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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전국적으로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내가 다니는 사립 대학교도 신문방송학과, 의과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학과의 등록금은 동결됐다. 하지만 나는 정부가 등록금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것 같아 동결에 동의하지 않았다.

2006년 내가 처음 대학교에 들어왔을 때 낸 등록금은 250만 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1학기 등록금은 280만원을 넘어섰다. 3년 사이에 약 30만원의 돈이 오른 것이다.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대기업 부모의 자녀나, 등록금 낼 경제적 사정이 되는 학생들에게는 그리 큰 액수가 아닐지 모르지만 매년 오르는 등록금 때문에 힘겹게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이것마저 큰 부담이다.   

이렇게 부담스러운 등록금, 후배들은 어떻게 납부했고 또 납부할 건지 물었다.

월수입 200인데, 등록금은 300

지난 10일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던 도중 경찰이 '차도에서 내려와서 불법 시위를 한다'며 3차례 경고방송 직후 곧장 연행작전에 돌입해서 남녀 대학생 49명을 강제연행했다.
 지난 10일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던 도중 경찰이 '차도에서 내려와서 불법 시위를 한다'며 3차례 경고방송 직후 곧장 연행작전에 돌입해서 남녀 대학생 49명을 강제연행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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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대 07학번 후배
: "동결되면 뭐해? 등록금 동결 시켜놓고 장학금 줄이고, 학생들이 필요한 학교복지시설도 등록금 동결해서 돈 없다고 안 해주는데 말야. 학교 재단은 매년 남은 등록금을 많이 모아두고 있다는데, 등록금 동결 핑계로 학생들이 피해를 받아야 하는 게 참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윤리학과 07학번 H후배 : "올해는 등록금이 동결되었지만 작년에 등록금 인상이 매우 부담스러웠어요. 왜냐하면 우리 집 월수입이 약 2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데 동록금은 한 학기에 약 300만원이나 되니 말이에요.

어머니가 빚 같은 거는 정말 싫어하셔서 생활에 들어가는 돈을 줄여서라도 내 등록금을 현금으로 내고 있어요. 용돈은 꿈도 못 꿔요. 등록금 외에는 일체 집에서 돈을 받지 않고 내가 알바를 해서 생활을 해나가고 있어요."

철학과 07학번 W후배 :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을 했어요. 처음에 학자금대출을 하면 무이자 대출에, 빚 상환도 졸업 후에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매월 대출 이자도 꼬박꼬박 내야 하고, 등록금 상환 기간도 여유롭지 않더라구요.

지금 내가 군대에 있어 매월 대출 이자를 면제 받고 있지만 또 군대 제대 후에 또 다시 학교 다닐 생각하니 끔찍해요. 내가 복학할 때 쯤 되면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 원 정도 되겠죠? 그냥 이 참에 직업 군인 해버릴까 싶어요."

철학과 09학번 B후배 : "올해는 일단 부모님이 예전부터 저 대학 보내려고 모아둔 돈으로 1학기 등록금을 납부했어요. 그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돈이 4년 내내 낼 수 있는 돈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사실 이건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1학기 등록금도 부모님이 100% 납부해 주신 거는 아니에요.

지난 겨울방학 때 제가 2달 동안 공장에서 일해서 등록금의 반 정도 부담을 했어요.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여름 방학 되면 공부도 해야 하고 이런 저런 활동도 하고 싶은데 등록금 때문에 그 모든 걸 포기해야 할까 두려워요. 그래서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장학금을 탈 거예요."

무이자 대출 받은 나도 잠재적 신용불량자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 홈페이지.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 홈페이지.
ⓒ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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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라 회사에서 무이자로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금대출을 하거나 직접 등록금을 벌고 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랐다.

"엄마 무이자 대출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알고 싶어요. 나는 매월 대출 이자도 없고, 상환도 자유로운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아는 게 맞죠?"

엄마 "너 무이자 대출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구나.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는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출 이자도 없고, 상환을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그렇게 할 수 없지. 학교를 졸업하고 2년 혹은 3년 후에 매월 50~60만 원씩 상환해야 해.

상환을 하지 못했을 때는 니네 아버지 월급에서 차감을 시킨단다. 만약 두 가지 방법을 다 거부한다면 적어도 니네 아버지가 은퇴하시기 전까지 대출금 전액을 갚아야 할 거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지."

"정말요? 그럼 지금부터 1~2년 뒤부터 대출금 상환이 시작 되겠네요? 그럼 제가 매월 60만원을 상환해야 되네요. 아 졸업하고 대학원도 가고 싶은데 대학원 기간 동안 학부 등록금 대출금 상환을 미루고 또 무이자로 대출 할 수 없어요?"

엄마 "대학원 등록금 대출은 안 된단다. 대학 4년까지만 대출이 된단다. 그리고 만약 다른 학교를 다니다 재수를 해서 새로 1학년을 다니거나, 학점이 좋지 않아 한 학기를 더 듣게 되는 경우 등 4년 이상 무이자 대출이 되지 않아. 무이자 대출도 만만한 제도가 아니야. 결국 다 빚이지. 미안하지만 대학원까지는 엄마가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너가 직접 벌어서 대학원에 가야 할 것 같아. 미안하다 성민아."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미래의 잠재적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물론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탄탄한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이런 불길함에 대해 전혀 두려움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소수의 몇 퍼센트 사람들만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혼자 탄탄한 직장에 들어가서 등록금 상환 걱정 없이 살아 갈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토익책을 덮고 짱돌을 들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항의하러 거리로 나가야 하는 것인가. 나뿐만 아니라 20대의 모든 대학생들이 기로에 서 있다.


태그:#등록금,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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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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