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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일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둥이가 오늘(22일) 따라 텔레비전을 보겠다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코드를 뽑았습니다. 텔레비전이 정말 보고 싶으면 오후 예배까지 다 마치고 보라했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텔레비전 뒤쪽으로 가면서 코드를 꽂으려고 했습니다.

"김막둥이 나중에 보라고 했지. 혼난다. 오늘은 텔레비전 보는 날이 아니잖아."
"아빠 조금만 볼게요. 10분만."
"안 돼"
"어어어어어 안 돼!"
'쿵'

한 순간이었습니다. 텔레비전은 방바닥으로 엎어졌습니다. 코드를 꽂다가 그만 텔레비전을 밀어, 떨어져버린 것입니다. 다들 멍하니 떨어진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습니다. 막둥이도 놀랐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텔레비전 코드를 꼽다가 그만 텔레비전을 밀어 떨어뜨렸다. 결과는 텔레비전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텔레비전 코드를 꼽다가 그만 텔레비전을 밀어 떨어뜨렸다. 결과는 텔레비전을 볼 수 없게 되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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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둥! 아빠가 뭐라고 했어. 보지 말라고 했잖아. 어떻게 할 거니. 텔레비전 고장 났잖아."
"아빠 켜보면 고장 났는지 안 났는지 알 수 있잖아요."
"잘못했다는 말은 못할망정 켜보라고?"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화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원은 들어왔지만, 나오지 않는 화면을 아내는 화가 잔뜩났습니다. 혼수품을 가져왔던 텔레비전이 13년만에 망가졌으니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A/S를 받아야 할지, 텔레비전을 완전히 치워버려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이 행여나 나올 수 있을까 켰지만 화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원은 켜졌지만 화면이 나오지 않으니 텔레비전 볼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텔레비전이 행여나 나올 수 있을까 켰지만 화면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원은 켜졌지만 화면이 나오지 않으니 텔레비전 볼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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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텔레비전 고장만이 아닙니다. 우리집 가전제품들은 막둥이 손을 거치면서 고장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영어 CD를 들려준다고 2만6천원을 주고 CD카세트를 하나 샀습니다. 카세트를 본 막둥이는 위에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올라가면 안 돼 고장나!"
"엄마 재미있어요. 고장 안 나요."
"아니 사람이 올라가는데 작은 카세트가 고장 안 날 수 있어."


한 번 올라간 후부터는 엄마 꾸중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갔습니다. 아무리 튼튼한 카세트라도 사람이 올라갔는데 견딜 수 있겠습니까. CD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고 정말 다행스러운 일은 라디오는 괜찮다는 것입니다.

CD카세트입니다.  저 위에 몇 번을 올라갔습니다. 결국 망가졌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라디오는 들을 수 있습니다.
 CD카세트입니다. 저 위에 몇 번을 올라갔습니다. 결국 망가졌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라디오는 들을 수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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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때 가져온 오디오가 있습니다. 막내 처남이 군생활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으로 누나 결혼 선물로 해준 것입니다. 어떤 혼수품보다 아꼈습니다. 막둥이는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코드를 끊임없이 뽑았습니다. 고장이 나고 말았지요. 13년 전에 상당히 좋은 제품이었는데 참 아까운 오디오입니다. 몇 번이나 수리를 했지만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아내가 혼수품으로 가져온 오디오입니다. 막둥이가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코드를 끊임없이 뽑았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오디오라해도 생명을 지속시킬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혼수품으로 가져온 오디오입니다. 막둥이가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코드를 끊임없이 뽑았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오디오라해도 생명을 지속시킬 수 없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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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때 지구본을 가진 아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막둥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지구본 하나는 있어야 될 것같아 지구본을 구입했습니다. 불이 들어오는 지구본입니다. 불이 들어오면 지구가 아니라 별자리가 보입니다. 세계지도와 함께 별자리까지 볼 수 있어 마음 먹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구본에 불이 안 들어와."
"아빠 체헌이가 고장냈어요."
"막둥이가 고장을 냈다고. 언제."
"지난 번에 코드를 뽑고, 꽂고 하다가 망가뜨렸어요."

"막둥아 제발 그만 하자. 너 손만 거치면 고장난다. 벌써 몇 번째니."

지구본입니다. 불이 들어오면 별자리가 보입니다. 어떻게 했는지 불 켜지지 않습니다. 자기도 어떻게 했는지 모른답니다. 어떻게 했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구본입니다. 불이 들어오면 별자리가 보입니다. 어떻게 했는지 불 켜지지 않습니다. 자기도 어떻게 했는지 모른답니다. 어떻게 했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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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아 있습니다. 냉장고 문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매달립니다. 냉장고 문에 매달렸을 땐 비록 6살이었지만, 냉장고 문이 견딜 수 있겠습니까? 결국 냉장고 문은 망가졌고, 17만원 주고 문 전체를 바꿨습니다.

우리집 가전제품은 막둥이가 다 망가뜨렸습니다. 단단히 꾸중을 해야 할 것 같아 아내가 꾸중했습니다. 그런데 막둥이는 왜 자신만 꾸중하냐고 엄마에게 반문했습니다. 엄마도 유리 창문 깨지 않았냐고 하면서 말입니다.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후 형과 누나가 지금까지 망가뜨린 오디오, 냉장고, 지구본 이야기를 하자 듣고 시무룩해진 막둥이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후 형과 누나가 지금까지 망가뜨린 오디오, 냉장고, 지구본 이야기를 하자 듣고 시무룩해진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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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막둥이 왈 내가 돈 많이 모아서 텔레비전 사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 형과 누나 어느 누구 하나 막둥이가 돈 모아서 텔레비전 사겠다는 약속을 믿지 않았습니다. 우리 막둥이 손길이 지나가도 견디는 가전제품은 어디 없을까요? 마음대로 만지고, 떨어뜨려도 살아남는 가전제품이 나오기를 원합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떨어진 텔레비전에 막둥이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막둥이의 변명 막둥이가 변명을 하고 있습니다. 왜 자기만 꾸중하냐고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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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막둥, 이제부터 제발 조심해라. 너 때문에 우리집 가전제품이 고생이다. 너 손길이 한 번 가면 살아남는 텔레비전, 지구본, 냉장고문, 오디오가 없다. 돈 모아서 텔레비전 사지 않아도 된다. 그 돈으로 책사고, 가난한 동무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분유통'부터 채워라. 사랑의 분유통이 배고프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부터 텔레비전 보지 못한다. 텔레비전 보지 못하는 것은 네 책임이다. 우리 막둥이 때문에 텔레비전 없는 우리집이 될 것 같다.


태그:#텔레비전, #오디오, #지구본, #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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