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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 도민과 교육가족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지난하고 척박했던 전남 교육, 발 딛고 있는 현실과 이르고 싶은 지향과의 괴리가 너무나 큰 지역이지만 스스로 길을 내고, 함께 길을 만들며 전남교육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자 했던 장만채 교육감의 갑작스런 구속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남교육은 좀처럼 열악한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전임 교육감과 교육가족들의 '실력전남' 구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특성과 지난 시기의 역사성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초대 도민 직선으로 뽑힌 현 장만채 교육감의 취임과 더불어 전남교육은 체질부터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처방으로 개혁적 교육정책을 만들어내고, 구체적 개혁들을 추진해왔습니다. 2009년 13위이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가 교육감 취임 원년인 2010년에 2위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인사철마다 소문으로 무성하던 각종 인사 비리가 불과 2년여 만에 잠잠해진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편법이 통하지 않는 예측 가능한 인사 시스템의 구축과 교육장 공모제를 비롯한 인사제도 및 승진제도의 개선은 전남교육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전남형 혁신학교인 무지개학교 운영을 비롯하여 무상급식, 체험학습비 및 수련활동비 지원, 농어촌고등학교 경쟁력 강화 정책, 인사제도의 개선, 교육공동체인권조례 제정 등을 추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학교 현장으로의 전면적 적용과 구체적 체감을 위해 노력을 쏟아야 하는 여정이 남았습니다.

 

이렇듯 전남교육의 발전을 위해 기울인 그 동안의 노력을 더욱 탄탄한 시스템과 가시적인 성과로 만들어가야 할 시점에서 전남교육개혁의 구심인 교육감이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영장 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 과정을 지켜보면서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속사유 납득할 수 없어

 

이후 재판을 통해서 그 실체가 밝혀질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인 판단은 성급한 일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함께 비교하면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사실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특히 구속 수사와 구속 기소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법의 상식으로는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무직이거나 주거부정인 피의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중대 범죄 피의자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직무를 수행중인 교육감을 일단 구속부터하고 수사를 보강해 가는 검찰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검찰 보도자료에 의하면 장교육감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죄목은 뇌물죄, 횡령죄, 배임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라고 합니다. 죄목만 봐서는 그야말로 잡범이고 파렴치한 범죄자와 다름없습니다. 취임 후 장만채 교육감이 보여주고 실천해왔던 이미지와는 정 반대입니다.

 

당사자인 장교육감은 검찰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매우 억울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만채교육감·전남교육지키기 범도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규탄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친분이 두터운 고등학교 동창인 의사가 "대학총장직과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대외 활동을 많이 해야 할 텐데, 외압이나 금품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청렴하고 당당하게 직무를 수행하라"며 선의로 지원해 준 신용카드 사용을 뇌물수수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용 내역이 훤히 드러나는 신용카드로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더욱이 그 신용카드 사용 대가로 인사 청탁과 자녀 중학교 입시청탁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가가 성립하려면 청탁한 사람이 희망하는 곳으로 전보가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점수가 부족하여 당사자가 희망하는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했고 도교육청인사기준에 따라 본인의 점수대로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대가로 친구 자녀의 중학교 입시청탁을 했다는 문제는 교육감에게 부탁하지 않고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고 입학한 후에도 그 학생의 성적은 중간 이상의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해당 학교 관계자의 얘기이기도 합니다. 단지 입학시험 결과가 궁금하여 친구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았다는 것이 사실의 전부라고 합니다.

 

또 다른 혐의는 순천대 총장시절 업자가 임의적으로 놓고 간 돈을 총장 비서에게 수차례 되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업자가 수령을 거절하였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절차에 따라 학교 학술장학재단에 정식 기부처리 한 사안을 두고 뇌물죄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총장관사가 낡아 엄청난 수리비가 예상되어 새롭게 구입하려 했으나 구입 예산이 부족하여 전세로 살고자 했고, 전세구하기 쉽지 않아 부인 명의의 아파트를 총장관사 전세로 처리하고 퇴임 후 절차에 따라 전세금을 모두 반환한 사안을 배임죄로 처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산 절감의 방편이 죄가 된다고 하니 이 역시 검찰 주장이 납득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하여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도 해도 피의자는 현직 교육감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원칙은 차치하고서라도 주거와 직업이 명확하고 갑작스런 구속으로 전남의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미칠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전남의 교육가족들은 매우 당황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구속기간이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교육정책 추진에 차질 예상

 

교육감 권한 대행인 부교육감의 신속한 대응과 원만한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전남 교육가족들을 진두지휘하고 버팀목이 되어 주던 교육감의 부재는 전남 교육현장을 실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수장을 잃은 전남교육이 길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당장 4월 말부터 예정돼있던 지역교육청 정책설명회는 무기한 연기되었고, 교육정책 수립에 반영할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준비된 현장 교직원과의 대화도 무기한 연기돼 버렸습니다.

 

누구보다도 청렴을 지향하고, 일상의 삶에서 청렴을 실천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장만채 교육감이기 때문에 교육감 본인뿐만 아니라 교육가족 모두가 입은 상처도 더욱 클 것입니다. 구속 수감되고 난 후 장만채 교육감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전남교육을 훼손하고 있고, 전남교육가족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옥중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전남 교육개혁의 질적 도약을 앞두고 있는 이 때, 그 어떤 이유로도 또 다시 좌절을 겪어서는 안 됩니다. 그 동안 전남의 교육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 일구어놓은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우리가 제자들에게 힘주어 가르쳤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치주의 국가'라는 것을 떳떳하게 증명해 보일 정의롭고 공평한 사법부의 판결을 기대합니다.
  
이팝나무 꽃 지듯 봄날은 또 속절없이 가고, 세상의 많은 일들 또한 때로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과 '교육'을 중심에 두고 걸어가는 전남교육은 결국 길을 찾고, 길을 내며 온전한 걸음들을 지속해 갈 것입니다. 그 변화의 바람과 과정 속에서 전남교육가족 모두는 장만채 교육감이 필요합니다. 하루 빨리 장만채 교육감이 본래 자리로 돌아와 평소처럼 밝고 당당하게 전남교육을 위해 힘쓰기를 염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호남교육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장만채, #전남교육감, #전남교육청 , #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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