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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째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장호씨(50)
 10년 째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장호씨(50)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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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미 확정돼 종결된 사건에 대해 뒤늦게 이를 불허하는 정반대 판결을 내려 오심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전지방법원이 관련 사건을 심리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장호(50· 대전시 서구 월평동)씨는 지난 해 대전지방법원 민사재판부(13단독)에 "집행법원이 확정 종결한 사건을 민사재판부가 뒤집기 판결한 것은 위법한 판결"이라며 '전부금 소송'을 제기, 현재 2심 계류 중이다.

이씨는 지난 1999년 4월 채무자인 서아무개(57)씨가 돈을 갚지 않는다며 '공정증서'를 근거로 대전지방법원(집행법원)에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법원은 같은 해 11월 5일 이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강제집행명령을 내렸고, 채무자 서씨는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됐다.

집행법원은 강제 집행을 비롯 집달관의 집행에 대한 협력 내지 감독 등을 직분으로 하는 소송법상의 법원이다. 전부명령은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해 압류한 금전채권을 압류채권자에게 이전시키는 집행법원의 결정으로 전부명령이 내려질 경우 압류채권자가 우선적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관련법에는 전부명령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집행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민사재판부에서 잠정처분하면 된다. 하지만 서씨는 별도의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고 민사재판부도 잠정처분을 하지 않아 사건이 종결된 것.

민사재판부, 종결 사건 되살려 뒤집기 판결

또 법원의 전부명령 결정으로 서씨가 갖고 있던 빚은 제 3채무자에게 이전돼 서씨가 이씨 에게 빌린 돈은 변제된 것과 다름없게 됐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이듬해인 2000년 5월 뜻밖의 판결을 내렸다. 서씨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이미 종결된 사건에 대해 뒤늦게 집행법원의 판결과는 반대로 '전부명령신청에 의한 강제집행을 배제한다'며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사재판부가 집행법원에서 이미 전부명령에 의해 강제집행이 확정 종료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뒤집는 판결을 다시 내린 것이다.

검찰은 파장을 키웠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집행법원의 결정문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민사재판부의 잘못된 판결문을 근거로 이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어 대전지방법원 형사재판부도  민사재판부의 판결문을 인용해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법원과 대법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사기미수'로 기소돼 징역 8월형을 선고받고 7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씨는 형사사건에 대한 재심 등을 통해 10년째 '무죄'를 주장해 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전부금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측에 오심을 인정하고 누명을 벗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법원 "재판종료 사실 알리지 않았다"... 이씨 "종료사실 알렸고, 직권탐지 의무"

관련 제판 서류철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된 사실과 함께 판결문이 서증목록으로 제출된 것으로 나타나 이 씨가 전무명령이 확정된 사실을 법원에 알렸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관련 제판 서류철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된 사실과 함께 판결문이 서증목록으로 제출된 것으로 나타나 이 씨가 전무명령이 확정된 사실을 법원에 알렸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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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집행법원의 확정판결로 이미 종결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관련법령을 어기고 위법한 판결을 내려 억울한 옥살이에 가정마저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법한 판결이 명백하므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은 무효"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법원은 그동안 국정감사 답변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씨가 이후 재판 과정에서 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된 사실에 대해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아 민사법원이 미처 이를 알지 못해 종결사건을 다시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강제집행 종료 여부를 법원이 직권으로 탐지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당시 민사재판부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된 사실과 함께 판결문이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법원 재판 예규에도 '강제집행 종료 사건이 있을 때에는 그에 관한 재판 정본을 반드시 본안기록에 가철하여 놓아야 한다'고 규정해 법원의 직권탐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씨 "억울한 옥살이... 무죄 입증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

이씨는 "민사재판부의 청구이의 소에 출석해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확정되었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고 관련 재판기록에도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확정 결정문이 편철돼 있다"며 "민사집행법과 대법원 예규에도 법원의 직권탐지 의무가 명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라도 위법한 절차와 심리로 인한 판결은 취소돼야 한다"며 "끝까지 싸워 법원의 오심을 밝히고 무죄를 입증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는 소송 상대자의 위증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10년째 법정싸움을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01년 당시 운영하던 컴퓨터 학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공정증서를 근거로 이미 받은 학원매매대금을 이중으로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사기미수)로 기소돼 징역 8월형을 선고받고 7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관련사건 증인들의 위증이 밝혀져 이씨는 지난 2006년 재심 형사재판부에 의해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이 다시 유죄의 취지로 파기 환송해 다시 유죄가 선고됐다. 현재 계류 중인 사건은 이와 관련된 '전부금 청구' 소송이다.


태그:#이장호, #대전지방법원, #오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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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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