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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에는 일주일에 한번 장애인들에게만 문을 여는 목욕탕이 있다.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일반 목욕탕은 가기가 어려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장애인들의 몸의 때뿐만 아니라, 마음의 때까지 말끔하게 씻어주는 행복한 목욕탕을 찾아가 보았다.

매주 목요일은 장애인 전용 목욕일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목욕탕 입구에 있다.
▲ 장애인 전용 목욕일 매주 목요일은 장애인 전용 목욕일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목욕탕 입구에 있다.
ⓒ 오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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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남구 달동에 위치한 호수탕은 동네의 작은 목욕탕이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호수탕 앞은 시끌벅적 웃음꽃이 활짝 핀다. 목욕하러 온 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나온 자원봉사들과 호수탕 업주 원성해씨의 웃음꽃이다.

2008년 5월부터 매주 목요일 울산 남구청의 지원 하에 장애인들을 위해 목욕탕이 운영되고 있다. 남구청은 지난해부터 장애인 목욕탕을 운영하려 했지만 목욕탕 업주들은 일반 손님이 줄까봐 기피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남구청은 원씨의 목욕탕에 제의를 했고, 원씨는 제의를 받아들여 매주 목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애인들을 위해 목욕탕을 개방하기로 했다.

행복한 목욕탕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있다.
▲ 목욕탕 주인 원성해 씨 행복한 목욕탕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있다.
ⓒ 오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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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장애인 목욕탕 제의가 들어왔을 때, 우리 목욕탕이 좁아서 망설여졌어요. 남탕인 2층은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불편할 것 같고, 다른 시설 좋은 목욕탕도 많은데 굳이 우리 목욕탕에서 해야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목욕탕을 운영하는 동안, 해볼 수 있는 좋은 일은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이 일을 시작했어요."

장애인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일부 손님들이 장애인 목욕탕에 대한 편견으로 발길을 끊은 것. 실제 매출이 20% 정도 감소했지만, 원씨는 "그래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은 뿌듯해요. 덕분에 마음은 부자가 되었답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장애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목욕탕을 쓴다라며 편견 가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목욕탕 외부에 설치된 안내소에서 장애인 복지카드 확인 후, 입장권을 받아가면 된다.
▲ 장애인 전용 목욕탕의 안내소 목욕탕 외부에 설치된 안내소에서 장애인 복지카드 확인 후, 입장권을 받아가면 된다.
ⓒ 오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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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목욕탕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장애인 복지카드를 가지고 목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목욕탕으로 가면 된다(단, 울산 광역시 남구 거주자에 한함). 중증 장애인에 한해서는 동반 보호자까지 무료입장이다.

목욕탕을 이용하고 나온 한 장애인 A씨는 "목욕하는 건 다 좋지 뭐~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와서 공짜로 씻으면 얼마나 좋은데"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중증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다. 휠체어 및 응급약품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목욕을 할 수 있다. 또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하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목요일 하루 평균 약 200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다.

행복한 목욕탕이 유난히 더 뜨거웠던 이유는 남구청의 지원과 목욕탕 업주의 용기,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사랑때문이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많은 행복한 목욕탕이 생겨, 장애인들이 몸의 때는 물론 마음의 때까지 씻어낼 수 있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민넷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복한목욕탕, #장애인목욕탕, #울산광역시, #남구, #호수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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