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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전충남>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다양한 대전 시민들을 동행 취재하고 이용 현황을 점검해 안전한 이용을 돕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자전거로 직장에 출퇴근을 하는 고병년(47·치과의사)씨, 매일 아침 8시30분이면 자택에서 자전거 출근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머리에는 보호장구인 헬멧을, 손에는 넘어질 때를 대비한 장갑, 그리고 햇빛을 막는 고글과 간편한 운동복을 갖추면 준비 끝이다. 9시가 되자 그는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자전거 출근을 시작한다.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고병년(47.치과의사)씨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고병년(47.치과의사)씨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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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가 자전거 출근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7년 11월, 가지고 있던 승용차를 집에 놔두고 홀연히 자전거 출근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 결정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고씨와의 자전거 출근 동행을 앞두고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승용차도 갖고 있는 그가 왜 자전거 출근을 선택한 것인지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고씨가 답했다.

"삶에 활력이 필요했어요.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즐거워지는 목표를 찾았는데 자전거 출근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승용차를 놓고 아내랑 함께 자전거 출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간편한 승용차 출근을 포기하고 자전거를 타게 된 것은 분명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고씨가 말하길, 처음엔 그가 아는 지인들도 '얼마나 갈지 지켜보자'는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벌써 1년이 넘은 지금은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말을 자주 건넨다며  고씨는 밝게 웃는다.

"물론 한달간은 다리도 아프고 적응에 힘이 들었죠. 하지만 그 후부터는 적응이 되서 문제없이 츨퇴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의 끝과 함께, 고씨는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자전거 출근을 시작한다. 바야흐로 자전거 취재의 시작인 것이다. 동행자인 필자를 향해 "따라올 수 있겠어요?"라고 묻는 고씨, 불편한  옷차림(기지바지에 세미 정장 차림)에 지하철에서 빌린 자그만한 자전거를 타는 필자가 염려스러워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 필자는 당연하죠, 라고 호기롭게 답했다. 아직 혈기 넘치는 20대인 필자가 설마 40대 후반인 고씨의 체력을 못 따라가겠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필자는 그 무모함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말았다.

대덕초에서 내동까지, 자전거를 타며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다

고씨의 출근길, 대덕초등학교에서 갑천 자전거도로를 타고 월평동을 경유해 내동(롯데아파트)까지 자전거로 이동한다. 평균 40-50분이 소요된다.
 고씨의 출근길, 대덕초등학교에서 갑천 자전거도로를 타고 월평동을 경유해 내동(롯데아파트)까지 자전거로 이동한다. 평균 40-50분이 소요된다.
ⓒ 야후 지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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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벚꽃길을 지나는 고씨,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며 갈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출근의 매력이다.
 자전거를 타고 벚꽃길을 지나는 고씨,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며 갈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출근의 매력이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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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의 출근길은 대덕초등학교에서 내동(롯데아파트 근방)까지 이어진다. 자전거로 약 40-5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고씨는 대전 엑스포 거리에서 갑천대교 아래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갑천 주변의 경관은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갑천 아래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큼지막한 잉어들이 천 아래에서 유영하고 있었고 이름 모를 새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얕은 물가를 기웃거렸다.

그런 살아있는  풍경 속에서 시원스런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상쾌했다. 때마침 고씨가 승용차보다 자전거 출퇴근이 좋은 이유에 대해 들려준다.


"승용차로는 이런 광경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어요. 승용차로 가면 그저 멀리 보이는 풍경에 불과하지만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을 맞을 수 있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제대로 알 수가 있지요."


또 고씨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승용차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얼핏 들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말, 하지만 곧 고씨는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승용차로 출근하면 20분, 자전거로 가게되면 40분이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자전거를 타게 되면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게 되지요. 그러니 남들 헬스 운동하는 시간을 줄이는 셈이 됩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씨는 더욱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그렇게 함께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주변에서 다른 자전거 출근족들도 눈에 띈다. 고씨는 헬멧과 장갑을 착용한 다른 출근족과 간단히 목 인사를 나누었는데, 필자는 그 모습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자전거 출근의 매력!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시속 200Km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다
 자전거 출근의 매력!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시속 200Km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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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타면 타인은 주로 험한 말의 대상이 된다. 남에 대해 욕설도 가끔씩 하곤 한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면 타인은 이웃사촌으로 변한다. 이보다 정겨운 모습이 또 있을까라며 흐뭇해하는 찰나, 고씨가 서로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밝힌다.

"모든 자전거 사용자와 인사를 하려고 하지만 특히 헬멧과 장갑을 낀 자전거 이용자끼리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인사를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거죠.(웃음) 인사를 할때면 같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들 틈으로 고씨와 필자의 자전거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가니 체감속도 200Km. 여느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달려가니 어느덧 갑천 자전거 전용 도로는 끝나고 이제 지상으로 올라가야 할 차례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어려운 구간이라고 고씨가 살짝 귀띔한다. 그의 말처럼 이제부턴 계속되는 오르막길이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페달을 구르던 필자는 결국 지쳐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총총 뛰어갔다. 그런데 고씨는 왕성한 체력 탓인지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그대로 오르막길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역시 자전거를 타면 체력이 좋다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닌 듯 했다.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중인 고병년(47)씨.
 자전거를 이용해 출근중인 고병년(47)씨.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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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 하상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는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었지만 지상인 월평동으로 나오고 부터는 곡예 운행을 해야 했다. 신호등을 건널 때, 그리고 도로를 경유해서 갈 때 아찔한 상황이 종종 연출됐기 때문이다.

갑천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도로가 많아지면 정말 자전거 탈 맛이 날 것 같다.
 갑천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도로가 많아지면 정말 자전거 탈 맛이 날 것 같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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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신호등이 설치 되지 않은 곳에서는 양보심 없는 차들로 인해 한참을 기다리다 가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고씨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약자를 배려해주는 문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운전문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승용차가 자전거를, 자전거가 보행자를 생각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강자 마음대로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는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대답했다.

"신호등이 파란불일 때 좌, 우 회전 하는 차들이 진입을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그로 인해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멀리서도 신호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고씨는 무엇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전거 이용자의 증가 없이는 자전거에 대한 배려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자전거 이용자가 아직 많지 않아 아쉽다는 고씨, 하지만 3대 하천이 흐르는 대전처럼 자전거 타기 좋은 곳도 없다며 그는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장한다. 대전시에서 건설 중인 대전 하천 자전거 전용도로가 완공되면 이제 대전 곳곳을 자전거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전거 전용도로 조성 사업, 얼른 완공이 끝나서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자전거 전용도로 조성 사업, 얼른 완공이 끝나서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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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는 앞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샤워시설 확충, 그리고 출퇴근족을 위해 사우나, 목욕탕 등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충분히 개선 가능한 것들이고 의지만 있다면 실천 가능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전거 이용을 특화시키려는 대전시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였다.

자전거 이용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전거 이용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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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동에서 목적지인 내동(롯데아파트 근방)까지의 출근길은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하지만 체력이 왕성한 고씨는 별 어려움 없이 자전거를 몰았다. 하지만 필자는 목적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체력이 고갈되고 말았다. 결국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제발 쉬었다 가기를 갈망했다.

'선생님. 제발 쉬었다 가요! 제발.'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조상들의 속담을 되새긴 하루였다. 결국 고씨가 배려해줘서 잠시 한숨을 돌린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40여 분 걸린 출근 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분명 자전거를 힘겹게 몰아서 가뿐 숨을 몰아쉬었는데 잠시 후, 건강 운동을 한 듯 몸이 상쾌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기분도 좋아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자전거 출근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유쾌해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놀라운 기분을 다시 만끽하고 싶어서일까? 내친 김에 퇴근길도 고씨와 동행을 했다. 갈 때는 가파른 오르막에 숨을 헐떡였던 필자도 올 때는 쭉 이어진 내리막 길에 마냥 즐겁게 웃으며 내려올 수 있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 필자가 말했다.

"선생님, 자전거는 참 정직한 것 같네요. 갈 때가 힘들면 올 때가 힘들고, 갈 때가 쉬우면 올 때가 힘드니까요."

필자의 생뚱맞은 말(?)에 고씨가 웃으며 대답한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1년4개월 동안 자전거를 통해 출근한 고병년(47.치과의사)씨의 말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1년4개월 동안 자전거를 통해 출근한 고병년(47.치과의사)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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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이 그렇지 않나요?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것을 자전거를 통해 배워요. 노력 보다 더 얻으려고 해서 욕심이 생기고 결국 문제가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필자 역시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것을 자전거를 통해 배웠다. 앞으로 필자도 통학이나, 출근에 있어서 자전거를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필자의 마음이 단지 작심 삼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자전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와 기반시설의 구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전거 동행 취재를 끝냈다. 


태그:#자전거 출퇴근, #고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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