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시의회가 사설학원의 심야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면서 고교생의 교습제한시간을 새벽 1시로 정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전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교사위)는 지난 17일 '대전광역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하면서 초등학생은 6시부터 밤 10시로, 중학생은 6시부터 밤 11시로, 고등학생은 6시부터 익일 새벽 1시까지로 제한시간을 정해 의결했다.

 

새벽 1시까지. 심야를 넘어 다음 날까지 과외교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번 대전시의회의 조례 개정을 두고 교육시민단체는 물론, 시의회 내부에서까지 '잘못된 결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심야교습을 제한하는 법제정의 본래 목적은 잃어버린 채, 학원의 이익만 대변한 결정이라며 시의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7년 국가청소년위원회는 '밤 10시 이후 학원심야교습은 청소년들의 건강과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한다며 전국 시도의회에 사설학원의 심야교습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 2003년 UN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의 경쟁적 교육시스템이 청소년의 잠재성 계발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개선을 요구한 것에 따른 것.

 

이후 서울시의회는 초중고교생의 심야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했고, 대전과 전북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시도에서 초중고교생 별로 각 밤 8시에서 12시까지의 시간으로 제한시간을 정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번 대전시의회처럼 당일을 넘어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학원운영시간을 정한 시도는 대전이 처음이다.

 

대전시의회 박희진 교사위원장은 이번 조례안 제정에 대해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학원에 가면 보통 밤 11시가 넘기 때문에 새벽 1시까지는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이렇게 정했다"면서 "학습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민은 거의 없다. 특히, 심야교습시간 제한은 위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학원업계의 저항을 받으면서도 굳이 학원교습시간을 제한하려는 본래의 목적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즉,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조례를 정하려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의 건강과 인권을 걱정해서 조례를 만든다는 것을 망각했다는 것.

 

더욱이 이번 대전시의회 교사위원들의 결정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거나 학원업계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정이라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이번 결정에 참여한 교사위원 중 김태훈 의원의 부인은 서구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고, 김재경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공천권을 쥔 한나라당 한기온 서구갑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한기온 위원장은 현재도 여러 개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전 학원연합회 회장이었다. 특히, 김재경 의원은 한 위원장으로부터 이번 조례안과 관련, 전화를 받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 대전학원총연합회 회장이면서 교육위원인 백동기 위원은 이번 조례안 제정을 앞두고, 시의회 교사위원들을 일일이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대전시의회의 이번 조례제정은 청소년 건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본래의 목적은 접어두고, 학력신장을 위한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학원업계의 이익만 대변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18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 교육 사상 최악의 폭거를 저지른 대전시의원들은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이번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시의원 전원에 대한 사퇴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대전광역시 교육위원회마저도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전시교육위원회(의장 강영자)는 19일 성명을 통해 "교육위원회의 학원심야 교습시간 제한(고교생 12시까지로 정한 원안)에 대한 심의 의결은 교육위원들의 30-40년간의 교육적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본질과 교육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하고 학생들의 건강권, 인성교육, 생활지도, 사교육비 문제, 공교육 정상화 등을 감안하여 숙고 끝에 결정한 사항"이라며 "이에 반해 시의회 교사위원회의 결정은 비교육적 논리에 의한 타협의 산물로 결정되어진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어 "타 시·도의 경우 밤 12시를 초과하여 교습시간을 허용한 경우는 단 한곳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달리 대전에서만 새벽 1시까지 연장한 것은 대전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처사이고 현재 우리나라 교육현실에도 맞지 않는 정책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전시의회는 지난 11일 상임위원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 오는 24일 이번 심야교습시간 제한 조례와 함께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태그:#대전시의회, #심야교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