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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호씨
ⓒ 오마이뉴스 심규상
소송 상대자의 위증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7년째 법정싸움을 해온 한 시민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승훈, 항소부)는 19일 오전 이장호(48, 대전시 서구 월평동)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소송 상대자의 위증이 밝혀진데다 집행력이 부여된 공정증서 등으로 볼 때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한 재심은 대법원이 이씨의 소송 상대자 증인들의 증언에 대해 뒤늦게 '위증' 판결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재심은 확정판결에 대한 구제수단의 하나로 원판결의 사실 인정에 과오가 있는 등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이씨는 지난 2001년 당시 운영하던 컴퓨터 학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하지도 않은 증축 공사비용 등을 명목으로 돈을 더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사기미수)로 기소돼 징역 8월형을 선고받고 7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엉터리 공문서, 오기된 공소장, 소송 상대자의 위증으로 억울한 옥살이"

검찰은 대법원 상고여부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석재 검사는 "판결문과 관련 기록 등을 신중히 검토한 후 상고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한 사건을 새로 드러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뒤집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씨는 선고 직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한 옥살이로 이혼과 빚더미로 가정이 파탄되고 미래의 삶이 망가져 버렸다"며 "하지만 늦게나마 두 아들(중3, 중1)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게 해준 재심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검찰이 소송 상대자가 위증교사를 했다고 자백했음에도 무혐의 처분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 결과마저 무시하는 등 어이없고 악랄한 수사를 해왔다"면서 "검찰은 지금이라도 소송 상대자의 위증교사와 건축물관리대장 위조 등의 여부를 재수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지난 99년 사기죄로 기소돼 2000년 9월 1심에서 사기죄, 2심에서 사기미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각각 받았던 이씨는 억울함을 호소,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됐다.

그러자 이씨는 관할 구청의 엉터리 공문서와 검찰의 오기된 공소장, 소송 상대자의 위증과 위증교사에 따라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다고 반발했다. 이후 2002년 9월 소송 상대자 증인들의 위증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법원은 소송 상대자 증인들의 '위증'을 새로운 증거로 받아들여 재심 절차를 밟게 됐다.

다음은 이날 선고 직후 이씨와의 인터뷰 요지이다.

'사기'에서 '무죄판결'까지

▲1999년 12월 : 사기혐의로 검찰기소
▲2000년 9월 : 1심 법정, 사기죄로 징역 1년 선고
▲2001년 12월 : 2심 법정, 시기미수죄 징역8월 선고, 법정구속
▲2002년 6월 : 출소
▲2002년 2월 : 사기미수죄로 대법원 형 확정
▲2002년 말 : 대법원, 이씨 소송상대자 증인 '위증'판결
▲2004년 9월 : 대전지방법원 2심 재판부 재심 결정
▲2006년 1월 : 2심(재심) 재판부 무죄 판결
- 7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심경은.
"두 아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게 해준 재심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눈물).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와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때 관심을 갖고 보도해온 <오마이뉴스>에 거듭 감사드린다."

-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억울한 옥살이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기꾼'이라는 누명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가혹했다. 친구는 물론 형제마저 멀어졌다. 운영하던 학원은 문을 닫았고 소송비용으로 재산마저 탕진했다. 아내와도 이혼하고 미래의 삶마저 망가져 버렸다. 20년 동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왔는데 그마저 할 수 없게 됐다. 다른 하나는 검찰이 진실에 눈을 감고 악랄한 수사를 해왔다는 점이다."

-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검찰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제기한 모든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심지어 소송상대자가 위증교사를 했다고 자백했음에도 무혐의 처분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 결과마저 무시하는 등 어이없는 수사를 해왔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소송 상대자의 위증교사 여부와 건축물관리대장 위조 여부 등에 대해 재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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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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