:#슬레이트,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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