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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성동구청 6층 소회의실에서 '성동구 마을아카데미 발전과정'이 열렸다. 지난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을 제안해 채택된 성수1가1동 마을사람들이 모여, 주차장으로 쓰이던 경로당 앞마당을 어떻게 쓸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사회자가 "커뮤니티 공간 이해를 위해 준비한 피피티를 보겠습니다"는 말과 함께 영상을 틀었다. 다 보고나자 어르신 한 분이 어렵사리 말문을 연다.

"그림 보니 뜻은 참 좋은 것 같은데 우리 같은 노인네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어. 그냥 마을이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꼭 커뮤니티라고 해야 하나?… 아카데미도 그래. 무슨 아카데미? 교육이라고 하면 될 걸 가지고."

40~50대 주부들도 많았는데 여기저기서 말이 어렵다고 한 마디씩 거드는 걸 보니, 어르신만의 고민만은 아닌 듯싶었다.

마을은 소통이고, 소통은 말에서 비롯된다. 마을가꾸기를 주요정책으로 앞세운 서울시가 쉽고 편한 우리 말글살이를 자꾸 나몰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12년 9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준비한 '퍼실리테이터 양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퍼실리테이터, 마을사람들 누구나 쉽게 쓸 수 없는 어렵고 낯선 말이다. 말이 많아지자 한참 지나서야, '마을돋움이'로 바꿨다. 서울시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어렵고 복잡한 말들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사람들이 알아듣건 말건 커뮤니티, 코디네이터, 마을 아카이브 같은 어려운 말만 쏙쏙 끌어 쓰는 까닭이 뭔가.

어르신들이 '영어만 쓰는 서울시에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는 것이 결코 부풀려서 말하는 게 아닌 듯 싶다. 마을살이는 말살이다. 누구나 쓰는 쉬운 말이어야 한다. 말이 돌고 돌아 사람한테 닿아야 만남으로 이어지고, 말로 어울리고 뒤엉켜야 마을이 만들어진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마을도 없다.

초등학교 낮은 학년 어린이도 알고, 외국어라곤 배운 적 없는 어르신도 맞장구치고, 스마트 폰 뒤져보지 않고 보고 듣기만 해도 몸에 착착 달라붙는 말에서 마을 만들기는 시작된다.

제발 쉬운 말 좀 쓰자. 누구나 아는 말 좀 쓰자. 이건 부탁이 아니다. 마을을 이야기하는 서울시가 갖추어야 할 의무이자, 서울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인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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