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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8시만 되면 송파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통행하는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20년이나 교통지도를 하시는 권영학(77세) 할아버지가 계시다.
 

 

이 할아버지가 너무나 고마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무실로 어르신을 초빙하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따끈한 차를 한잔 대접하기로 하고 오늘 아침 여덟시 반쯤 근무 현장으로 갔더니 역시 송파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등굣길 교통지도에 열심이시다.

 

사무실에 오신 할아버지께 따끈한 커피를 한잔 드리며 "고생 많으시죠?" "감사 합니다" 등의 고마움을 표시하자 20년 동안 교통지도를 해오신 얘기들을 많이 들려주신다.

 

할아버지는 1933년에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셨고, 60년대에는 고향에서 야학을 열어 농촌문맹퇴치운동에 앞장서기도 하셨다고 한다. 현재 77세라고 하시며, 1983년경에 송파동에 이사를 오신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거주하시는 동안 1984년부터는 새마을 지도자를 하시면서 재활용품을 수집 판매하여 당시는 큰 돈이라고 할만한 850만원을 모아 제천에 있는 정신박약아 수용시설을 도와주고, 동네 불우이웃 돕기, 생활이 어려운 초등학생 장학금 주기 사업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해오셨다고 한다.

 

 

송파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84년부터 89년까지 송파초등학교 횡단보도 건너편 골목에서 아침마다 골목청소봉사를 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이 등교하면서 차량에 치어 다치는 것을 보고는 그 다음부터는 등굣길 교통봉사활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를 시작하시게 되었고, 그래서 시작한 등굣길 교통지도가 올해 20년째 되었다고 하신다.

 

할아버지 가정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더니 자녀들은 모두 출가하였고 두 분 노부부가 조그만 전셋집이지만 부족함이 없다 하시며 40년 동안 해온 각종 봉사활동이 보람되다고 하신다.

 

불편 하신 데는 없으시냐고 여쭸더니 2002년에 무릎관절에 이상이 있어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했는데 견딜 만 하다고 하시며 환한 모습으로 웃으시는 이런 훌륭한 분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계셨으면 좋겠다. 정말 존경스런 어르신이시다.

 

 

같은 지역에서 아침이면 초등학생 등굣길 교통지도를 하는 송파초등학교 녹색어머니 교통봉사단 회장 김미경(36세)씨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자기들이 이사 올 때에도 교통정리를 하고 계셨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는 날이 거의 없으시다고 한다.

 

금년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송파초등학교 녹색교통봉사대원들과 함께 할아버지께 카네이션이라도 큼직한 걸로 한 송이 달아드려야겠다. 권영학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태그:#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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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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