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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만평은 사설과 함께 그 날짜 신문들의 논조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만큼 한 컷 만평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조금 더 비약하면 만평 하나만으로도 그 신문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25일자 만평은 24일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 중 한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요즘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는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사건만 아니라 24일에는 매우 중요한 일이 있었다. 고 장자연씨 수사 발표였다. 소문만 무성하고,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은 수사였다.

 

고 장자연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무기력했던 우리나라 신문사는 과연 장자연씨 사건을 만평에 다루었을까 궁금했다. 직접 확인한 결과만으로는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만평이 고 장자연씨 사건을 다루었다. 

 

<서울신문>  '백무현 만평'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 않는다는 한 보험사 광고 문구를 따와 경찰이 성접대 받은 언론에게 아주 좋은 보험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 보험사가 경찰이라는 점이다.경찰이 성접대 언론인들을 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경찰이 언급한 성접대 받으신 언론인이 누구인지 참 궁금하다. 언론인들을 위하여 경찰이 보험까지 들어주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찰의 비극이다.

 

<한국일보> '한국만평'은  장자연 리스트 오른 이들이 경찰 스폰스가 되겠다고 나섰다고 비꼬았다. 다 떨어진 옷을 입은 경찰. 참 불쌍하다.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이들 얼굴은 늑대다.

 

경찰이 불쌍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경찰 스폰스가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경찰 스폰스가 된다는 것 자체가 경찰에게는 비극이다.

 

진실을 밝혀야 할 경찰이 진실을 밝히지 못하니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스폰스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찰의 비극이자, 수치다. 과연 경찰은 그 수치를 알고나 있을까? 안 다면 이런 발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그를 탓할 것 하나도 없음을 경찰은 명심해야 한다.

 

<프레시안>의 '손문상의 그림세상' 은 정치권력의 유한함을 비웃는 '장자연 언론사'를 어둠에 비유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밑그림이 '밤'이다. '밤'이 던지는 의미는 복합적이다. 어느 누구는 자신을 밤의 대통령이라 했다.

 

또 밤은 어둠이다. 어둠은 빛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들은 어둠을 쫓는 세력이지, 빛을 따르는 세력이 아님을 고발하고 있다.

 

어둠을 이기는 빛이 되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어둠이 되었으니'해당 언론사'는 언론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대대손손' 영원할 것 같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말한다. 어둠이 어찌 영원하겠는가?

 

고 장자연씨 수사발표를 다룬 만평 중 최고 작품은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이다.

 

'밤의 대통령' 구두 주걱이 되어버린 경찰배지.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다. 경찰배지는 자신이 경찰임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상징인 경찰배지가 한 언론사 'A'씨의 구두주걱이 되어버렸다.

 

진실을 밝혀야 할 경찰이 장자연씨 수사가 끝났다고 사장님 힘내시라는 팻말까지 들었다. 마침 그날은 고 장자연씨 49재날이었다.

 

진실을 외면한 경찰, 어둠을 더 높이 사는 언론. 2009년 대한민국 현실이다. 장자연씨 수사 결과를 두고 만평은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만평을 제외하고는 어느 언론사도 장자연 리스트를 파헤치지 않았고, 못했다.

 

이종걸 의원이 실명을 거론하고 나서도 몇몇 언론을 빼고는 '해당언론사'니, '00일보'이니, '0사장'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과연 언론들이 경찰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언론이 어둠을 이기는 빛이 되기까지 갈 길이 참 멀다는 사실을 이번 장자연씨 사건은 그대로 보여주었다.


태그:#만평, #장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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