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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백화점이 ‘AK 플라자'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애경 그룹은 17일“그동안 애경백화점과 삼성플라자, 에이케이(AK)면세점, 삼성 몰로 운영해왔던 유통부문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에이케이(AK)’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름을 새로 짓고 간판을 바꿔달고 장사 잘해보겠다는데 따따부따 따질 마음은 없지만, 바꾸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가며 바꿔야한다. 한글표기 없이 AK와 같이 영문 로마자만을 섞어 쓰는 이름이며 간판은 국어정책방향을 거스르고, 영어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 눈을 어지럽히는 일이다. 학생들을 빼고 영문 로마 머릿글자만 보고 이름을 유추할 정도로 영어를 잘 아는 어른은 많지 않다.

 

국어문화운동 등이 케이티와 국민은행의 '영문 로마자 KT와 KB 단독 표기'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2008년 8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 민사부 판결문>을 보면 “옥외 광고물 중 모두 외국 문자만 기재하였거나, 외국 문자에 비하여 사람들에 대하여 인식되고 이해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게 기재된 것은 한글 병기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것이다”라고 되어있다.

 

한글병기조항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

 

병기 조항의 효력에 대하여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한국어의 중요성만 강조하여 외국어의 사용을 금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려 한다면 이는 지나친 국수주의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헌이라 할 것이지만,

 

한편 대한민국은 국민들로 하여금 공용어인 한국어만으로도 사회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한국어를 보호, 육성할 의무가 있다는 점,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문화, 혼이 담겨 있는 그릇이므로 민족어는 그 민족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할 것이라는 점, 언어나 글자는 사회공동체가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

 

한글 병기 조항이 어문 규정에 따른 올바른 한국어의 사용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정도가 극히 적다 할 것이고, 한글 병기 조항은 외국어나 외국 문자의 사용을 금하는 조항이 아니라 단지 광고물에 외국 문자를 기재하는 경우 한글도 병기할 의무를 지우는 것뿐이라는 점(중간 생략)

 

종합하면, 한글 병기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거나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한 훈시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간판은 한글로 써야한다’는 옥외광고물법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한국에서 내건 간판이니 보는 사람들도 99%가 한국인일 터. 한국인이 보라는 간판을 한국말로 쓰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일 뿐.

 

영문 로마자를 섞어야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는(그렇게 생각하도록 세뇌를 당한)사람들, 외국인이 길거리에 붐비는 요즈음 한글만 쓰자는 이야기는 속 좁고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주장일 뿐이라며 몰아붙이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몇걸음 더 나아가서 한글로만 적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사람조차 있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를 소개한다.

 

인사동 골목길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미국 커피회사 스타박스가 이곳에 영문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려 했을 때에 모임에서 나가라고 했더니 간판을 한글로 바꾸어 달고 버티고 있다. 세계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글자로 쓴 하나뿐인 ‘스타벅스’ 간판이다.

 

 

영문 로마자로 적어야만 장사가 잘 되거나 손님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인사동에는 ‘래드망고’ 라는 요쿠르트 집도, ‘크라운 베이커리’란 빵집도 한글 간판이다. 

 

말과 글을 하찮게 여기면, 언젠가는 말과 글을 쓰는 사람마저 하찮은 대접을 받게 된다. 마음껏 나를 표현하고 과시할 수 있는 쉽고 아름다운 말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처음에야 불편하고 갑갑할 따름이지만 오롯한 나를 담아낼 그릇(한글)이 사라지고 나면, 다음은 사람이 없어질 차례다.

 

우리가 '에이케이'로 바로 써줘야 외국인들도 AK를 알라스카(Alaska)로 헷갈리지 않을 터.


태그:#쉬운말, #아름다운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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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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