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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보, 퇴근하고 곧바로 계모임 왔는데 저녁 챙겨 먹어요. 미안해."

"응, 술 많이 안 먹고 일찍 들어갈게."

"그래, 그래요. 걱정 말아요. 음주운전 하지 않을 테니까."

 

"야 인마, 안 그러면 공처가 아니랄까 또 전화질이냐?"

"누군 마누라가 없나. 저 자식은 꼭 계모임만 오면 마누라한테 전화한다니까."

"너 땜에 다른 친구들은 다 도매금이다. 넌 좋겠다, 마누라한테 사랑받아서."

 

계모임이 연기되는 바람에 아내한테 미처 알리지 못하고 왔다고 전화하던 친구가 팔불출로 지청구를 받았습니다. 머쓱해하며 그가 말꼬리를 달았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라. 우리 같은 사내들은 언제 어느 때고 모여 앉아 몸에 좋다는 거 찾아다니며 먹지만, 집안에서 남편만 해바라기 하는 아내는 밥도 제때에 챙겨먹지 못해. 그래서 맛 좋은 먹을 때면 챙겨 주고 싶어서 전화한다. 왜? 떫으냐?"

 

당연한 얘기였지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사실 집지킴이 하는 아내들 안됐습니다. 마흔 후딱 넘긴 나이에 남편직장 가고, 아이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뿔뿔이 나가고 나면 당그랗게 남은 사람 혼자서 점심이라도 제대로 챙겨먹겠습니까.

 

 

전업주부들의 하루 일상은 어떨까요?  물론 부유한 유한마나님 정도면 같은 부류끼리 몰려다니며 백화점 쇼핑도 하고 더 맛난 것도 양껏 챙겨먹으며 호사를 부리겠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의 혼자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대충' 때우고 맙니다. 아침에 먹다 남은 식은 밥에, 끓이다만 찌개에다 대충 김치 하나로, 버리기 아까운 반찬을 다 넣어서 비벼먹거나, 그것도 라면을 끓여먹거나, 어쩔 수 없이 한 끼 때우는 양, 허겁지겁 먹거나 아예 귀찮으면 거르기도 합니다. 

 

전업주부들의 하루 일상은 어떨까요

 

주부들, 왜 남편과 아이들 밥상은 정성 들여 차리면서 자신을 위한 상차림에는 그렇게 인색할까요? 귀찮아서? 게을러서? 하기 싫어서? 천만에요. 가족들 제 할 일 찾아 떠나고 난 다음부터 주부들이 하는 일을 헤아려보면 두 손을 다 꼽아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가정에서 하는 일들, 날마다 되풀이해서 쓸고, 닦고, 치우고, 정리하고, 부셔 봐도 그렇게 때깔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을 위해 혁혁하게 수고하는 남편들의 은공을 폄하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남편들,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무심하고 무덤덤한 남편들, 하고많은 아름다운 말 중에서 '집에서 하는 일이 무어냐'고 닦달합니다. 그건 아내들의 고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깁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아무리 맘 좋은 아내라도 가슴이 쿵하고 무너집니다.

 

남편들, 직장 생활을 통해서 숱하게 스트레스 받고,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으로 피곤마련 하다지만, 한 가정 곱게 꾸려가고자 애쓰는 주부들의 드러나지 않은 은공은 관심 갖고 챙겨보지 않으면 평생 느껴볼 수 없습니다.           

 

아내의 드러나지 않은 은공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퇴근해서 아내들이 하는 저녁준비며 설거지, 빨래를 거들거나 대신하라는 다그침은 아닙니다. 아내들 하는 일 못지않게 남편들이 하고 있는 일 존경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말없이 오붓한 가정을 건사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애쓰는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남편이 꼭 잡아주는 고운 손길만으로 아내는 그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여보, 오늘 하루 수고 많았지? 당신이 최고야."

"난 당신이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당신 참 고마워."

"당신은 언제나 봐도 아름다워. 그 비결이 뭐야. 당신 사랑해."

 

남편의 미더운 사랑으로 아내의 고통은 쉬 풀려납니다. 아내는 남편의 종살이를 위한 소유물이 아닙니다. 남편이 아내를 존중하고 아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자기 아내를 존중하지도 아름답게 챙겨보지 않습니다. 하늘같이 소중한 아내를 우러러 사랑해야 합니다.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고 난 뒤 후회해본들 소용없습니다. 아내는 슈퍼우먼이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내, #슈퍼우먼, #시장보기,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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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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