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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혼잡한 도시철도역의 대명사 신도림역. 하루 평균 승하차인원 약 13만명, 하루 평균 환승인원 약 45만명으로, 신도림역의 유동인구는 단연 대한민국 최고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신도림역 바깥부분'이라고 하면, '칙칙한 이미지'와 함께 경인로 쪽에 있는 1번출구 방향을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로구 최고의 주거단지로 자리잡은 대우푸르지오 및 대림e편한세상 등 아파트단지도 있고,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거나 공사 중이기도 하며, 인천·부천·광명·시흥·안산 방향의 버스가 수시로 운행되어 유동인구도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편에 있는 2번출구 방향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2번출구 쪽은, 테크노마트 신도림점의 방문객이 아니라면, 대부분 구로동·도림동·신길동 지역에 최종목적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는 이곳에 닿는 버스노선만 살펴보더라도(5619, 6411, 6511, 6611, 6650, 6651, 6653, 영등포01), 금방 파악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신도림역 2번출구로 처음 나온 사람들은 출구 밖 풍경에 크게 놀란다. 반대편 1번출구(주 : 테크노마트연결통로를 빼면 출구는 단 둘 뿐임) 쪽과 달리 대규모 광장과 정돈된 버스 환승시설이 있으며, 지난 1월 중순 이후 찾은 사람들이라면 '자전거주차장'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 중앙버스전용차로 내 정류장과 크기 차는 덜해도 많은 유동인구로 고생하고 있고 자전거로 접근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경인로쪽 출구와 정반대 풍경이다.

신도림역 2번출구 앞에 있는 신도림역 환승센터. 조감도 우측의 길로 버스와 택시가 들어가 좌측으로 나오는 '∩'자 형태이며, 우측의 비어 있는 형태로 표기된 부지에 보도와 자전거주차장이 드러섰다.
▲ 신도림역 환승센터 조감도 신도림역 2번출구 앞에 있는 신도림역 환승센터. 조감도 우측의 길로 버스와 택시가 들어가 좌측으로 나오는 '∩'자 형태이며, 우측의 비어 있는 형태로 표기된 부지에 보도와 자전거주차장이 드러섰다.
ⓒ 구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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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4달을 넘긴 '신도림역 환승센터'

2번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1만2000㎡ 정도의 부지(옛 환승주차장)에 '신도림역 환승센터'가 들어선 것은 2007년 12월 3일이다. 환승센터 개장 전의 2번출구 쪽은 '좁은 도로'와 '넉넉치 못한 정류장' 등으로 각종 교통정체와 온갖 승객불편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신도림역 환승센터는 이런 상황의 2번출구 방향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신도림역을 이용하는 여러 시민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다.

이곳이 여의도·청량리·광명역 등의 '광역복합환승센터'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처음 건설될 때부터 '도심·강남·시외 등으로 가려는 원거리 이동객'이 아닌 '신도림역에서 내려 최종 목적지까지 닿으려 하는 근거리 이용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지선교통망을 정비하고 자전거주차장 등 자전거 관련 시설을 보완해 건설한 '일반복합환승센터'라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도심·강남·시외 등으로 향하는 것보다, 수도권전철 서울1호선(도심·시외), 서울2호선(강남) 등을 타고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점 때문에, 이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실제 신도림역 환승센터는 '신도림역에서 하차해 최종목적지에 닿으려는 근거리 이용객(및 그 반대)'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내버스 승강장, 마을버스 승강장, 택시 승강장 등이 각각 분리되어 있고, 버스와 택시의 출입구를 구분해 기능이 다른 두 교통수단이 함께 몰리며 생기는 비효율을 없앴고, 간선버스보다 배차간격이 긴 편인 지선버스를 대기할 사람들을 위해 정류장도 넓고 편하게 대기할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한다.

서울특별시의 지원으로 구로구청에서 만든 자전거주차장. 지난 12월 29일에 개장한 이 주차장은 470여대의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2층 철골구조물 형태의 건물이다. 2단보관대, 공기주입기, 무료서비스센터(수리) 등이 함께 있어 이용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 신도림역 환승센터 자전거주차장 서울특별시의 지원으로 구로구청에서 만든 자전거주차장. 지난 12월 29일에 개장한 이 주차장은 470여대의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2층 철골구조물 형태의 건물이다. 2단보관대, 공기주입기, 무료서비스센터(수리) 등이 함께 있어 이용객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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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 너무 한정된 중단거리 버스노선

하지만 시비를 통해 성대히 건설한(서울특별시비 지원, 구로구 건설) '신도림역 환승센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환승센터'라고 불리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부도심간을 연결하는 중장거리 버스노선이 사실상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신도림역 환승센터로 들어오는 노선 8개 중 5개 노선은 왕복 10km도 운행하지 않는 짧은 노선이다. 6611번(7km), 6650번(9.9km), 6651번(6.11km), 6653번(7.21km), 영등포01번(10.91km)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노선은 영등포구·구로구 근거리 지역만을 다닌다.

5619번(왕복 18.23km)은 구로구·금천구 일대 좁은 길을 다니며 '지선버스노선' 특유의 역할에 충실한 노선이며, 6511번(왕복 28.1km)은 서울대 정문까지 다니는 중거리노선이지만 심하게 우회하며 배차간격이 약 15~20분에 달하는 등 이용이 쉽지 않은 노선이다.

6411번은 노량진·강남고속터미널·선릉역 등을 연결하는 간선 선형을 가진 지선노선이지만, 유독 신길동·대림동 지역에서는 상당한 굴곡 선형을 띠어 최단거리로 1.9km 정도인 신도림역에서 우신사거리까지의 구간을 약 네 배인 7.6km 정도로 우회한다. 사실상 신도림역에서 장거리를 갈 때에는 이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노선이다.

아무리 '광역복합환승센터'가 아닌 '일반복합환승센터'라고 하지만, 주요 부도심으로 운행하는 버스노선(주 : 이 노선은, 실제 이용하기 좋은 배차간격을 띄며, 선형도 곧은 편이어야 한다)이 하나도 없는 환승센터는, '정류장을 깔끔히 개선한 정비사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많은 교통전문가는 이 점을 아쉬워한다.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신도림역 환승센터가 '환승센터'로서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지하철·버스·택시·자전거 등이 모두 연계되는 현행 형태에 버스에서 버스로 갈아타 주요 목적지로 갈 수 있는 허브 기능이 더해졌어야 하는데, 현 상태는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전문가는 "신도림역의 경우 1번출구 쪽과 2번출구 쪽의 차이가 매우 극심하다.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신도림역 환승센터를 만들 때 양쪽을 잇는 연결도로를 만들고 이를 통해 환승센터 기능을 강화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의견을 표했다.

지역주민 김아무개씨는 "신도림역 환승센터를 만든 것만 해도 발전된 조치라 본다. 하지만 환승센터에 영등포역-영등포로터리-영등포시장 지역에서 극심한 정체를 보이며 어려운 환승을 하는 노선을 유치하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신도림역 환승센터 자전거주차장에 주차된 자전거. 2층의 철골구조물 건물인 본 자전거주차장은, 1층에는 2단 보관대가 설치되어 있어,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의 댓수를 늘이고 있다. 휴일에도 많은 자전거들이 보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자전거주차장에 보관된 자전거 신도림역 환승센터 자전거주차장에 주차된 자전거. 2층의 철골구조물 건물인 본 자전거주차장은, 1층에는 2단 보관대가 설치되어 있어,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의 댓수를 늘이고 있다. 휴일에도 많은 자전거들이 보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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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 체계적인 자전거주차장에 대한 기대

지난해 12월 26일, 신도림역 환승센터 구역 중 신도림역 2번출구 부근(영등포01번 승하차장소 앞)에 '자전거주차장'이 들어섰다. 525㎡의 면적에 2층 규모(높이 8m)의 철골구조물로 건설된 이 자전거 전용 주차장은, 총 470여 대의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고 각종 자전거 관련 편의시설과 방범장비가 설치되어 자전거로 신도림역에 접근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신도림역 환승센터 자전거주차장에는, 1층에는 '2단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되어 있고, 2층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1층이 붐비는 가운데,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이곳에서 수용하는 자전거의 양은 적지 않았다.

이곳에는 자전거 수리 등을 위한 '무료 서비스센터'와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자전거 공기 주입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향후 구로구는 이곳에 자전거 및 자전거 부속품 등의 도난을 우려해 이용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해 현재 설치된 CCTV는 물론 첨단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며, '무료 자전거대여소'를 설치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자전거 전용도로 확보' 및 '자전거 전용도로 안내도 제작 및 보급' 등 도난 외의 근본적 자전거 활성화대책을 마련해 자전거 이용객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신도림역 환승센터 자전거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자전거 공기 주입기. 현재 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 공기 주입기'와 기타 수리를 위한 '무료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신도림역 환승센터의 자전거주차장은, 향후 '무료자전거대여소' 등을 운영해 그 폭을 넓힐 계획이다.
▲ 자전거 공기 주입기 신도림역 환승센터 자전거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자전거 공기 주입기. 현재 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 공기 주입기'와 기타 수리를 위한 '무료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신도림역 환승센터의 자전거주차장은, 향후 '무료자전거대여소' 등을 운영해 그 폭을 넓힐 계획이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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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자전거주차장 개장에 크게 환영하면서도 여러모로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구로구청 인근에 살고 신도림역에서 1호선을 통해 도심으로 출퇴근한다는 이아무개씨는 "자전거주차장 설치는 환영하는데 막상 거기까지 닿기에는 인도 혹은 차도를 지나기 쉽지 않다"라고 밝히며 "신도림역까지 닿는 자전거도로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동에서 테크노마트 신도림점으로 출근하는 김아무개씨는 "최근 출근할 때에 자전거를 적극 애용한다"라고 밝히며 "양천구의 경우 목동중심축과 안양천에 자전거도로가 상당히 잘 구축되어 있다. 안양천을 건너는 과정과 야근할 때에 으슥한 분위기를 내는 도림천변을 따라가는 것이 조금 어려울 뿐, 전반적으로는 괜찮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도림역 환승센터의 자전거주차장 건립이, 안양천 건너편 지역인 양천구와 잘 협의해 현재 서울 곳곳에 분산되어 건설된 자전거도로를 잇는 모범적인 사례의 시발점이 됐으면 싶다"고 제안했다.

대림동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평소 꾸준히 운동하기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자전거주차장이 신설된 것을 보고, 올해부터 매일같이 자전거로 신도림역에 오고 있다"고 밝히며 "도난 문제가 걸린다.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도난 경우가 없었지만 라이트, 안장, 속도계 등은 항상 걱정이다. 자전거대여소가 들어서면 유인경비체제로 갈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도림역 환승센터 - 주거지밀착형 환승센터의 새로운 장이 되기를

일반 시민의 처지에서는 '환승센터'라는 장소에 대한 이해도 많지 않지만, 그나마도 여의도·청량리 등에 건설된 초대형 환승센터에 대한 각인이 강해 통상적으로는 '많은 버스노선을 한꺼번에 갈아탈 수 있는 대형버스정류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승센터의 형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환승센터는 여의도·청량리 등의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신도림과 같은 주거지밀착형 환승센터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 환승센터 구조로는 신도림역 환승센터와 같은 형태도 병행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에 많은 이용객들과 교통전문가들이 동감한다.

지하철, 버스, 택시, 자전거 등 각자의 여건에 맞는 이동수단 결합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는 형태의 주거지밀착형 환승센터. 비록 유동인구가 훨씬 많아 실현됐을 경우 파급력이 훨씬 높았을 신도림역 1번출구 쪽에서는 부지 부족으로 끝내 실현되지는 못 했지만, 신도림역 2번출구 쪽에 건설돼서라도 좋은 결실이 맺기를 많은 사람들은 바란다.

그리고, 기존에 몇 곳 건설된 (부)도심형 환승센터와 이번 기사에서의 주거지밀착형 환승센터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이 더욱 편리한 환경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환승센터, #신도림, #자전거, #대중교통,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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