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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막장이라지만 남다른 스타일로 연속극의 판도를 바꾸었다.
 <아내의 유혹> 막장이라지만 남다른 스타일로 연속극의 판도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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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와 국민드라마 사이를 오가고 있는 <아내의 유혹>. 시청률 면에서 40%를 웃돌며 매회 이슈가 될 만큼 관심도가 뜨겁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서는 <아내의 유혹>을 막장드라마로 부르는 시선이 누그러지고 있다.

더 나아가 내용이 막장드라마에 가깝지만 나름의 인기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보면 시청자들이 <아내의 유혹>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가 몇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내용을 살펴보자면  내용의 줄거리는 간단명료하다. 시댁식구들에게 구박을 당하며, 남편의 바람기에 불안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은재(장서희)는 친구인 애리(김서형)에 남편을 뺏긴다.

그 과정에서 남편인 교빈(변우민)과 애리는 은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수영을 못하는 그녀는 바닷가에 빠진다. 하지만 민건우(이재황)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나고 민소희로 다시 태어나 남편을 다시 유혹하며 복수를 시작한다.

미니시리즈를 능가하는 빠른 전개

이러한 단순한 내용으로 일일드라마가 기본적으로 100회 정도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스토리 진행은 당연히 긴 호흡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아내의 유혹>의 단순한 스토리를 질질 끌며 이혼하는 과정이 중반부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정확하게 시청자들의 믿음을 배반하고 빠른 전개로 불과 20회를 조금 넘어서 교빈과 은재가 이혼을 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한 속도전은 이미 1회에서부터 감지할 수 있었다.

1회에 은재와 교빈의 결혼, 그리고 교빈의 아버지 정하조(김동건) 회장과 민여사(정애리)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낳은 딸 별님이 동생 하늘(오영실)로 둔갑하게 된 사연 등이 첫 회부터 등장했다.

그리고 50부가 조금 넘은 지금, 은재의 복수극이 절정에 치닫고 있다. 이러한 점은 작가의 내공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즉, 이러한 점들은 일일연속극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이기에 당연히 시청자들은 <아내의 유혹>을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건의 진행이 일사천리로 해결

최근 <아내의 유혹>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아내의 유혹> 내용 전개의 속도를 가늠케 한다. 금괴사건을 보더라도 애리가 정화조 회장의 금괴를 몰래 들고 나와 은재에게 돈을 건네준다. 은재는 이상한 낌새를 채고 금괴에 대해 묻자 애리는 준 적이 없다며 증거있냐고 잡아뗀다.

그리고 은재의 핸드폰에 저장된 녹음이 흘러나오고 음성을 정회장과 강재에게 보내려 하자 애리가 몰래 은재의 핸드폰을 망가트린다. 그 이후 CCTV에 잡힌 화면을 정 회장이 확인하려하자 이를 눈치 챈 애리는 대문 위로 올라가 CCTV를 망가트려 버린다.

이처럼 사건이 부풀려지거나 내용이 늘어지는 법 없이 간단명료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시청자들은 통쾌함을 느끼게 되고 매회 사건이 벌어지지만 그러한 사건들이 몇 회만에 종결되고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진행 속도는 일일연속극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특히 시청자들이 <너는 내 운명>이라는 작품이 연장을 거듭하며 초반의 내용 진행과 달리 늘어져버린 내용에 식상함을 느끼던 차에 <아내의 유혹>의 속도는 시청자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례로 연장의 대가 임성한 작가의 <아현동 마님>을 보면 극중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기까지 몇 십회가 지나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특정 장면을 방송 분량 30분에 10분을 넘게 할애하기도 했다.

<아내의 유혹>은 주인공 구은재에게 집중되어 극을 단순명료함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아내의 유혹>은 주인공 구은재에게 집중되어 극을 단순명료함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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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발칙한 내용 전개와 권선징악 구도

이러한 속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아내의 유혹>의 속도전은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가리는데 충분하다. 이뿐이 아니라 <아내의 유혹>의 내용 단순함도 인기 비결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앞서 줄거리를 이야기 했듯, <아내의 유혹>은 아내를 버린 남편에게 다시금 복수극을 펼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50회를 넘어선 지금, 초심 그대로 복수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초반에 교빈과 애리로부터 무시와 멸시를 당했던 은재가 180도 달라져 자신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복수를 펼치는 모습은 짜릿할 정도로 통쾌함을 자아내고 있다.

즉, 보통 드라마와 달리 권선징악의 구도를 철저하게 따르며 에둘러 가지 않고 솔직하다. 그래서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표현하기 위해서 주인공 은재의 갖은 고초가 몇 회에 걸쳐 펼쳐진다.

겁탈을 당해 임신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고된 시집살이가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자신의 친구와 함께 결혼할테니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이혼을 거절하자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잠깐 이러한 내용을 열거만 했을 뿐인데, 은재의 고초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권선징악을 보여주기 위해 은재의 고초를 극대화시켜 훗날 복수를 위한 장치인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에게 최대한 집중

어쩌면 아주 단순하지만 이 단순함이 시청자들에게는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고, 복수가 절정으로 올라갈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면 드라마는 매회 은재 편에게 서 있다.

은재의 죽음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 아주 가볍게 자살로 결론이 나고, 매회 애리의 치밀한 계산은 은재의 덫에 걸려 수포로 돌아간다. 일례로 은재의 화장품 계약을 파기하게 만든 장본인인 애리. 그렇지만 애리의 범죄행각을 아주 쉽게 꼬리를 잡은 덕에 은재는 다시금 애리를 압박해 들어간다.

또한 은재를 민소희로 알고 만난 정화조 회장은 의심하고 뒷조사를 해보고 실제 민소희 졸업사진이 팩스로 들어오는 찰나 그것을 민건우(이재황)가 발견하고 위기를 모면한다. 매회 아찔한 순간이 찾아오지만 은재 편에 선 드라마가 잘못되게 놔두질 않는다.

이밖에도 드라마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다양한 줄거리가 주요 내용과 별도로 진행되지만 그러한 부분들은 그저 애리를 받쳐주기 위한 장치 정도로 밖에 안 그려지고 있다. 은재와 민건우의 사랑조차도 복수극에 가려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복수극보다 비중있게 그려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칫 인기드라마가 내용이 방대해져 재미가 감소되는 반면 <아내의 유혹>은 은재라는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재미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점들은 <아내의 유혹>의 소재가 분명 막장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원천이라 할 수 있겠다.


태그:#아내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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