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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이 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호텔에서 열린 기륭전자 정기주총에 참석하려 하자 경찰이 길을 막고 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이 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호텔에서 열린 기륭전자 정기주총에 참석하려 하자 경찰이 길을 막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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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 호텔. 기륭전자 정기주총에 참가하려던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이 길을 막아선 경찰에게 주주총회 참석장을 내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 호텔. 기륭전자 정기주총에 참가하려던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이 길을 막아선 경찰에게 주주총회 참석장을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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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회사 직원도 아니고 경찰이 나서서 막는 거야!"
"여기 참석장 있잖아. 우리도 주주야. 지금 이렇게 막고 책임질 수 있어?"

27일 오전 8시 50분 서울 금천구 독산동 노보텔 호텔 앞.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조합원은 열 명 정도였지만 이들을 막아선 경찰수는 백여 명이 넘었다.

조합원들이 호텔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일 때마다 경찰이 친 '장벽'이 따라 움직이며 그들을 막아섰다. 조합원들이 주민등록증과 회사가 보낸 주총 참석장을 흔들며 "길을 열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경찰 책임자는 "집단적인 의사표시이므로 집회로 간주한다"고 짧게 답변했다.

그리고 그 사이 기륭전자 제44기 정기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기륭전자 부실경영 따지자는데 경찰이 왜 막아?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이 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 호텔에서 열린 기륭전자 제44기 정기주총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당시 호텔에는 금천상공회의소 주관 강연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이 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 호텔에서 열린 기륭전자 제44기 정기주총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당시 호텔에는 금천상공회의소 주관 강연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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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 호텔에서 열린 금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강연을 마친 후 호텔을 떠나고 있다.
 27일 오전 독산동 노보텔 호텔에서 열린 금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강연을 마친 후 호텔을 떠나고 있다.
ⓒ 황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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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경찰이 기륭전자의 '주주'로서 주총장을 방문한 조합원들을 막아선 이유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때문이었다.

오 시장은 이날 금천상공회의소의 초청을 받아 상공회의소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를 마친 오 시장이 승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나는 순간 조합원들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 병력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오세훈 때문에 우릴 막은 거냐"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조합원들은 이날 최근 회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기륭전자 경영실적과 노사 관계를 따지기 위해 주총장을 찾았다.

기륭전자 노조 분회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잘 나간다고 홍보한 회사가 이미 작년과 올해 2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2008년 당기순이익에 포함한 DSIT 인수대금 250억 원은 사실 참여연대로부터 배임 의혹을 제기받고 환입한 돈이라 기륭전자의 실매출규모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어제(26일) 자정까지도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 등 부실 경영을 숨기기에 급급하다"며 "불법 파견으로 수백명의 노동자를 착취하고도 적자만 늘린 경영진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우리 조합원이 끈질기게 투쟁하는 것이 기륭전자의 노동자를 지키는 일이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륭전자 배성열 사장은 지난 25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조가 약화되어 노사간의 문제가 거의 사라졌고, 사명변경과 실적개선을 통해 투쟁기업으로 고착된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며 "3월 주주총회에서 사명변경을 확정하고, 최대주주인 최동열 회장의 보유지분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도움 톡톡히 받은 기륭전자 "주주총회 이미 시작, 입장 안 된다"

27일 오전 기륭전자 정기주총에 참가하려던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을 막아서던 경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호텔을 떠나자마자 철수했다.
 27일 오전 기륭전자 정기주총에 참가하려던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을 막아서던 경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호텔을 떠나자마자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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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가 고용한 여성경호원들이 27일 오전 정기주총에 참가하려는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을 막아서고 있다. 분회원들은 기륭전자 소액주주로서 이날 정기주총에 참가하고자 했다.
 기륭전자가 고용한 여성경호원들이 27일 오전 정기주총에 참가하려는 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원들을 막아서고 있다. 분회원들은 기륭전자 소액주주로서 이날 정기주총에 참가하고자 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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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기륭전자가 경찰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주총장 앞에서 주총 진행을 맡은 박아무개 총무이사는 당장 "주총이 이미 성립선언이 됐고 이후로는 의결권 행사 문제로 중간에 들어오고 나오고 할 수 없다"며 조합원들을 막아섰다.

조합원들이 "경찰이 막아서 늦게 올라온 것"이라며 "소액주주로서의 권리행사를 막지마라"고 거칠게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이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다"며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겠다는 이에겐 "필요 없다, 우리가 알 바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우리가 주주도 아닌데 들어가겠다는 게 아니지 않냐"며 "단 10주밖에 못 가진 소액주주라서 무시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족수 규정이 (주주의) 출입을 제한하는 규정인가. 질서가 문란해져서, 안에서 관리하기 힘들어서 막는 건가? 회사 실무자가 관리하는 그런 형식적이고 실무적인 문제 때문에 소액주주가 권리를 제한 당해도 되나? 왜 답변을 못하나."

일부 조합원들은 문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을 뚫고 입장하려 했지만 결국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은 "하루 일당 받는 너희들이 5년 동안 싸워온 우리를 이렇게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 않냐"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기륭전자의 정기주주총회는 조합원들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성립, 20여 분만에 박수소리와 함께 끝났다. 배영훈 기륭전자 사장은 조합원들을 피해 뒷문으로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주총 참석 못했지만 집회 등 통해 문제해결 촉구할 것"

한편, 주총이 끝난 후 김 분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해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기륭전자의 부실경영을 고발하고 5년 가까이 끌어온 노사간의 갈등도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리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동작구 신대방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후 사측과의 '집회 신고 전쟁' 등으로 1인 시위와 저녁 촛불문화제만 진행해왔다"며 "오는 4월부터는 정상적으로 집회를 열고 회사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5년 가까이 끌어온 불법파견 해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기륭전자 비정규직, #정기주총, #소액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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