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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남지부(지부장 홍성봉)는 지난 25일부터 일제고사 폐지와 해직교사 원상복직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3일째인 홍성봉 지부장을 찾아 농성하는 이유와 일제고사의 문제점, 향후 방안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추운 날씨에 농성하기에 쉽지 않을 텐데 왜 천막농성을 시작하게 됐는지요? 

"봄이 다 왔나보다 했는데, 요 며칠 매우 추웠습니다. 하지만, 일제고사 학부모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황당하게 해직된 14명의 해직교사를 생각하면 이정도의 추위는 견딜 하죠. 일제고사의 각종 폐해가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31일 일제고사를 기어이 강행하려는 교육부와 도교육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고, 또한 일제고사 사태로 해직된 14명의 교사들이 하루빨리 교단에 복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농성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10일 치룰 예정이었던 시험이 오는 31일로 연기되었는데요, 이번에 시행되는 일제 고사는 어떤 시험입니까?

"31일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진단평가. 초등456학년과 중123학년 6개 학년을 대상으로. 국영수사과 5개 과목을 전국 동시에 같은 시험으로 보는 것입니다. 원래 진단평가는 매 학년 초 담당 교사가 학생들을 처음 맡아서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출발점을 파악하여 이후 학습 지도의 난이도나 교수 학습 방법, 지도 계획 등을 수립하고자 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진단 평가는 각 담당 교사가 매 학년 초, 즉 3월 초에 실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래야 연간 학습지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미 한 달이 지나버린 시점에서 더 이상 진단평가로서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 상태입니다. 또한 각 담당교사가 자기 지역, 지기 학교, 개별 학생들의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실시해야하는데 전국의 모든 대상학생을 일제히 획일적으로 치르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일제고사가 실제로 문제가 많습니까?

"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을 하고 그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평가는 당연히 필요합니다. 문제는 그 평가가 전국 단위로 일제히 획일화해서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을 다양화해서 지역실정, 학교실정에 맞게 가르치라고 해놓고선 평가 방법을 전국 단위 일제고사로 획일화 시켜버림으로써 문제가 발생합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일제고사는 전국의 모든 학생을 경쟁을 통해 한 줄로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과한 경쟁이 나타나고, 필연적으로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것입니다. 사교육은 결국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 학생의 점수가 결정 되자 않겠습니까? 심각한 문제죠. 셋째는, 심각한 교육 불평등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정한 경쟁은 출발점을 맞춰야합니다. 결국 전국단위의 획일적인 일제고사는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반교육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교조가 시험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게 현실인데요, 실제로 시험을 거부하시는 것입니까?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육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평가는 이뤄져야 합니다. 문제는 전국 단위 일제고사 형태로 평가를 하는 것입니다. 결과 중심의 획일적 평가가 아닌 과정중심의 다양한 평가를 열어둬야 합니다. 정 국가단위로 진단하고 싶다면 표집평가를 하면 됩니다."

 

-지적하신 부분도 그렇고, 최근에는 일제고사 성적조작 파문이 교육계를 들썩였는데요. 이처럼 우려사항이 많은데도 정부가 일제고사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뭔가요?

"정말 저희들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교육적 행위는 고집 부려서 접근해서는 안 되는데 말이죠.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제고사를 기필코 강행하는 이유를 저희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 학교, 교육청을 무한 경쟁 시키고, 이 경쟁을 통해 학력을 높이고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일제고사 결과를 예산 배정과 인사에 반영하겠는 발상은 경쟁과 효율만을 앞세워 아이들의 미래를 경제 논리로 재단하겠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결국 부자 정권의 부자 교육정책을 관철하는 방안으로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시, 도교육감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면 각 교육청에서 판단하면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도교육청 입장을 들어보셨는지?

"이번 일제고와 관련하여 교과부는 분명히 시도교육청에 자율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전국 16개시도교육청의 일제고사에 대한 입장은 거의 대동소이 합니다. 즉 31일 같은 날, 대상 학생 전체에 대해 시험을 치르겠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도교육청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고,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마도 교과부의 얄팍한 술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형식적으로는 자율성을 주는 것처럼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획일적 집행을 강요하지 않나 판단합니다. 관선 교육감 시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민선 시대인데, 민선 교육감으로서 교육적 소신을 보여줘야죠. 이 부분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홍성봉 지부장은 "현정부가 경제논리가 교육문제를 접근하려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하고, "하루빨리 일제고사가 폐지돼서 학교가 정상화 되고,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들이 복직되어 보고 싶은 제자들과 행복하게 수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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