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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식당의 약초 동동주
 거문도 식당의 약초 동동주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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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조미료를 안 써, 즐겨 찾아요. 그래서 주인과도 터놓고 지내죠."

어설픈 농부와 텃밭 가꾸기 마무리도 역시 먹을거리였습죠. 조미료를 쓰지 않고, 주인과도 편히 지낸다니 일단 먹을거리는 안심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강조했습니다.

"그 집 음식도 음식이지만 특히 막걸리가 별미지. 집에서 직접 담은 막걸리에 반해 단골 됐으니까."

헐, 그런 집이 있었다니. 이곳은 전남 여수시 율촌면 상봉에 있는 맛집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물망처럼 촘촘한 맛집 정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삼켜야 할 판입니다. 이름도 거문도식당입니다. 대개 상호에 '거문도'가 들어가면 손맛이 있는 집이거든요

남희석씨, "캬~! 맛이 기가 막히네요, 할머니"

낙도오지인 여수시 삼산면 광도 할머니가 직접 만든 막걸리.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낙도오지인 여수시 삼산면 광도 할머니가 직접 만든 막걸리.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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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막걸리부터 주세요."

지인은 앉기도 전에 막걸리부터 주문하더군요. 잔뜩 기대를 부풀게 했지요. 참, 저도 막걸리를 즐기지요. 한 때 포천 이동막걸리를 즐겨 먹다, 지금은 가까운 여수 섬에서 만드는 개도 막걸리를 주로 마시지요. 이동 막걸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뒷골이 아픈 데 반해 개도 막걸리는 뒤끝이 깔끔해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보다 더 기억나는 막걸리가 있습니다. 2년 전 겨울,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느낌표> 중 대한민국 의료 사각지대 현실을 알렸던 메디컬 프로젝트 '산 넘고 물 건너' 팀과 낙도오지인 여수시 삼산면 광도에 간 적이 있었지요. 당시 MC였던 남희석ㆍ박정아씨와 함께 광도에서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입니다.

5가구 사는 광도 어느 할머니가 섬에서 직접 담가 먹는다며 손님 대접 차 막걸리를 내놓으셨지요.

"우린 밭에서 지심(김) 뽑다가 점심 때 이 막걸리를 먹어. 그라믄 밥을 안묵어도 배가 불러. 멀고 먼 광도꺼정 왔씅께 이 막걸리 한 사발은 묵고 가야제."

그러면서 할머니는 막걸리 원액에 물을 조금 타 손으로 휙휙 저어 내놓았지요. 한 사발 마셨는데, 남희석씨 왈, "캬~! 맛이 기가 막히네요, 할머니" 했지요. 저도 그 맛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젠장, 그 사진을 찾을 수가 없네요. 대신 다른 사진으로)

당시 남희석 씨는 "막걸리가 기가 막히다"며 광도 돌김을 안주로 먹었지요.
 당시 남희석 씨는 "막걸리가 기가 막히다"며 광도 돌김을 안주로 먹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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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약초 넣어 집에서 손수 만든 동동주도 별미

각설하고, 지인이 그렇게도 자랑하던 막걸리가 나왔습니다. 막걸리라기보다 동동줍니다. 안에 뭐가 동동 떠다니더군요.

"밥알도 아니고 이거 뭐예요?"
"여기는 다른 막걸리랑은 달라. 각종 약초를 넣어 동동주를 만들지. 할머니, 구기자도 넣어라 했더니 아직 안 넣었네요."
"응, 쪼매 더 지다려 봐."

주꾸미, 돼지고기 고추장 양념구이
 주꾸미, 돼지고기 고추장 양념구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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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요? 인색한 표현이지만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술술 목구멍을 넘어가는 것이 기가 막히네요. 약초의 향긋한 향도 살아 있고요. 지인과 둘이 배터지게 먹다보니, 뒤에 나온 '주꾸미ㆍ돼지고기 불고기 양념구이' 먹을 새도 없더군요.

그러니 밑반찬인들 먹었겠습니까. 뒷골도 안 아프고 좋더군요. 별미긴 하지만 광도 막걸리를 따를 수는 없었습니다. 광도 막걸리가 10성 호텔이라면 거문도 식당 막걸리는 9성 호텔이었지요.

막걸리 맛이 이 정도라면 밑반찬 등 다른 맛에 대해 가타부타 할 필요 없겠지요. 막걸리를 마신 후, 나들이의 행복은 최고조에 달했지요. 그래서 나들이 즐거움의 절반은 '먹을거리'라 하는가 봅니다. 주말, 어디로 움직여 볼이거나~ 잉!

약초 동동주는 9성급 호텔 수준이었지요.
 약초 동동주는 9성급 호텔 수준이었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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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막걸리, #동동주, #주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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