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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이 15일로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16일 0시부터 28일 자정까지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5곳, 기초단체장 1곳,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5곳, 교육감 2곳 등 모두 16곳에서 치러진다. 이 가운데 18대 총선 이후 1년여만에 처음으로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는 2년차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 박근혜 대 이회창'
 

이번 경주지역 재선거는 따지고 보면 '거물들의 싸움'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측근인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와 박근혜 캠프 특보 출신의 정수성 후보(무소속)가 맞붙은 구도다.

 

여기에다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이채관 선진당 후보까지 뛰어들었다. 정치적 배경만 놓고 보면 '이명박 : 박근혜 : 이회창'의 대결이 되는 셈이다.

 

볼거리는 이상득 의원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정종복 후보의 '설욕'이냐, 박근혜 전 대표가 보내는 '무언의 지지'를 받는 정수성 후보의 '파란'이냐이다. 경주는 이상득 의원의 '정수성 사퇴 압력 의혹'까지 터지는 바람에 단박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정 후보는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보도된 <경향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정종복 후보가 29.7%, 정수성 후보가 27.9%를 기록했다. 불과 1.8%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4.38%포인트) 이내다.

 

[정종복] 낮은 자세로 설욕 도전... '친이'이지만 홈페이지엔 '박근혜 동영상'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정종복(58)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했다가 패배한 바 있다. 친박쪽으로부터 '공천학살' 주역 중 한명으로 몰린 게 주요한 패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당내의 친박 진영은 아직도 그의 출마가 달갑잖다. 출마에 앞서 정종복 후보는 박근혜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찾아가 앙금을 풀려고도 해봤지만 허사였다.

 

정종복 후보는 "지난 (17대 국회) 4년 동안 경주 시민의 마음이 얼어붙은 건 국회의원을 할 기회를 줬는데도 해놓은 일이 없다는 채찍질"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부터 냈다. 또 "모든 것이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반성하고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만약 민심이 18대 총선 때 같았다면 출마는 엄두도 못냈을 것"이라며 밑바닥 민심이 자신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인 정종복 후보가 가장 찝찝한 대목은 '박심'(박근혜 전 대표의 마음)이다. 경주는 대구·구미와 더불어 '박정희 향수'가 강한 지역이다. 본인의 홈페이지에도 지난 2006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시절 '당원교육용'으로 찍은 홍보동영상을 맨 앞에 내걸었다.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이 동영상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정종복 후보를 지원하는 내용으로 착각할 법도 하다.

 

이런 와중에 터진 박 전 대표의 "우리 정치의 수치"라는 한마디는 그대로 경주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종복 후보는 "그 일은 소통 불통으로 (박 전 대표에게)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정수성 후보 사퇴 압력설'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말 이상득 의원이 정수성 후보를 사퇴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파장이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은 이유도 경주 시민들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저의 진정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를 선거운동 전면에 내세운 정수성 후보를 향해서는 "정치적 목표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고 일갈했다.

 

정 후보는 방사물폐기장 유치에 따른 후속 사업 추진을 제1공약으로 내세운다. 방폐물 관리공단, 에너지 박물관, 방폐물 환경과학연구소 등을 유치해 '원자력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경주로 유치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30% 이상 지역 인재를 우선 채용하도록 '강제 할당제' 추진도 약속했다. '경주 역사·문화도시 특별법'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정수성] "박근혜와 함께 박정희 유지 잇겠다"... '박풍' 또 불까

 

 

정수성(63) 후보는 무소속이지만 '친박'의 모양새를 갖췄다. 가장 큰 선거 전략도 '박근혜'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지난 해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찾은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선거 캐치프레이즈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주 구상', 박근혜와 함께 정수성이 완성합니다'이다.

 

정수성 후보는 "경주를 '역사·문화 특별시'로 승격 시키겠다"며 "이 공약은 박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잇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경주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했지만 구상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경주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덧붙였다. 경주의 '박정희 향수'를 노린 전략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인 박 전 대표는 정 후보에게 뚜렷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게다가 정 후보가 부당한 공천으로 탈당해 출마한 것도 아니기에 지난 총선 때와 같은 '친박' 바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수성 후보는 "저는 박 전 대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이심전심으로 박 전 대표의 마음을 느끼고 있지 않겠느냐"며 에둘러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무언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을 존경하는 '친박'이지 한나라당내의 정치 계파적 구분에 따른 개념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종복 후보가 박 전 대표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내건 데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수성 후보는 "내가 알기로 정종복 후보는 '친박'에는 가까이 가지도 않은 분"이라며 "그런데 그런 동영상은 왜 올리며 박 전 대표가 참석한 토론회에는 왜 가서 사진을 찍느냐"고 쏘아붙였다.

 

당선될 경우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정수성 후보는 "지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시민들의 뜻과 한나라당내 여건을 봐서 들어갈 입장이 되면 들어가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정수성 후보는 군 간부후보생으로는 드물게 4성 장군까지 지냈다. 정 후보는 본인의 이런 '자수성가' 이력을 내세워 "저는 40년간 군인으로 생활해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라며 "참신함과 추진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진당은 이회창 측근 이채관 후보가 출사표... 민주당·무소속 등 모두 7명 출마

 

 

'친이' 대 '친박' 싸움에 '삼보일배'로 일갈한 이채관(47) 자유선진당 후보가 선전할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는 지난 1997년 대선부터 이회창 선진당 총재와 고락을 같이한 최측근이다. 2007년 이 총재가 대선 삼수를 결정하기 위해 홀연 지방행을 했을 때도 그가 따라 나섰다. 이 총재도 이 후보가 출마선언한 이후 벌써 세 번이나 경주를 다녀갔다.

 

지난 10일 동천동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부터 경주 불국사까지 삼보일배를 마친 이 후보는 "경주 재선거가 한나라당의 계파싸움이 됐다"며 "정치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친이' '친박' 양 진영을 향한 쓴소리도 던졌다. 그는 "정종복 후보는 지난 총선 때 이미 민심의 심판을 받지 않았느냐"며 "그런 인물을 다시 공천한 한나라당은 경주 시민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를 향해서도 "본인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이런 싸움이 벌어진 면이 있다"며 "당내에 있으면서 당밖에 '정치적 서자'를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의 삼보일배는 기성 정치행태를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의 의미도 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을 해보니 지역의 어른들이 '국회가 도대체 만날 싸움만 하고 뭐하는 곳이냐'는 정치 불신이 강하더라"며 "나부터 반성해야겠다는 의미로 삼보일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경주를 저마다 특성을 살린 6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경주 6개 권역 특성화 개발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주에는 이밖에도 서라벌 문학회장을 지낸 채종한(48) 민주당 후보, 김일윤 전 의원의 부인이자 경흥학원 이사장인 이순자(60) 무소속 후보, 작가 출신의 채수범(37) 무소속 후보, 경주시 부시장을 지낸 최윤섭(56) 무소속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4.29 재보선 경주 후보자
이름 소속 경력
정종복 (58) 한나라당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 졸업,
(전)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 (전)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채종한 (48) 민주당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현)위덕대학교 조교수, (현)서라벌 수필문학회장
이채관 (47) 자유선진당 경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박사과정 재학중,
(현)이회창 총재 정무특별보좌역, (현)국회정책전문위원2급
이순자 (60) 무소속 동국대 대학원(문학박사) 졸업,
(전)이화여대 대학원 외래교수, (현)경흥학원 이사장
정수성 (63) 무소속 경북고등학교 졸업,
(전)제1군사령관(육군대장), (전)박근혜 전 대표 안보특보
채수범 (37) 무소속 (전)건설회사 근무, (현)작가 (*학력 미기재)
최윤섭 (56) 무소속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전)경주시 부시장, (전)경상북도 기획관리실장


태그:#경주, #정종복, #정수성, #이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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